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구박물관, 해 질 녘의 초대】《성북동, 고즈넉한 시간의 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주말 저녁, 익숙한 듯 낯선 서울의 한 조각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성북동 산기슭에 자리한 그곳은, 마치 시간의 속도를 늦춰놓은 듯 고요했습니다.
햇살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한옥 지붕 위로 스며드는 마지막 빛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박물관으로만 생각했던 그곳에서 결혼식이 열린다는 사실도 새로웠지만, 저를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해가 저물기 시작한 그 순간의 풍경이었습니다.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 한옥의 처마와 고요한 정원.
'고즈넉하다'는 말이 이토록 피부에 와닿게 느껴진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저 조용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품은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운치'가 공기 중에 배어 있었습니다.
정원에는 잔잔한 음악이 깔려 있었고,
곳곳에 놓인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저녁을 맞이했습니다.
그 빛이 오래된 나무와 기와에 닿을 때,
마치 세월이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저만치 멀리 남산 타워가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기와지붕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상징.
그 시대적인 대비마저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에 잠시 숨을 고르기까지 했습니다.
정말이지, "예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강남의 풍경과는 참으로 달랐습니다.
거긴 늘 바쁘고, 화려하고, 반짝이지만
어쩐지 마음을 쉬게 해주는 풍경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촌마을이나 성북동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나무가 말을 걸고, 바람이 숨 쉬는
‘옛것의 온기’가 있습니다.
그 온기가 제 마음을 덮었습니다.
문득, 제가 왜 이토록 강북의 풍경을 사랑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리함과 새로움이 도시의 미덕이라 불리는 시대에도, 이곳 강북에는 지켜내고 싶은 '옛 모습'의 아름다움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그 운치 있고 고즈넉한 풍경들이,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를 찍어주는 듯했습니다.
아름다운 시작을 축복하는 마음과 더불어,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선물 받은 듯한 충만한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저녁, 그곳의 공기 속에서 조용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걸, 다시금 배웠습니다.
그날의 공기, 그 풍경은 한동안 제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머무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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