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메덩골정원에서의 하루.】《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날, 가을의 한가운데를 걷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그냥 보내기 아쉬운 가을 하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름은 끈적한 미련처럼 우리 곁을 맴돌았습니다.
바람마저 무겁게 살갗에 달라붙던 그 날들이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계절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문을 닫고 새로운 막을 열었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서늘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며 잠자던 감각을 깨웠습니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 밤새 씻어낸 듯, 비현실적인 투명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더는 우리를 지치게 하지 않았습니다.
가을이었습니다.
이토록 불쑥, 가장 완벽한 얼굴로 인사도 없이 찾아온 가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이 먼저 "떠나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렇게 나는, 홀린 듯 양평 메덩골정원으로 향했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파랗던, 그 가을의 정원>
입구에 들어선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한적한 돌담길은 나를 재촉하지 않았고, 잔잔한 연못은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어 잠재웠습니다.
소담한 정자와 굽이진 산길 사이로, 가을빛은 물감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도슨트의 나지막한 설명을 따라 걷는 길.
정원 하나하나에 숨겨진 철학과 이야기가 발걸음마다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물 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그 모든 풍경이 '사색'이라는 단어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습니다.
중앙의 작은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었습니다.
차가운 가을 공기 속으로 쌉싸름한 향기가 흩어질 때, 나는 비로소 한 장의 그림 속에 온전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그만 하늘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저것은 단순한 '파랑'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숨겨두었던 물감인지, 세상의 모든 푸른빛을 짜내어 쏟아부은 듯한, 끝없이 펼쳐진 압도적인 푸르름.
스마트폰은 그저 사각형의 하늘을 담아낼 뿐, 내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벅찬 색감을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짧지만 완벽한 가을의 한순간.
돌아오는 길, 가슴 한편이 묘한 충만함으로 젖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황홀함의 정점에서 나는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이토록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은, 왜 항상 이 순간이 곧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아쉬움을 함께 데려오는 걸까요.
이 감동과 추억이 모두 스러져 버릴 것만 같은,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 찰나의 아쉬움조차,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 증명하는 듯했으니까요.
내 안을 어지럽히던 사소한 번민들이 이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한낱 부스러기처럼 작아지는 순간.
내가 지금 이런 환상적인 그림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삶의 모든 얼룩이 용서되는 듯한 순간.
그래서 자연이 좋습니다.
가끔 만나는 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감정들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