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충동 지름신이 강림하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3.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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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 지름신이 강림하다.]【윤경변호사】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형사재판이 5시쯤 끝났다.

다소 지쳤지만, 그 덕분에 오늘은 바로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니, 소포가 와 있다.

지난 주말 주문한 신발이 도착했다.

신발과 사랑에 빠졌다.

 

나는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으며 살았다.

그런데도 물건 살 때는 ‘충동구매 성향’이 있다.

아마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항상 근검과 절약을 실천하라는 말이 ‘체벌’처럼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지금, 단지 반항심으로 ‘충동구매 지름신’을 숭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내는 더 잘 지른다.

그래서 내가 혼날 일은 없다.

너무나 많은 쇼핑 구매 물건에 놀란 내가 묻는다.

“그거 얼마 주고 샀어?”

 

눈을 반짝이며 명랑한 목소리로 가격표를 보여주는 아내의 대답은 한결 같다.

“싸게 샀어. 이거 봐, 반값이잖아.”

 

절반 값에 산 아내에게 어떻게 화를 낼 것인가?

“고마워, 당신이 최고야.”

 

나 같은 짠돌이의 인생은 외롭다.

옛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사가 힘들어지면 쇼핑을 한다.”

대체 왜 저축을 하는가?

삶의 질이라는 것도 있다는데.

그러니 아내가 가끔씩 기분이 울적해해서 뭔가를 산다고 해서 난리법석을 피우지 말자.

 

인생은 짧다.

물론 카드청구서가 돌아오는 시간은 더 짧다.

 

짠돌이인 나도 가끔은 내 자신에게 호강을 시켜주고 싶다.

겨우 신발 한 켤레에 이토록 황홀한 기쁨을 느낀다면 말이다.

 

자기합리화에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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