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르씨엘 약국 안에서 마주친 작은 눈사람】《부질 없는 욕망과 무지함을 덮듯이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얀 이불로 포근하게 감싸버린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 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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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씨엘 약국 안에서 마주친 작은 눈사람】《부질 없는 욕망과 무지함을 덮듯이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얀 이불로 포근하게 감싸버린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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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씨엘 약국 안에 들어갔다가, 앙증맞은 모습을 한 작은 눈사람과 마주쳤다.
 
예전에는 눈이 오면 동네 골목마다 동네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이 하나씩 서있었다.
낑낑대고 굴린 눈덩이를 이미 만들어 놓은 몸에 올려놓은 다음
숯을 구해다 눈썹을 만들고,
단추를 구해와 눈을 붙이고,
나뭇가지를 꺽어 팔을 만들고,
헌 모자를 가져와 머리에 씌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래서인지 약국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눈사람이 너무 정겹고 귀엽다.
누가 만들어 가져다 놓은 것일까?
 
올해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어릴 적 동요 “펄펄 눈이 옵니다.”가 떠오를 정도로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솜을 마구마구 뿌려 준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겨울은 흰 눈으로 단풍의 가을을 덮어주고,
가을은 노란 은행나무 색, 붉은 빛으로 물든 나뭇잎 색을
그 흰 눈속에 녹여 또다른 계절과 합쳐지고 있다.
 
저 눈과 추위를 견딘 세상은
더 아름다운 색으로 봄을 맞이할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음은
흐름의 이치, 내어줌과 받아들임을 보여주려는 신의 무한한 자애로움인듯하다.
젊음이 사라진 자리가 허전하고 아쉬울 때가 있지만, 이제는 젊고 강한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인생의 순리이자 자연의 법칙이다.
겨울은 봄에게 계절을 내주고, 지는 태양은 떠오르는 태양에게 하늘을 내주어야 한다.
억울할 것도 없다.
누구나 그 불타는 젊음을 가져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미 실컷 가져보고 누려보았으니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자연의 이치대로
흐르고, 만나고, 덮어주고, 내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욕망에 마음 일부를 빼앗긴 대가로
이 고된 거스름의 여정을 때론 밟나 보다.
 
그런 나의 무지함을 덮듯이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얀 이불로 포근하게 감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