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힘, 일상이라는 견고한 닻】《나이 듦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질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젊은 시절의 나는 '루틴'이라는 단어를 숨 막히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것은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창의성 없는 악보의 무한한 반복처럼 느껴졌습니다.
내 심장은 언제나 새로운 지평선, 예측 불가능한 모험, 내일을 통째로 바꿀지도 모를 거대한 파도를 향해 뛰었습니다.
삶이란 정체된 연못이 아니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흐르는 강물이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모험을 감행했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 낯선 도전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격렬했던 파도와 바람이 지금의 나를 만든 단단한 자양분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계절이 바뀌고, '은퇴'라는 쉼표가 삶의 악보에 그려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조용한 신호를 보내오면서, 나는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출근을 준비하는,
그 단순한 반복이야말로
내 하루를 붙잡아주는 질서의 뼈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지루하게 여겼던 '일상'이 사실은 내 삶이 표류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가장 견고한 '닻'이었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그저 기계적이라 치부했던 이 모든 것이, 실은 내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의식'이었으며, 삶을 단단히 디딜 수 있게 하는 '대지'였습니다.
이제 압니다.
진정한 새로움과 빛나는 도전은, 이 평범하고도 성실한 일상이라는 밭 위에서라야 비로소 싹틀 수 있다는 것을.
나를 지탱해 줄 단단한 루틴이 없다면, 내가 추구할 그 어떤 '특별함'의 씨앗도 뿌리내릴 곳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루틴이 없다면 새로움도 뿌리를 내릴 곳이 없고, 도전도 방향을 잃습니다.
젊음이 변화를 통해 자신을 넓혔다면, 나이 든 지금의 나는 루틴 속에서 나를 단단히 세웁니다.
나이 듦이란, 어쩌면 이 단조로움 속에 깃든 위대한 힘을, 그 반복이 주는 따뜻한 안식을 비로소 감사히 끌어안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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