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탤리언 레스토랑에 스파게티(Spaghetti)가 없는 이유】《단조로운 애피타이저만 맛보고 실망하기엔, 삶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1996년, 미국 듀크대학 Law School 유학 시절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유명한 이탤리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Olive Garden’에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현재와 같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없었고, 경양식 집에서 “스파게티(Spaghetti)”라는 이태리 음식을 팔고 있었다.
케첩 맛 토마토 소스에 면을 얹은 것이 전부였다.
유학 당시 법관으로서 상당한 상식을 가졌다고 자부했음에도, ‘파스타’나 ‘리조또’라는 단어는 내 귀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이었다.
레스토랑 메뉴판을 받아 들었을 때, 그 안에 적힌 이름들은 하나같이 알 수 없는 외국어였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당시에는 어떤 음식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스파게티(Spaghetti)를 주세요.”
하지만 웨이터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저희 메뉴에는 스파게티가 없습니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스파게티가 없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나라에 천지빛깔인 이탈리언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면, 각종 전채요리, 스테이크, 파스타, 리조또, 피자 등은 적혀 있지만, ‘스파게티(Spaghetti)’란 단어는 눈을 뒤집고 보아도 없다.
순간 당황과 창피가 뒤섞였다.
그래서 얼떨결에 물었다.
“What would you recommend? Let me know the most popular dish here, please.”
웨이터가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어떤 음식을 추천하길래 그 음식으로 주문했다.
이윽고, 어두운 막을 열고 등장한 조연 배우처럼 웨이터가 빵이 담긴 바구니와 기름에 간장이 섞인듯한 담긴 종지를 우리 앞에 내려 놓았다.
어이가 없었다.
빵 몇 조각과 종지에 담긴 기름이 전부라니.
너무 양이 적고, 완전 허무했다.
하지만 뭐라 내색할 수 없어서 빵과 기름을 바닥까지 긁어먹은 후 우리는 허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고야 말았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서.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웨이터와 얼굴 포갠 다른 손님들을 뒤로 하고서.
당시 한국에는 월마트(Walmart)나 해리스티터(Harris Teeter) 같은 대형마트도 없었다.
그리스 음식점이나 타이 음식점도 유학 시절에 가본 것이 생애 처음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애피타이저만 먹고 실망해서 나온 그 촌스럽고 창피했던 추억을.
달랑 빵과 올리브 오일 맛만 보고서, 정작 우리가 먹으려 했던 메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불평하며 연극 무대 같은 그곳을 나온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도 여전히 그렇지 않을까.
삶이 준비한 메인 요리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불평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는 아직, 신이 준비한 멋진 메인 요리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
단조로운 애피타이저만 맛보고 실망하기엔, 삶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