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개두릅(엄나무순)】《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쌉싸름한 맛과 함께 입안에 봄내음이 가득 퍼져 나간다. 오늘 난 봄이 되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가 산에서 개두릅(엄나무순)을 직접 채취해 선물해 준다.
“봄을 맛보라.”는 마음과 함께.
어릴 적 봄소식을 전해준 건 꽃도 나무도 아닌 한그릇의 ‘음식’이었다.
동네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저녁 무렵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소리를 듣고 친구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밥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하곤 했다.
밥상 위에 놓여진 쑥 국이나 냉이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는 언제나 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오늘 유튜브를 따라 엄나무순(개두릅)을 살짝 데쳤다.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쌉싸름한 맛과 함께 입안에 봄 내음이 가득 퍼져 나간다.
온몸이 초록빛으로 물들면서,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기분이다.
스테이크, 피자, 케밥, 파스타 등 화려한 음식들이 넘치는 요즘 아마도 젊은 사람들은 모를 거다.
개두릅 한 점이 주는 고향의 맛, 입속에 피어나는 봄내음의 기억을.
엄나무순(개두릅)은 참두릅보다 더 맛있고, 더 향긋한 향이 난다.
초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데친 엄나무순을 그냥 먹어도 맛있다.
난 야채샐러드도 아무런 드레싱 없이 손으로 집어 한 접시를 모두 비운다.
그래서인지 데친 개두릅을 그냥 먹어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있는 그대로 파릇파릇한 봄 그 자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연은 가장 강력한 치유다.
웬만한 병도, 지친 마음도
나무 사이를 걷고 흙냄새를 맡는 순간 사라진다.
인간이 만든 음악이 아무리 감미로워도 빗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를 능가할 수 없다.
개두릅 한 접시에 봄내음이 있고, 나무향과 흙냄새가 있고, 자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오늘 난 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