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요, 순이”.】《삶이 버거울 때는 그냥 이렇게 말하면 돼요. “저예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우리의 삶에도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수많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단 하나의 단어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순간.
세상의 모든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기댈 곳 하나 없는 광야에 홀로 선 것 같은 절망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무엇일까요.
여기, '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유복했던 어린 시절은 스러지고, 열여섯 어린 나이에 시작된 시집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엄한 시어머니의 멸시와 무심한 남편의 외면 속에서, 그녀의 하루는 깨진 물항아리 조각처럼 위태로웠습니다.
새벽마다 길어 올린 물동이의 무게만큼이나 그녀의 영혼은 지쳐갔습니다.
스물네 살, 마침내 순이는 모든 것을 뒤로했습니다.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그녀, 갈 곳도, 부를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한마디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늘과 땅, 그 모든 것을 향한 단 하나의 속삭임.
"저예요, 순이."
그것은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호소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스물네 해의 설움과 눈물, 부서진 희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자신을 통째로 내어놓는, 존재의 고백이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지요. 이 부서진 삶 속에서도, 나, 여기 이렇게 서 있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부끄럽지 않다.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건넨 이 다짐은, 그녀를 묶고 있던 모든 쇠사슬을 끊어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가, 우주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순이는 노래했습니다.
춤을 추었습니다.
마치 공기와 하늘만을 걸친 듯,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저예요. 나예요. 나는 지금, 이토록 빛나는 나로 존재하고 있어요."
우리의 삶이 버거울 때,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순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낯선 골목길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붉은 석양이 마음을 시리게 할 때도,
그저 이렇게 속삭여보세요.
"저예요."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도,
끝내 꺾이지 않고 당당히 여기에 살아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나'를 확인하는 그 말.
저예요.
지금 여기, 내가, 살아서 숨 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