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2)】《세계 4대 종교의 주요 5개의 예배당의 화합을 위한 곳 ‘르호르도 종교관(Rukh Ordo)’》〔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신이 머무는 뜨락 – 르호르도 종교관에서 보낸 고요한 오후
촐폰아타의 호숫가 선착장에서 5분 거리에
조용한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 하나를 마주쳤다.
그곳의 이름은 르호르도(Rukh Ordo),
키르기스어로 ‘영적 센터’를 뜻한다.
세상에 수많은 신이 있고
수많은 기도가 존재하지만,
그 모든 믿음이 하나의 땅 위에 조화를 이룬 모습은 처음이었다.
다섯 신의 길이 교차하는 곳
르호르도는
이슬람, 러시아 정교, 천주교, 불교, 유대교
이 다섯 종교의 상징적인 예배당이
나란히 서 있는 공간이다.
마치 세계의 다양한 신앙들이
이곳에서 서로를 향해 인사하고 있는 듯한 풍경.
예배당 내부엔
각 종교의 상징물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십자가, 불상, 성화, 히브리어 두루마리, 쿠란.
그러나 어느 하나가 중심이 아니었다.
모두가 중심이고, 모두가 조용히 서로를 존중하는 풍경.
야외 정원에는
한국에서 기증한 종이
햇살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가만히 종을 바라보다가
나는 종으로 다가가 종을 쳤다.
믿음은 다르되, 마음은 다르지 않음을
르호르도는 그저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서로를 향해 낼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존중의 표현이었다.
이곳에선
신의 이름이 달라도
기도하는 손의 떨림은 닮아 있고,
예배의 언어가 달라도
그 속에 담긴 바람은 하나였다.
바로 평화.
신이 누구이든,
우리가 서로를 향해 손 내밀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기도가 되지 않을까.
이 조용한 영적 공간을 나서며
난 마음 속에 작은 평화를 품었다.
여행의 목적은 종종 이런 곳에서 이루어진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지 못했던 마음을 듣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