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저절로 찾아오는 변화】《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더니, 봄은 정작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거실에서 자정까지 티브이를 보고 나서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침대 위에 스탠드 전등을 켜고 잡지를 읽는 안경 낀 장모님이 계셨다.
아니 장모님 어쩐 일이십니까
목구멍까지 올라 온 말을 황급히 삼키고 나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장모님이라니 장모님은 몇 해 전에 돌아가셔서
지금은 천안공원묘지에 잠들어 계신데 장모님이라니 아뿔싸.”
오탁번 시인이 쓴 “장모님”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어느 날 문득 웅크린 아내의 뒷모습에서 돌아가신 장모님이 보이고, 남편의 주름진 얼굴에서는 시아버지가 살아오신다.
그럴 때면 누구랄 것도 없이 애잔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시인은 늙은 아내를 보고 문득 깜짝 놀랐지만, 세월은 아내만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나이듦에 초점을 맞추어주는 돋보기였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변화’와 ‘도전’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변화가 나에게 다가온다.
노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건강을 잃고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퇴직 후를 위해 살고 있다.
편안하게 은퇴하여 더 이상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는 삶을 꿈꾼다.
하고 싶은 일과 즐거운 일들을 모두 은퇴 후로 미룬다.
은퇴 후에는 더 많은 돈과 자유, 지혜와 여행을 할 시간을 얻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과정이다.
당신은 은퇴 후 첫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만세!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처음 몇 달간만 좋을 것이다.
은퇴한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편안하고 안락하게 바뀔 거라고 믿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삶의 습관도 갑자기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지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즉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매일 매일을 즐기는 것,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마음을 여는 것,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통찰력을 갖는 것, 그리고 인생을 하나의 즐거운 모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멀리 있는 것이 멋있고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는 없는 별, 멀리 있는 별을 동경한다.
그러나 멀리 있는 별만 별이 아니다.
지구도 멀리서 보면 푸르게 빛나는 별이다.
더 가까이는 ‘당신’이라는 별이 바로 곁에서 반짝이고 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더니, 봄은 정작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네.”라는 오도송(悟道頌)에서도 우리는 그 간단한 진리를 매우게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가 바로 그 빛나는 별이다.
이 나이에도 아직 해보지 못한 일,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다.
그 기대감과 설렘이 우리의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우리는 그 모험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에 기꺼이 열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