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쌓이는 가벼운 것들.】《마지막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기 전에, 마음을 쓸어주는 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세상에는 무게가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창밖을 떠도는 먼지 한 톨,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하나,
그리고 지금, 소리 없이 내려앉는 저 눈송이 하나처럼 말입니다.
참새는 눈송이 하나의 무게를 “거의 없음”이라 말했습니다.
그 말이 맞겠지요.
그토록 가볍고 여린 것이 무슨 무게를 가질까요.
하지만 까치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심심해서 눈송이를 세어보았다지요.
삼백칠십사만 천구백오십이 번째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마지막 거의 없음 하나가 내려앉는 순간,
거대한 전나무 가지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져버렸다고요.
우리의 마음도 그 전나무 가지와 같습니다.
매일 수없이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내려앉습니다.
스쳐 간 사소한 염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
문득 떠오른 희미한 의심.
그 하나하나는 너무나 가벼워
무게를 잴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하지요.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 가벼움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보이지 않는 무게가 됩니다.
어느 날 인도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수혈로 새 삶을 얻었지만,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낯선 피의 주인을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그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그 작은 의심의 눈송이 하나가 그의 마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고, 이유 없는 두근거림에 시달렸지요.
의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기적처럼 되찾은 생명을
자신이 지어낸 어둠 속에 가두어버렸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하나의 의심에서 천 개의 비극을,
하나의 염려에서 만 개의 불안을 만들어냅니다.
그 이야기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창밖의 햇살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행복도, 슬픔도 어쩌면 같을지 모릅니다.
그것을 너무 크게 만들어버리는 순간,
그건 우리를 덮어버리는 무거운 눈 더미가 되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그저 가만히 내 마음에 이렇게 속삭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그렇게까지 큰일로 만들지 말자.”
이 다정한 조언은 남을 위한 말이 아닙니다.
수많은 생각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오직 나 자신을 향한 가장 따뜻한 위로입니다.
마지막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기 전에,
스스로의 마음을 가만히 쓸어주는 다독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오늘을 살아내는
가장 부드럽고 단단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