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또르】《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그저 막연하게 생명의 연장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삶에 있어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것이 오로지 나이뿐이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겠는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한 해가 저물어간다.
삶이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만, 결국 지나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얼마 전 일임투자업 등록도 마쳤고, 내년에는 좀 더 힘차고 활력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도 있다.
지난 화요일 새벽에 또르의 건강 때문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지난 주말 또르와 눈 덮힌 공원을 산책하며, 즐거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에 또르가 구토를 하는 등 몸상태가 좋지 않다.
복부가 빵빵한 게 단단한 복압이 느껴진다.
겁이 덜컹 나서 즉시 응급실로 달려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요로결석이다.
몇 년 전 방광결석 수술을 받았는데, 또 결석이 생겼다.
그 동안 계속 결석방지사료를 먹였는데도 소용이 없다.
강아지는 무리에서 또는 주인에게 버려질까봐 본능적으로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큰일이 벌어져도 나름 대범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또르 때문에 아주 심란하다.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런 녀석이 가끔씩 나에게 커다란 근심과 걱정을 안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고통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르가 주는 행복감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집 안에 또르가 없다면, 너무 허전하고 쓸쓸해서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또르는 나에게 기쁨, 위안, 평온함과 포근함을 선사하는 행운의 부적이다.
또르가 행복하고 건강할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내년 3. 5.에 9살 생일을 맞는 또르와 마찬가지로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그저 막연하게 생명의 연장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삶에 있어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것이 오로지 나이뿐이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겠는가.
이제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고, 죽기 전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나무는 늠름하다.
나무는 세월의 흐름을 몸 속에 나이테로 감추면서 총총히 뻗은 가지와 잎으로 그늘을 만든다.
누군가에게 등받이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둥지가 되어주며, 다른 이에게는 쉼터가 되어 준다.
그런 나무처럼 나이가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