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경험의 옷을 입고 온다.】《나이든 사람에게 해외여행은 감당할 ‘체력’이 있어야만 허락되는 소중한 선물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대학 동기가 SNS에 올린 남미의 낯선 풍경 앞에서 내 심장은 다시금 ‘콩딱콩딱’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작년 이맘때 중남미의 흙먼지를 이미 밟고 왔건만, 타인의 여행 소식은 잠자던 내 안의 역마살을 여지없이 흔들어 깨운다.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다시 그 대륙을 밟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들썩인다.
마치 내 안 어딘가에 아직 떠나지 못한 또 하나의 여행자가 남아 있는 것처럼.
나이가 들면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는 걸까.
일상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은 불쑥불쑥 찾아와 악마처럼 나에게 속삭인다.
“일어나! 이제 다시 배낭을 꾸릴 시간이야.”
예전부터 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지의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곤 했다.
그것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단조로운 일상 속에 ‘설렘’이라는 선물을 미리 심어두는 의식이었다.
다가올 여행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값진 축복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포르투갈 일주 여행을 뒤로하고 잠시 숨을 고르던 차였다.
하지만 동기의 남미 여행 소식에 내 심장은 다시 ‘빠담빠담’ 뛰기 시작했고, 홀린 듯 아이슬란드행 티켓을 검색했다.
인천에서 런던을 거쳐 케플라비크(Keflavik)로 향하는 왕복 비즈니스석을 충동적으로 예약하며, 다시금 생의 활기를 느낀다.
나이가 들며 절실히 깨닫는 진리가 하나 있다.
행복은 '경험'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는 것.
우리가 지나온 생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은 소유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부딪히고 느꼈던 경험들이다.
그 경험의 수가 늘어날수록 인생의 밀도는 탄탄해지고, 남은 삶은 기대와 흥분으로 채워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살다 보면,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생각과 감정, 설렘과 감동,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줍게 된다.
인생의 시계바늘은 결코 뒤로 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불평과 한탄으로 흘려보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해외여행은 가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낯선 길을 묵묵히 걸어 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허락되는 소중한 선물이다.
머지않아 나 또한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허약한 노인이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비행기에 몸을 싣고 미지의 땅으로 향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이 허락됨에 깊이 감사한다.
내 안의 역마살은 어쩌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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