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적’이, 이 ‘고요함’이 좋다.】《나이든 지금은 ‘혼자’라는 것이 가끔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외로움 혹은 결핍 대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요즘은 예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해 최근 1년 동안 거의 책을 읽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독서가 전처럼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1주일에 3번씩 PT를 받는 근력운동을 한 지는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현실적으로 이제는 독서보다 운동이 더 절박해졌다.
음식을 먹다가 어린아이처럼 흘리는 일도 많아지고, 식탁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치거나 들고 있는 커피잔을 떨어뜨려 깨뜨리는 일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그런 내 몸 상태에 잠시 화가 날 때도 있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의 부고를 받았다.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그의 죽음을 듣고 며칠 동안 마음이 아렸다.
난 이제 남은 여정의 종착점을 안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새롭고 신기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 여전히 많다.
요즘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 난다.
주말에는 또르와 산책 후 혼자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한다.
그런 휴식과 한가로움이 너무 좋다.
창문으로 겨울의 밝은 햇살이 스며들고, 향긋한 커피향이 내 코 끝을 자극한다.
멀리 보이는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는 지난 여름의 자취를 그리워하듯 찬바람에 미세하게 떨고 있다.
모차르트조차 버거워 나는 음량 스위치를 껐다.
이 ‘정적’이, 이 ‘고요함’이 좋다.
발목으로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이 나를 나른하게 만든다.
“나는 좀 한적하고 고즈넉해지고 싶어.”
나이든 지금은 ‘혼자’라는 것이 가끔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외로움 혹은 결핍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