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낯선 길을 사랑하는 여행자의 또다른 선택.】《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지도 위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6. 2. 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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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_ANx4RcMGag

 

 

 

 

 

 

낯선 길을 사랑하는 여행자의 또다른 선택.】《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지도 위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낯선 골목을 사랑하는 여행자의 '특별한 외도’>

 

구정 연휴다.

3년 전 2월에는 이집트의 나일강 크루즈선에 있었고, 재작년 2월엔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 코뿔소와 마주했으며, 작년 2월에는 중남미의 우유니 사막에서 바비큐를 즐겼다.

작년 한 해 동안 포르투갈과 몽골, 중앙아시아 등 네 번이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에게 여행이란 언제나 두 발로 땀 흘리며 걷고, 지도를 보며 낯선 레스토랑을 찾아내고, 매일 아침 다른 호텔에서 눈을 뜨는 '움직임' 그 자체였다.

 

그런 내가 이번 구정 연휴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배낭 대신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우리 집 또르와 큰딸네 로키까지 온 가족과 함께 홍천의 한 풀빌라 리조트로 향한다.

 

<내 여행 사전엔 없던 단어, 리조트에서의 휴식>

 

솔직히 고백하자면, 리조트에서의 휴식은 내 여행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힘들게 두 발로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헤매고, 어디가 맛집인지 직접 찾아가 보고, 처음 듣는 언어와 처음 맡는 냄새 속을 걷는 것. 매번 새로운 호텔에서 잠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그런 여행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좋았던 곳이라도 다시 가기보다는 안 가본 곳을 택한다.

 

나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낯선 골목을 헤매는 것을 좋아하지, 한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것엔 매우 어색하고 서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호캉스'를 즐긴다는데, 나에게 호텔 방 구석에서 며칠을 보내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아무리 근사한 수영장이 있고, 스파 마사지와 고급스러운 위스키 바가 있다 한들, 담장 너머의 진짜 세상을 보지 못하는 답답함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번 간 곳보다는 안 가본 곳을, 편안한 소파보다는 낯선 길 위를 선호하는 내 취향은 어쩌면 요즘 세대의 눈에는 '꼰대세대의 유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취향을 넘어선 '함께'라는 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추억 때문이다.

내 취향대로라면 지금쯤 지구 반대편 어느 이름 모를 식당에 앉아 있어야겠지만, 이번 연휴만큼은 딸들과 사위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한다.

또르가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바비큐를 굽고, 밤이 깊으면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와 함께 와인 잔을 기울이며 '불멍'에 빠져볼 생각이다.

 

내 여행 방식과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느린 시간' 속으로 나를 잠시 밀어 넣어보는 것.

그것이 내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자, 고집스러운 여행자인 내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나름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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