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걸이와 은팔찌가 선사하는 황혼의 팔레트.】《해가 질 때 아름다운 것은 ‘시간’뿐, 내 황혼의 색도 멋진 색으로 물들 수 있도록 ‘시간’의 팔레트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감을 짜 넣고 싶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가을바람이 문득 곁을 스치던 날, 나는 헤이리 예술마을로 향했다.
널찍한 창으로 가을 햇살이 스미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파머스테이블(Farmer’s Table)에 앉으니, 복잡했던 마음이 고즈넉하게 가라앉는다.
이토록 한적하고 편안한 여유.
어쩌면 내가 기다렸던 것은 이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곳을 찾은 데는 작은 설렘이 있었다.
“뮤제데쟈네 70”이라는 은공방의 목걸이와 팔찌.
두 달 전 우연히 만난 그 은빛은 어느새 내 주말 산책의 다정한 동무가 되어주었다.
그 차갑고도 단단한 감촉이 좋아, 곧 떠날 포르투갈 여정에도 새로운 빛을 더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나이 든 이가 새 옷을 사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가진 옷도 다 입기 어려울 터인데, 왜 또 새로운 것을 찾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오히려 세월을 알기에, 남은 날들을 새로운 기쁨으로 채우고 싶은 간절함이 아닐까.
나 역시 참 먼 길을 걸어왔다.
낮 동안 숨 가쁘게 세상을 비추던 태양도 이제 저 너머로 잠기며 주변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황혼이다.
저 황혼의 색이 매일 조금씩 다른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보낸 시간의 색이 거기에 투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밝고 환하게 웃던 날은 맑고 투명한 노을을, 삶이 거세게 요동쳤던 날은 더욱 불타는 듯한 노을을 빚어낸다.
따지고 보면 해가 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간' 그 자체이며, 그 순간은 언제나 숭고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내 황혼의 색도 멋진 빛으로 물들 수 있도록, 내 '시간'의 팔레트에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감을 짜 넣고 싶다.
인생의 일몰은 일출만큼이나 영광스럽다.
오래된 바이올린일수록 그 울림이 더 깊고 아름답지 않던가.
결국 인생을 어떻게 만끽하는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깨닫는다.
오래 살았다고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꿈을, 가슴 뛰는 열정을 저버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이가 드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
가슴속 불씨를 잃고 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늙은 사람이다.
삶의 열정에는 결코 마침표가 없다.
이보게들, 우리가 나이를 좀 먹긴 했네.
시간이 그러하길 허락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농담으로라도 우리가 '언덕 너머'에 가 있다고는 말하지 말게.
인생이란 이토록 충만하고, 삶의 축복은 여전히 위대하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아직 채워갈 시간과 나눌 열정이 남아있다네.
옛날처럼 그리 빨리 걷지는 못할지라도,
우리의 걸음은 여전히 '언덕'을 오르고 있다네.
머리는 잿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조금 비틀거릴지언정,
단 하루도 허송세월하지 않겠네.
행복한 삶의 기억들은 그렇게 시간과 함께 켜켜이 채워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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