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1)】《키르기스스탄의 휴양 도시인 촐폰아타(Cholpon-Ata)의 이식쿨 호수(Issyk-Kul Lake)에서 유람선을 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이식쿨 호수에서 파란 마음을 띄운다. 촐폰아타에서의 하루.
키르기스스탄의 휴양 도시 촐폰아타(Cholpon-Ata)에 도착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구름이 끼어있다.
도시라는 말보다 ‘호수 곁의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이곳은 고요했고, 넉넉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이식쿨 호수(Issyk-Kul Lake)’가 눈앞에 펼쳐졌다.
따뜻한 호수, 차가운 산,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
‘이식쿨’은 현지어로 “따뜻한 호수”를 뜻한다.
하지만 이 따뜻함은 단지 온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발 1,600m,
설산을 품은 높은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호수는 단 한 번도 얼어붙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지하에서 솟는 천연 온천수와
약간의 염도가 섞인 광물질 가득한 호수의 체온 덕분이다.
몸을 낳은 빙하는 차갑지만,
그 품은 따뜻하다.
그래서일까.
이 호수는 오래전부터 병을 고치고, 마음을 고치는 호수로 불려왔다.
러시아인 선장이 한국 트로트를 틀어준다.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하나의 시였다
파란 하늘, 파란 호수,
그리고 저 멀리, 만년설로 빛나는 톈산산맥.
그것들은 말이 없었지만
내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물이 길이 되고,
산이 배경이 되는 순간,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자연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내 안의 묵은 생각들이 물결처럼 흘러나갔다.
그리고 나는 문득,
그 모든 것을 잊고
한없이 맑아지고 있었다.
호수 곁에 머문 마음
촐폰아타는 작은 도시였지만,
이식쿨이 그 모든 풍경을 감싸 안고 있었다.
바람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묻는다.
“어쩌면 진짜 여행이란,
이렇게 마음이 스스로 멈추는 순간 아닐까.”
이식쿨은 호수가 아니라 거울이었다.
내가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내가 얼마나 멀리 돌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다시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를
조용히 비추어주는, 그런 거울.
여행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더 깊이 잠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