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나】《감정을 부드럽게 안아 주는 것은 아픔을 덜어 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따뜻한 봄날 오후였다.
모두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우연히 교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발견했다.
누군가 잃어버렸겠지, 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섰지만, 그 작은 선의는 곧 무너졌다.
돌아왔을 때, 돈은 사라져 있었고, 나는 범인이 되어 있었다.
결백을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는 절망.
나는 조용히 사라지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의 음산한 미나리깡 연못으로 걸어갔다.
햇살이 사라져가던 그 시간, 나는 그저 연못가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때
한 마리 참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고 가벼운 존재가
그저 날아가면 될 것을,
한참 동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동자 속에서
‘난 널 믿어’라는 말 없이 전해지는 어떤 온기를 느꼈다.
참새는 결국 날아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봄 햇살, 흰나비의 날갯짓, 그리고 참새의 눈빛까지.
만약 신이 내게 단 하루의 과거를 돌려준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날을 다시 살고 싶다.
이번에는 돈을 가지고 선생님 앞에 직접 내밀 수 있도록.
이제는 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듬어줘야 할 나의 일부였다는 것을.
나는 내 안의 그 감정에게 말한다.
“너를 이해해.
그동안 너를 모른 척해서 미안해.
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줄게.”
감정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일,
그것이 아픔을 덜어 주는 첫걸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