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시음기(始試記)】《농향형 백주가 도시풍의 세련된 맛이라면, 장향형 ‘마오타이’는 그리운 시골집의 쿰쿰하지만, 정겹고 구수하고 그리움이 가득한 그런 맛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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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기(試飮記)가 아니라, 시음기(始飮記)이다.
우량예(오량액)이나 수정방 등 농향형 백주는 많이 마셔보았지만, 마오타이는 처음 마셔보기 때문이다.
이번 코카서스 여행시 기내 면세점에서 술 4병을 구입했다.
‘조니워커 블루’, ‘헤네시 꼬냑 X.O.’, ‘마오타이’, ‘수정방’이다.
전부 내가 마시려고 구입했다.
와인도 좋아하지만, 위스키나 꼬냑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 역시 의외로 맛이 있고 큰 기쁨을 준다.
입 안에 한 잔 털어 넣으면, 향긋한 향이 확 퍼지면서 짜릿하고 황홀한 목 넘김이 최상의 혀르가즘을 선사한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 마시면 음식과 함께 궁합을 이루면서 식욕을 돋구고 기분도 좋게 만들지만, 독주는 아무런 안주 없이 향을 오랫동안 음미하다가 한 잔 그대로 들이키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농향형 백주인 연태고량주, 오량액, 수정방 등은 향긋한 과일향이나 파인애플향 등이 나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장향형 백주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장(醬)은 된장, 간장 등을 말할 때의 그 장(醬)을 말한다.
마오타이는 장향형 백주의 백미라고 불린다.
마오타이주의 포장은 그다지 멋이 없다.
병 모양도 안 예쁘다.
그럼에도 가품을 방지하기 위한 홀로그램 등 여러 장치가 보인다.
안에는 조그만 잔이 2개 들어 있다.
이제 시음할 차례다.
한 잔 들이키니, 참 독특하다.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그동안 마셔왔던 농향형 백주 특유의 농염하고 향긋한 과일향과는 정말 거리가 멀다.
처음에는 단맛과 초콜릿향이 올라오고, 뒤이어 쿰쿰한 향이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있는 향이다.
독주임에도 누룩향과 같은 발효 냄새가 난다.
향을 더 음미하기 위하여 더 큰 잔으로 바꾸었다.
향은 맛과는 또다른 오묘한 향이 난다.
다시 더 큰 와인 잔으로 바꾸어 다시 향을 맡았다.
이제는 제대로 마오타이 향이 난다.
첫 노트는 단맛과 함께 초콜릿향이 느껴지고, 미들 노트부터는 한산 소곡주에서 느낄 수 있는 누룩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난 치즈나, 요거트, 젓갈, 김치, 송화단(삭힌 오리알) 등의 발효음식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누룩향이 매우 구수하게 느껴진다.
정말 처음 경험해 보는 색다른 맛이다.
하지만 친근한 고향의 맛이다.
농향형 백주가 도시풍의 세련된 맛이라면,
장향형 ‘마오타이’는 그리운 시골집의 쿰쿰하지만, 정겹고 구수하고 그리움이 가득한 그런 맛이다.
나 같은 시골 촌놈의 입맛을 가진 사람에게는, 마오타이가 왜 명주인지를 실감나게 해 준다.
향과 맛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황홀감을 선사하는가?
먹고 즐기기 위해 태어난 것은 진실임을 깨닫게 해준다.
거기에는 삶과 사랑이 담겨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마오타이 맛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
그뿐이랴, 가보지 못한 곳, 먹어보지 못한 음식 등도 너무 많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질주해 온 인생인데 말이다.
바쁜 것이 성공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끼는 것이 성공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온 세상에 널려 있다.
우리가 스스로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생을 맘껏 즐겨라!
매순간을 음미하고 소중한 모든 순간을 축복하고 기쁨을 누려라.
타오르는 일몰의 순간을 보고, 웅장한 자연의 경관에 감탄을 하고, 청명한 날씨와 신선한 바람을 음미하고, 싱싱한 나뭇잎의 신선한 향기를 맡고, 시원한 계곡물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고, 곤충과 새들의 다양한 소리를 음미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와 목소리를 간직하라.
멋진 오페라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라.
최고급 식사와 아름다운 루비빛 와인 한 잔, 그리고 가슴 뛰는 감정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대담하리만치 환희로 가득 찬 순간을 꾸려보는 건 어떨까?
어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