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4)】《바다에 온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그 순간, 이식쿨 호수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아침 햇살이 유난히도 투명하다.
이식쿨 호수를 향해 나섰다.
어제의 흐릿한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오늘은 마치 가슴속 응어리를 쓸어내리듯 맑고 화창했다.
바다를 닮은 호수.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은 멀고도 가깝게 반짝였다.
모래사장을 스치는 파도 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이렇게 시원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생각했다.
"그래, 내 인생에도 이런 장면 하나쯤은 있어야지."
물가에 앉아 손을 담가보았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다.
한없이 투명한 물, 고요한 수면, 그리고 나.
삶이란 어쩌면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끝으로 갈수록 더 빠르게 소진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을 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누려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건다.
간절히 원하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불확실함에 움츠러들기보다
깃털처럼 가볍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어떤 결정이든 내 안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다면
삶은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어느 날 한여름 나무 아래 드리운 그림자처럼
무심히 다가오기도 하고,
나무 꼭대기 끝에 달린 열매처럼
손에 닿을 듯 말 듯 간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행복은 열망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여행의 끝엔
조금은 다른 내가 서 있을 것이다.
길을 잃어도 좋다.
낯선 골목을 헤매도 좋다.
그 길 위에서
소소한 기쁨과 작고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지 다시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