【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328-1336 참조]
가.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의 의의
⑴ 채권침해란 채권의 내용 실현이 방해되는 것을 말하는데, 채무자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채무자에 의한 채권 침해의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의 특칙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즉 채무자에 의한 채권 침해도 위법하지만, 이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만 성립하고 불법행위책임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당해 채권 외에 다른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법익 침해 부분에 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고, 이 경우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경합적으로 성립한다.
⑵ 문제는 제3자에 의해 채권이 침해되는 경우이다. 제3자가 계약의 체결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제3자에 의한 계약방해’라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계약규범은 계약당사자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기 때문에, 계약 자체에서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어떤 청구를 할 권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제3자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성립시키는지, 그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 이외에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논의되어 왔다. 이것이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문제이다.
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해서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 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므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래에서 자유경쟁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여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다. 요건 :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제750조)
⑴ 채권침해의 구체적 모습
① 채권의 귀속 자체를 침해한 경우(예컨대 타인의 무기명채권을 절취한 경우, 채권의 준점유자로서 변제를 받아 진정한 채권자의 권리를 소멸시킨 경우)
② 채권의 목적인 급부를 침해한 경우(예컨대 특정물의 인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있어서 제3자가 목적물을 멸실케 한 경우, 채무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관하여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채무자를 유괴, 감금한 경우)
③ 금전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킨 경우(예컨대 제3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훔쳐 간 경우, 제3자가 채무자와 공모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빼돌린 경우)
⑵ 위법성
채권 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양태, 침해자의 고의나 해의 등 주관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다55230 판결 등).
㈎ 귀속 침해의 경우
절대권 침해와 다를 바 없으므로 곧바로 위법성이 인정된다. 이 경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채권의 침해라고 하여 특별히 고려할 것은 없다.
㈏ 급부 침해의 경우
① 경쟁적 계약으로 인한 급부침해
대법원은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는 있으나 제3자의 채권침해가 반드시 언제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침해의 태양에 따라 그 성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정하여야 하는바, 독립한 경제주체 간의 경쟁적 계약관계에 있어서는 단순히 제3자가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계약 내용을 알면서 채무자와 채권자 간에 체결된 계약에 위반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는 제3자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제3자가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였다거나 또는 제3자가 기망·협박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수단을 사용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 채무자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3자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자유경쟁의 원리를 고려한 것이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등. 한편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4다11162 판결은 방송법에 의한 중계유선방송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한 甲이 적법한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인 乙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계약갱신을 방해하고, 적법한 방송사업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위 아파트 입주자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乙의 재계약 체결이 무산된 사안에서, 본문과 같은 법리는 제3자가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 사이의 계약체결을 방해하거나 유효하게 존속하던 계약의 갱신을 하지 못하게 하여 그 다른 사람의 정당한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기에 이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 다음, 乙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이상 甲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甲의 위 재계약 방해행위와 乙의 ‘수신료 수입 상실’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② 독점판매권의 침해
특정기업으로부터 특정물품의 제작을 주문받아 그 특정물품을 그 특정기업에게만 공급하기로 약정한 자(피고 회사)가 그 특정기업이 공급받은 물품에 대하여 제3자(원고 회사)에게 독점판매권을 부여함으로써 제3자가 그 물품에 대한 독점판매자의 지위에 있음을 알면서도 위 약정에 위반하여 그 물품을 다른 곳에 유출하여 제3자의 독점판매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특정기업에 대한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제3자가 특정기업으로부터 부여받은 독점판매인으로서의 지위 내지 이익을 직접 침해하는 결과가 되어, 그 행위가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그 행위는 위 특정기업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됨과는 별도로 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로 된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다55230 판결. 이 판결은 피고 회사의 유출행위는 피고 회사가 원고 회사의 독점적 판매권 취득을 안 때부터 원고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고 회사들의 각 불법유출 행위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산정함이 원칙이고, 가령 그 점을 명확하게 주장·증명하는 것이 쉽지 아니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원심이 채용한 방법과 같이 불법행위가 행해진 기간과 행해지지 않은 기간의 원고 회사의 이익액을 비교하는 방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출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산정된 이익액의 차액을 그대로 손해액으로 인정하려면 피고들의 유출행위가 중단된 이후의 이익의 증가는 오로지 그 중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이 밝혀져야 할 것이고, 또 기업의 이익에는 매출액의 대소 외에도 여러 가지의 수입요소와 지출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므로 원고 회사의 이익 중 위 물품의 판매와 관련이 없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보아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전체 이익에서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피고들의 유출행위가 중단된 이후의 원고 회사의 매출액의 증가가 오로지 그 중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는 경우라도, 손해액의 산정은 원고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나타난 당기순이익 또는 순손실의 비교에 의하기 보다는 증거에 의하여 매출액의 증가분을 인정 내지 추인하고 이에 대하여 적정범위에서의 평균순수익률을 적용하여 산출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하였다.
③ 특정물채권에 있어서 제3자가 목적물을 멸실·훼손케 한 경우
제3자가 채권의 존재를 알면서 고의로 목적물을 멸실·훼손케 하였다면 채권 침해의 위법성은 인정된다. 문제는 제3자가 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過失로 목적물을 멸실·훼손케 한 경우이다. 이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나, 이 경우 위법성을 인정하면 제3자의 책임 범위가 너무 확대될 우려가 있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손해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보아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3자가 채권의 존재를 알면서 고의로 목적물을 멸실·훼손케 한 경우에 한하여 채권 침해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 채무자로 하여금 계약의 파기 혹은 채무의 불이행을 강요한 경우
대법원은 시민단체 대표들이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보이코트(Boycott)하기 위하여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하도록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시민단체 등의 공익목적 수행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자유에 내재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고, 그러한 활동의 자유의 한계는 그들이 반대의 대상으로 삼은 공연 등의 내용 및 성격과 반대활동의 방법 및 정도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기획한 공연에 피고들의 주장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법에 저촉된다거나 반사회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관계당국인 문화체육부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부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조건을 붙여 합법적으로 허가해 준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위 각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 또한 적법한 것으로서 그 계약에 기한 원고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그들의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위 각 은행 등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들이 위 각 은행에게 공연협력의 즉각 중지, 즉 원고와 이미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의 즉각적인 불이행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위 각 은행의 전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하여 이로 말미암아 위 각 은행으로 하여금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부득이 본의 아니게 원고와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원고가 위 각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에 기한 원고의 채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여 이러한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원고는 1996. 10.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개최한 공연기획사로서, 위 공연의 입장권을 판매하기 위하여 1996. 8. 21.경 A, B은행과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들은 위 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와 간사들인데, 위 은행들에 대하여 위 공연의 폐해와 이에 대한 반대운동의 취지 및 반대운동의 호응도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입장권 판매를 즉각 취하’할 것을 요청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권을 계속 예매할 경우에는 ‘전 국민적 차원에서 은행의 전 상품불매운동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히는 한편, ‘이에 대한 은행들의 공식입장을 8. 27.까지 연락해 주기 바라고 연락이 없을 경우 계속 진행으로 알고 즉각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서한을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명의로 보냈다. 그 후 위 은행들은 원고에게 위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한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원고는 부득이 임시 직원을 고용하여 직접 입장권을 판매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입장권을 판매하여 예정대로 1996. 10. 11.과 같은 달 13. 위 공연을 개최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이 위 은행들로 하여금 위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원고에게 입장권 판매를 위하여 추가로 비용을 지출케 하는 재산적 손해 및 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하는 불법행위를 하였으므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 일반재산 침해의 경우
이 경우에는 앞의 두 경우와 달리 채권은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위법성 인정에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① 제3자가 채무자와 共謀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빼돌린 경우
제3자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제3자의 행위가 채권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려면 단순히 채무자 재산의 감소행위에 관여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 사실을 알면서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였다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였다는 등 채권침해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한다. 여기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의 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75. 5. 13. 선고 73다1244 판결,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는, 강제집행면탈 목적을 가진 채무자가 제3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가 그것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말소등기를 명하는 확정판결이 있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명의신탁의 무효 혹은 민법상 채권자대위권, 채권자취소권 등의 법리에 의하여 제3자가 기존에 취득한 재산을 반환하거나 원상회복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제3자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지려면 단지 그가 채무자와의 약정으로 당해 명의수탁등기를 마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나아가 그 명의신탁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의 실현을 곤란하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채무자의 강제집행면탈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증명되어 그 채권침해에 대한 고의·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할 것이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판결(채권침해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 부정),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68862 판결(제3채무자인 사단법인의 지부장 등이 우편물의 수령을 거절하도록 지시하여 채권가압류결정이 송달불능된 사안에서, 위 가압류결정문의 송달 거절 지시만으로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피고가 A회사에 대한 채권자인 원고의 존재 및 원고가 A회사에 대하여 가진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도, A회사의 매출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A회사로 하여금 피고의 신용카드가맹점 명의로 신용카드거래를 하도록 적극 공모하였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였다고 인정하고,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사례)].
한편, 채무자의 재산을 은닉할 목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중 일부를 허위로 양수받은 후 이를 처분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채권침해의 경우, 그러한 처분행위로 인하여 은닉된 재산의 가액을 정확히 알 수 없게 되어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불충분하더라도, 법원은 그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혀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손해액을 심리·판단할 필요도 있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24494 판결).
② 채무자(수임인)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을 제3자가 절취한 경우
판례는 채권자(위임인)의 손해는 간접적 손해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1975. 5. 13. 선고 73다1244 판결 : 원심은 그 설시증거와 변론의 전 취지를 합쳐, 피고들은 소외인과 소외 최**에게서 소 판 돈을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위 최**이 원고에게서 위탁받은 소 8마리를 판 돈 1,100,000원이 든 가방을 들고 기차를 타려던 순간에 원설시 방법으로 돈가방을 피고들이 받아가지고 도피해서 이를 분배 착복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인정의 금액의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하여 피고들에게 그 배상책임을 지웠다.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함은 시인되지만 제3자의 채권침해가 반드시 언제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침해의 태양에 따라 그 성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본건의 경우 피고들의 소외 최**의 돈을 가로챈 사실행위로는 채권자인 원고의 동 소외인에 대한 채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고 소외 최**의 책임재산이 감소되었을 뿐으로서 원고는 간접적 손해를 본 데 불과하므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시 따지어 보면, 피고들의 사실행위로 채무자인 최**의 일반재산의 감소가 생겼다면 채권자인 원고는 채권자대위권에 의하여 채무자인 최**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터이므로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한 것으로 못 볼 바 아닌 본건에 있어서 정면으로 불법행위를 인정한 원판결 판단은 결과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진 경우에는 채권 침해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제3자가 채무자로 하여금 다른 채권자에게 변제하도록 한 경우
대법원은 채무자로 하여금 채권자 갑에게 지급하여야 할 물품대금을 자금사정이 어려운 군소협력업체인 다른 채권자들에게 우선 결제하도록 지시하고 채무자가 이에 따라 그 물품대금을 채권자 갑이 아닌 다른 채권자들에게 지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채권자 갑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사안에서,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변제한 행위가 정당한 법률행위인 이상 이를 요청한 행위 또한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3자의 채권 침해에 의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다13117 판결).
④ 상가 분양사업의 시행사인 甲 주식회사가 분양수입금 관리계좌에 입금된 수입금을 인출하기 위하여는 시공사인 乙 주식회사의 동의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는 사업약정에 따라 丙과의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해약금 인출에 대한 동의를 乙 회사에 요청하였으나, 乙 회사가 인출에 동의하지 않은 채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변제받고자 우선적으로 금원을 인출함으로써 관리계좌의 잔고가 부족하게 되어 丙이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안에서, 乙 회사는 丙의 해약금 반환채권이 자신의 행위로 침해됨을 알면서도 丙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신의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추심하기 위하여 금원을 인출하였고, 乙 회사의 이러한 행위는 부동산 선분양 개발사업 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침해하고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丙은 乙 회사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甲회사로부터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乙 회사는 丙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
⑶ 귀책사유
① 귀속 침해의 경우 : 고의 또는 과실
② 급부 침해 또는 일반재산 침해의 경우 : 위법성 판단에서 보았듯이 악의 또는 해의가 있어야 위법성이 인정되므로 별도로 귀책사유를 검토할 필요는 없다.
다. 효과
⑴ 손해배상청구권
① 채권자는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제750조). 사안에 따라 채무자도 함께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채무자의 손해배상채무와 제3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
② 손해배상의 범위는 ‘채권침해가 없었더라면 채권자가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금원 상당액’이 될 것이다. 만약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다만, 이 경우에도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이 합리적으로 평가된 가운데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도록 손해액이 산정되어야 한다. 특히 제3자의 채권침해 당시 채무자가 가지고 있던 다액의 채무로 인하여 제3자의 채권침해가 없었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일정액 이상으로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위 일정액을 초과하는 손해와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이때의 채권회수 가능성은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과 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의 액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고, 불법행위 당시에 이미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는 채권자가 종국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교대상이 되는 채무자 부담의 채무에 포함되며, 더 나아가 비교대상 채무에 해당하기 위하여 불법행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가 되어 있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 책임재산 감소액에서 우선변제력 있는 채권액을 공제한 후 채권침해가 없었더라면 채권침해 당시 이행기가 도래한 채권을 가진 일반채권자들이 각자의 채권액에 안분비례하여 각 채권을 회수하였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손해액을 산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함).
⑵ 금지청구권
① 채권자가 불법행위를 한 제3자에 대하여 채권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민법에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어 종래 법원의 실무는 다른 법령(예컨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은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자는 부정경쟁행위를 하거나 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법원에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이러한 법률에 의하여 포섭될 수 있는 경우에는 금지청구가 가능하다)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를 부정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1995. 1. 12. 자 94라186 결정은, 신청인 유공이 피신청인 현대정유를 상대로 신청인 유공과 피신청인 미륭상사(대리점) 사이의 석유류제품의 독점판매대리점계약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피신청인 미륭상사와 그 자회사인 수인가스에 피신청인 현대정유를 표시하는 상표 등을 사용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에서, “피신청인 현대정유의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로서 신청인에 대하여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 또는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단순한 채권에 불과한 피신청인 미륭상사 및 신청외 수인가스와 사이의 위 독점판매대리점계약상의 권리에 기초하여 그 계약상의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피신청인 현대정유에 대하여 어떠한 금지청구권을 가지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가령 신청인이 피신청인 현대정유에 대하여 위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도 이를 이 사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학설 중에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명백한데도 손해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나중에 손해의 발생을 기다렸다가 그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라는 이유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반대견해도 있다.
② 현행법의 해석으로는 위와 같은 필요성만으로 금지청구권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③ 그런데 대법원 2010. 8. 25. 자 2008마1541 결정은, 제3자의 채권침해가 문제된 사안은 아니지만, 불법행위의 일반적인 효과로서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바, 위와 같은 무단이용 상태가 계속되어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무단이용의 금지로 인하여 보호되는 피해자의 이익과 그로 인한 가해자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할 때 피해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의 효과로서 금지청구권도 인정될 수 있음을 정면에서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제3자를 상대로 채권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겠다.
⑶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방해배제청구
㈎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 위 금지청구권 부분 참조
㈏ 특수한 경우 (= 대항력 있는 임차권)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대세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 임차권이 제3자에 의하여 침해된 경우에는 임차인은 그 제3자에 대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 제3자의 고의, 과실은 묻지 않는다. 그러나 임차인이 대항력을 취득하지 못하고 단순히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제214조)을 대위행사하거나 점유권에 기초하여 방해배제를 청구(제205조)하는 수밖에 없다.
라.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및 그 위법성 판단기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금 반환을 위해,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신탁계좌에서의 자금인출 동의를 구하였는데, 시공사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공사대금만을 계속 인출하여 결국 수분양자가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된 사안에서 시공사의 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시공사(피고)의 동의하에 신탁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기로 약정한 시행사가, 수분양자(원고)와의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한 후 피고에게 계약금 반환을 위한 자금인출의 동의를 구하였는데,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공사대금만을 계속 인출하여 결국 원고가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된 사안이다.
⑶ 대법원은, 피고의 인출행위가 원고에 대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하였다(상가 분양사업의 시행사인 갑 주식회사가 분양수입금 관리계좌에 입금된 수입금을 인출하기 위하여는 시공사인 을 주식회사의 동의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는 사업약정에 따라 병과의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해약금 인출에 대한 동의를 을 회사에 요청하였으나, 을 회사가 인출에 동의하지 않은 채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변제받고자 우선적으로 금원을 인출함으로써 관리계좌의 잔고가 부족하게 되어 병이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안에서, 을 회사는 병의 해약금 반환채권이 자신의 행위로 침해됨을 알면서도 병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신의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추심하기 위하여 금원을 인출하였고, 을 회사의 이러한 행위는 부동산 선분양 개발사업 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침해하고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병은 을 회사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갑 회사로부터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을 회사는 병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고가 인출동의를 거부한 것은 원고에 대하여 채무자인 A 회사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단, 위 대법원 2005다21029 판결, 대법원 2005다25021 판결 등에서는 제3자가 채무자의 강제집행면탈행위에 공모, 가담 등을 하였기 때문에 제3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채무자인 A 회사의 불법행위는 존재하지 않고 제3자인 피고의 불법행위만이 문제되는 사안이므로, 위 판례들과 기본 원리는 같지만 책임의 구체적인 인정 근거 등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위 대법원 판결은 채무자의 불법행위 없이도 제3자의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⑷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해서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 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므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래에서 자유경쟁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여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 내용, 침해행위의 양태, 침해자의 고의나 해의 등 주관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ㆍ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유형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이용우 P.33-60 참조]
가. 제3자의 채권침해
제3자 채권침해란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채권의 실현이 불가능해지거나 방해받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상대방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 상대적 권리이고,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서도 자유로운 경쟁이 허용되는 것이므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의 실현이 방해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제3자의 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침해의 방법이 불법행위의 위법성을 갖출 정도로 반사회성이 인정된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판례에 따른 제3자의 채권침해와 불법행위책임 및 그 유형
판례는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불법행위 사안보다는 더 엄격한 요건 하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판례에서 제3자 채권침해의 위법성이 문제 된 사안들은 4가지 정도로 유형화할 수 있다.
⑴ 유형 :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경우(이 유형은 ① 다시 제3자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와, ② 제3자가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방해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⑵ 유형 : 경쟁적 계약관계에서 이중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⑶ 유형 : 특약점 계약상의 독점적 판매권을 침해하는 경우
⑷ 유형 : 제3자가 계약파기를 유인하는 경우
다. ⑴의 ① 유형의 판례 (책임재산 감소)
①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판결은 강제집행면탈 목적을 가진 채무자가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이다.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하는데 제3자가 관여하였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그 강제집행면탈 과정에 공모가담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판결 : 강제집행면탈 목적을 가진 채무자가 제3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 제3자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지기 위하여는 단지 그가 채무자와의 약정으로 당해 명의수탁등기를 마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명의신탁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의 실현을 곤란하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채무자의 강제집행면탈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입증되어 그 채권침해에 대한 고의·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② 단순히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켰다는 사실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제3자가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③ 위 판결들은 강제집행면탈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되, 다만,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하는데 제3자가 관여하였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그 강제집행면탈과정에 공모 가담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라. ⑴의 ② 유형의 판례 (채무이행 방해)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은 상가 분양사업의 시행사인 갑 주식회사가 분양수입금 관리계좌에 입금된 수입금을 인출하기 위하여는 시공사인 을 주식회사의 동의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는 사업약정에 따라 병과의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해약금 인출에 대한 동의를 을 회사에 요청하였으나, 을 회사가 인출에 동의하지 않은 채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변제받고자 우선적으로 금원을 인출함으로써 관리계좌의 잔고가 부족하게 되어 병이 해약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안에서, 을 회사는 병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해약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위 판결의 사안은 채무자가 피고의 협조(분양수입금 관리계좌에 예치된 자금에 대한 인출동의) 없이는 채무를 변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고가 인출동의를 거부하여 채무이행을 방해한 것이고, 아울러 피고가 채무이행의 유일한 자금원인 분양수입금 관리계좌에서 자신의 공사대금을 인출하여 책임재산을 감소시킴으로써 실질적인 채무이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는 제3자 채권침해 유형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피고가 인출동의를 거부한 것은 원고에 대하여 채무자인 A 회사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단, 위 대법원 2005다21029 판결, 대법원 2005다25021 판결 등에서는 제3자가 채무자의 강제집행면탈행위에 공모, 가담 등을 하였기 때문에 제3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판례의 경우 채무자인 A 회사의 불법행위는 존재하지 않고 제3자인 피고의 불법행위만이 문제되는 사안인데, 채무자의 불법행위 없이도 제3자의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한 사례이다.
마. ⑵ 유형의 판례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에서는 독립한 경제주체 간의 경쟁적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의 위법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3자가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수단을 사용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 채무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바. ⑷ 유형의 판례
◎ 대법원 2001. 7. 13. 선고 98다51091 판결(마이클잭슨 공연사건)
대법원이 최초로 제3자 채권침해의 위법성을 인정한 사례는 ⑷ 유형으로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공연 입장권을 판매하는 은행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위협하여 은행의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취소시킨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피고들의 행위가 시민단체의 활동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사. 제3자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원용되는 판결 (=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하여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는 것이어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로 되지는 않는 것이지만, 거래에 있어서의 자유경쟁의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이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아. 판례의 태도 분석
위 판례들은 모두 원칙적으로는 제3자의 채권침해가 곧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 위반’ 또는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 위반’ 등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면 예외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3. 제3자가 채무자의 일반재산(책임재산)을 감소하게 한 경우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이용우 P.33-60 참조]
가. 견해의 대립
① 제1설: 불법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채권자들만이 가상의 배당에 참여한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원고에게 배당가능한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하자는 견해(약칭하여 ‘배당요구지위설’)
② 제2설: 불법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가)압류를 마치는 등 적극적인 권리행사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일반채권자들만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배당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여, 이때 원고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하자는 견해(약칭하여 ‘적극적권리행사설’)
③ 제3설: 불법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이행기가 도래하였기만 하면,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관하여 (가)압류를 마쳤는지 등을 묻지 않고 채권자들 전부가 가상의 배당에 참여한다고 보아, 이때 원고에게 돌아가게 될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하자는 견해(약칭하여 ‘이행기도래설’)
지금까지 살펴본 제1설 내지 제3설의 상이점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나. 검토
제1설 내지 제3설은 아래와 같은 기본적인 가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①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하여 감소하였던 채무자의 일반재산(책임재산)이 불법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다시 채무자에게 복귀한다.
② 채무자에게 복귀한 일반재산(책임재산)에 대하여는 곧바로 배당절차가 진행되고, 여기에 원고를 비롯한 채무자의 채권자들이 참여하여 소정의 배당 룰(rule)에 따라 각자 채권의 만족을 얻는다.
③ 결국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된 손해는, 앞서 본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배당에서 원고가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다.
3설이 타당하다.
다. 제3자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킨 행위가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채권자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⑴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방법이 문제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채무자의 재산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의 경우,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범위 내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⑵ 약 116억 원이 은닉된 것을 놓고, 제1심은 원고가 입은 손해액이 480,000,000원에 이른다고 본 반면, 원심은 68,149,338원에 불과하다고 보아, 위 두 금액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제1심과 원심에서 각기 인용된 손해액이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제1심은 A 회사의 다른 재산에 관하여 압류를 마친 일반채권자만이 116억 원의 배당에 참여한다고 가정하고서 원고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하였던 반면, 원심은 불법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이행기가 도래한 채권이기만 하면 그 모든 일반채권자가 116억 원의 배당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서 원고가 회수할 금액을 산정한 데에서 비롯된다.
⑶ 제3자의 채권침해 당시 채무자가 가지고 있던 다액의 채무로 인하여 제3자의 채권침해가 없었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일정액 이상으로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위 일정액을 초과하는 손해와 제3자의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이때의 채권회수 가능성은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과 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의 액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고, 불법행위 당시에 이미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는 채권자가 종국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교대상이 되는 채무자 부담의 채무에 포함되며, 더 나아가 비교대상 채무에 해당하기 위하여 불법행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가 되어 있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⑷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피고 1, 3이 2011. 2.경부터 2013. 3.경까지 사이에 채무자 회사로 하여금 피고 1 명의로 신용카드거래를 하게 하는 수법으로 채무자 회사의 책임재산을 116억 원만큼 감소시키고, 피고 2는 그중 2012. 2. 22.경부터 2013. 3.경까지 사이에 같은 수법으로 채무자 회사의 책임재산을 58억 원만큼 감소시킨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3. 3. 31.을 기준으로 이행기가 도래한 우선변제력을 가진 채권(국세 및 지방세 채권, 4대 보험 관련 채권) 등의 합산액을 앞서 본 책임재산의 감소분(116억 원 또는 58억 원)에서 먼저 공제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기준일인 2013. 3. 31.까지 이행기가 도래한 채권을 가진 일반채권자들이 원고와 서로 경합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원고와 채무자 회사의 일반채권자들은 각자의 채권액에 안분비례하여 각 채권을 회수하였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판시 계산과정에 따라 원고가 회수할 수 있었던 채권액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⑸ 위 대법원 판결은 책임재산의 감소 케이스에 관한 종전 판례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피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거래를 제3의 회사 명의로 하도록 적극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⑹ 원심은 감소된 책임재산액에 대하여 그 시점에서 일반채권자들의 채권액을 계산한 다음 그 중 원고 채권액의 비율 상당액을 손해로 인정하였다. 불법행위책임에서의 손해란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책임재산의 감소가 없었을 경우 채권자평등 원칙에 따라 피해자가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아니다.
⑺ 위 대법원 판결은 제3자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채권자가 입은 손해액은 제3자의 채권침해가 없었을 경우에 그가 회수할 수 있었던 채권액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취하였다.
그러면서 이 때의 채권회수 가능성은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과 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의 액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고, 불법행위 당시에 이미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는 원칙적으로 비교대상이 되는 채무자 부담의 채무에 포함되며, 더 나아가 비교대상 채무에 해당하기 위하여 불법행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가 되어 있을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면서, 제3설(이행기도래설)의 입장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