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허송세월”】《노후에도 행복하려면, 늙어가는 나이에 걸맞는 새로운 인생관이 필요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주 오래 전에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 등의 책을 읽고 그의 예리한 필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늙음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그린 책 ‘허송세월’이 나왔다고 해서 어제 쿠팡으로 주문했더니, 오늘 도착했다.
그는 1948년생으로 현재는 만 76세이다.
전국 각지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쓴 ‘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 그의 체력과 열정에 감탄을 했었는데, 그런 그가 이제는 늙음과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겨우 76세에 불과한데 말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그토록 강인한 체력을 가졌던 그가 이제는 음주를 절제하고 담배를 끊은 이야기, 더 이상 등산을 할 수 없어 등산장비를 후배들에게 모두 나누어준 이야기,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고통을 수치로 측정하려 한 일화 등이 실려 있다.
예전에 이어령 박사가 쓴 “눈물 한 방울”이란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받았었다.
2022년 2월 26일 별세한 저자는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았다.
위 책은 저자가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생명과 죽음에 관하여 성찰하면서 손그림과 친필로 쓴 노트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암 투병 중인 노(老)학자가 마루에 쪼그려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 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겁고 미련한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야 너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냐.”
조선일보에서 게재된 이어령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그 많은 경험을 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책도 나에게 ‘나이든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 일깨워준 책이 바로 이어령 박사의 책이었는데, ‘허송세월’이란 책이 다시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쓴 김훈 작가의 나이가 ‘겨우 70대 중반’이란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다들 말년의 삶도 지금의 삶과 동일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노년에 대하여만은 ‘현실적인 긍정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위험하다.
낙관주의자들은 어두운 계곡을 내려갈 때조차도 용감하게 웃음을 머금으며 “사태가 눈에 보이는 것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세상에는 이처럼 보상받지 못할 사랑을 테마로 수많은 곡들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분명 멋지고 낭만적인 주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을 말년을 살아감에 있어 그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그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을 뿐인데도,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노후에도 행복하려면, 늙어가는 나이에 걸맞는 새로운 인생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