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걸어둘 나무, 영혼이 쉴 자리】《걱정은 내일의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오늘의 평온은 앗아간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낡은 시골집을 손보려고 목수를 불렀던 어느 날, 나는 한 남자의 고단한 하루를 곁에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펑크 난 타이어, 멈춰버린 전기톱, 그리고 끝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낡은 트럭까지.
그는 내 차 조수석에 앉아, 집으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 현관 앞, 그곳에 이르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현관 앞의 작은 나무를 향해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그 가지들을 가만히 어루만졌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하루의 먼지와 피로가 씻겨나가는 듯했습니다.
그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고,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들을 힘껏 안고 아내와 다정한 입맞춤을 나누었습니다.
조금 전의 그 무거운 침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 순간, 세상 모든 근심이 그의 어깨에서 스르르 흘러내리는 듯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내 물음에 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 이 나무는요, 제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입니다.“
그는 매일 저녁, 일터에서 생긴 모든 근심과 문제를 저 나뭇가지에 하나하나 걸어두고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며 다시 그것들을 챙겨 나온다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 말이죠," 그가 덧붙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꺼내보면, 그 많던 걱정거리들이 꼭 전날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더라고요.“
마리안느 머스그로브의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이미 빛바랜 걱정들과 낡은 두려움을 품에 꼭 안고 살아가는 걸까요.
하물며 그 무거운 짐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조차 내려놓지 못하고 무심코 그들에게 흘려보내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한 그루가 간절히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축의 『잃어버린 영혼』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길을 잃었습니다.”
밤잠을 설치던 한 남자에게 의사는 이런 처방을 내립니다.
"당신만의 장소로 가시오. 그곳에서 영혼이 당신을 찾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시오."
남자는 도시를 떠나,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숲 속 벤치에 앉아 그저 기다립니다.
하루가 가고, 계절이 바뀝니다.
마침내 그의 앞에 나타난 지치고 상처 입은 영혼.
둘은 비로소 서로를 알아보고, 영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드디어... 당신을 찾았어요.”
뒤처져진 우리의 영혼은 지금 어디쯤을 헤매고 있을까요.
그림자처럼 희미해진 영혼의 온기가 그리울 때, 그 목수가 가르쳐준 작은 나무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그 나무에 하루의 소란과 걱정을 잠시 걸어두고, 마음에 작은 빈자리를 내어주는 연습을 시작해봅니다.
따스한 차 한 잔이 천천히 식어가는 동안의 고요함.
책장 깊숙이 빠져드는 온전한 몰입의 순간.
사랑하는 이와 그저 눈을 맞추며 나누는 나지막한 대화.
바로 그 순간, 그 작은 틈으로 우리의 지친 영혼이 돌아와 쉴 자리가 생겨납니다.
걱정을 걸어둘 나무 한 그루,
그리고 지친 영혼이 돌아와 머물 자리 하나.
어쩌면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그 두 가지면 족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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