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본 적이 있는가?]【윤경변호사】
자발적으로 혼자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얼로너(Aloner)’들 말이다.
당신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본 적이 있는가?
얼로너(Aloner)는 쾌적한 환경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취미와 여가생활을 혼자 즐긴다.
CGV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홀로 영화를 보는 혼영족의 비율이 2013년에는 7.2%에서 2016년에는 11.7%로 증가했다.
그 중 20-30대 젊은 세대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몰입감 있는 관람을 위해(49%)’, ‘약속 잡는 과정이 귀찮고 복잡해서(48.2%)’, ‘혼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38.8%)’, ‘원하는 시간에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38%)’의 순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7월 온라인쇼핑몰 G9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중 56%가 나홀로 여행을 한 경험이 있었다.
혼행을 떠나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 갖고 싶어서(47%)’, ‘편해서(42%)’였다.
패키지투어(8%)보다는 자유여행(84%)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이렇게 뭐든 혼자 하다보니 이들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관심 분야에서 최상의 집중력과 몰입을 발휘하게 된다.
남이 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에 대한 ‘덕후’ 기질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자신의 일상을 발목 잡고 있는 스트레스를 정리하고 싶은 이들은 마침내 ‘사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권태로움과 싫증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인맥이라는 것이 순수한 인간적 관심에 바탕을 두지 않고 대체로 각자 어떠한 이익을 위한 목적지향적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
SNS의 발달로 Off-line으로까지 관계맺음의 영역이 무한 확장됨에 따라 회의감과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6년 5월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9.8%가 인맥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 중 70.3%는 인맥관리가 피곤하다고 응답했다.
의미 없이 쌓이기만 하는 대인관계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과감히 주변사람들을 정리하며 자발적인 혼놀족 활동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얼로너(Aloner)’들은 자아의식과 독립성이 강하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속해 있는 회사나 조직에 별다른 애착이 없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홀로’를 타인과 ‘공유’한다.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혼밥을 먹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
혼밥동호회, 혼술동호회 등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을 통해 생판 남과의 저녁식사도 즐긴다.
이들은 공통의 관심사나 공통의 목적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보를 나눌 뿐 서로의 신상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는다.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지인과 모이지 않고 생판 모르는 남과 식탁에 마주앉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식사는 그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요구되는 한마디로 ‘피곤한 감정노동’인 것이다.
각자의 신상에 대해 철벽을 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전혀 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통의 관심 분야 외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가식 없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부모의 잔소리보다 내 한 몸 여유롭고 행복한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얼로너(Aloner)’들에게 독립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결혼이다.
비혼족은 결혼제도가 인생의 필수과정이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만 하기를 원한다.
지금은 미혼모를 백안시(白眼視)한다.
하지만 조만간 ‘미혼모’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교수, 여판사, 여의사 등 여자 전문직 종사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유명한 미래학자가 예언한 말이다.
나도 다소간의 혼놀족 기질이 있지만,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이 이처럼 빨리 변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드라마 ‘혼술남녀’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 일상을 꿋굿이 버티기 위해서다. 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하루. 쉽게 인정하기 힘든 현실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주문과도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혼술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하는 이유는 어쩌면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현실에 지쳐서 혼술을 하는 외로운 풍경 대신 자신의 꿈을 쫒는 신바람에 흥겨워하면서 스스로를 응원하는 혼즐족들의 건강하고 활력있는 에너지가 세상 구석구석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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