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체력, 또르】《얼른 집에 가서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또르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야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와 산책을 했다.
함께 브런치를 먹은 후 공원을 돌았는데, 우리나라 여름은 이제 무덥고 습하다.
겨우 30분밖에 안 걸었는데도, 또르가 걷기 싫어 안아달라고 조른다.
이 놈은 심각할 정도의 저질 체력을 가지고 있다.
아빠인 나를 닮았으니, 뭐라 하기도 어렵다.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다른 층에 사는 이웃 아저씨를 만났다.
그분이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리와 마주치곤 했는데, 그 리트리버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를 가졌음에도 정말 순하고 사교적이었다.
작년에 그 리트리버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 충격으로 그분은 거의 6개월간 사는 기분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더이상 개를 키우지 못하겠단다.
또르가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정기적으로 산책과 목욕, 미용을 시켜야 한다.
또르는 기분이 나쁘면 항의라도 하듯이 가끔은 엉뚱한데다가 응가를 하는 등 몽니를 부린다.
내가 부르면 그 자리에서 꼬리만 살랑거리면서 오히려 내가 다가와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는 등 엄청 도도하게 굴다가도, 산책시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면 무서워 내 뒤로 숨으면서 안아달라고 내 다리를 박박 긁는다.
하지만 또르가 이렇듯 불완전하고 연약한 생명이라서인지, 더 많은 애정이 간다.
인공지능 로봇 애완견처럼 병에 걸리거나 고통에 시달릴 일이 없고, 말썽 피울일 없이 완벽하다면, 그래서 내 도움과 손길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 과연 그 로봇강아지에게로 향한 애정과 관심이 또르만큼이나 강할까 싶다.
여전히 돌봐주지 않으면 낑낑거리고, 내 손짓을 거부하고, 가끔은 엉뚱한데다가 응가를 하지만, 그렇기에 여전히 사랑스럽다.
혼을 내면 슬그머니 도망을 갔다가도, 1분도 안되어 내게로 다가와 안아달라고 발로 내 다리를 툭툭 친다.
침대에 누우면, 언제나 바로 달려와 내 손과 얼굴을 맹렬하게 핥아댄다.
내 손과 얼굴을 핥는 또르의 혀를 통해 ‘작고 여린 따스함의 감촉’과 ‘생명의 온기’를 느낀다.
작은 생명체가 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애잔한 느낌 때문에 가끔은 눈물이 핑 돌아 나도 모르게 창 밖을 내다 본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랑을 더 많이 한 것은 죄가 아니다.
상대에게 주고 싶은 만큼 다 준 사람은 후회가 없다.
사랑에는 결코 후회가 없다.
사랑은 반드시 누려야 할 인생 최고의 기쁨이다.
어떤 삶을 살든 사랑만큼은 미루지 마라.
나중에 후회하는 쪽은 오히려 덜 사랑한 쪽이다.
또르에게서는 후회나 반성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지만 말이다.
귀엽지만, 나쁜 B형 남자 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