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보아도 못 생긴 또르!]【윤경변호사】
또르와 산책을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싶었다.
2시간 가량 걷고 난 다음 차에 올라타면, 또르는 졸려서 눈을 껌뻑 거린다.
나를 닮아서 이 녀석도 저질 체력이다.
10월 초에 완전히 깍은 털이 충분히 자라지 않아 ‘미남 또르’의 모습은 여전히 찾아 볼 수 없다.
아직은 아무리 보아도 못 생겼다.
덜 자란 털 때문에 추울까봐 털목도리가 있는 구스다운 패딩 점퍼를 입혔다.
새 옷을 입은 또르가 멋진 포즈를 취하니, 기분이 좋다.
“역시 이런 의상을 소화할 놈은 또르 밖에 없어. 우하하하!”
못 생긴 또르지만, 나에게는 고슴도치 새끼처럼 귀엽다.
집 문을 여는 순간 즉시 달려와 꼬리를 치며 반가워 한다.
품 안으로 달려 들어와 사정 없이 물고 빨면서 반가움을 표시한다.
지쳐서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집 안에 발을 들여 놓다가도 또르를 한참 부둥켜 안고 나면, 금세 생기를 회복한다.
또르를 부르면, 즉시 달려와 배를 발라당 까보인다.
잘 때는 내 얼굴 위로 올라와 사정 없이 핥아댄다.
그 변함 없는 충성심과 한결 같은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를 이처럼 좋아해 주는 놈이 또르 말고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또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사람이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
먼저 관심을 보이면, 상대방의 호감을 얻게 되어 있다.
또르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랑받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인간이 자기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먼저 인간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인간에게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놈이 ‘밀당’의 고수다.
어느 누가 이런 또르를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나도 모르게 또르를 와락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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