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41). 도우루 밸리의 와이너리 식탁.】《포르투갈 전통 요리와 와인 페어링이 만든 포도밭 풍경.》〔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햇살이 빚은 도우루의 와이너리, 킨타 두 포르탈>
굽이굽이 흐르는 도우루 강을 따라 뒤로하고, 부티크 와이너리 ‘킨타 두 포르탈(Quinta do Portal)’에 발을 들였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가 설계한 와이너리 건물로도 유명하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건물은 마치 포도밭 사이에 조용히 내려앉은 현대 조각품 같았다.
와이너리 깊숙이 자리한 레스토랑 ‘카사 다스 피파스(Casa das Pipas)’의 창가석에 앉자마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끝도 없이 물결치는 황금빛 포도밭,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멀리서 흘러오는 구름의 그림자가 밭 위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자연이 식탁 위의 배경 음악처럼 흐르고 있었다.
<와인잔 속에 담긴 포도밭의 풍경>
식탁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코스 요리는 포르투갈의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우아하게 재해석해 냈다.
잠시 후, 작은 접시 하나가 식탁 위에 놓였다. 셰프가 건네는 네 가지 작은 아뮤즈부슈(Amuse-bouche), '사우다송 드 셰프(Saudações Do Chef)'로 입맛을 깨운다. 작은 크로켓과 치즈, 그리고 포르투갈식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텍스처와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서 가볍게 풀어지며 첫 잔의 화이트 와인(Portal Moscatel Galego Branco)이 따라졌다.
그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수프 ‘칼두 베르데(Caldo Verde)’. 케일과 감자를 곱게 갈아 만든 초록빛 수프 위에는 작은 초리조가 얹혀 있다. 단순하지만 깊은 맛으로 마치 오래된 포르투갈의 부엌에서 바로 가져온 듯한 따뜻한 향이 퍼졌다.
메인 요리는 문어였다. 고구마 퓌레 위에 올려진 그릴드 문어.
불에 살짝 그을린 표면과 붉은 소스의 색감이 접시 위에서 하나의 그림처럼 놓여 있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문어와 달콤한 고구마의 조화.
그리고 그 곁에는 도우루의 레드 와인(Portal Douro Red DOC)이 따라졌다. 와인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포도밭의 햇빛과 바람이 한 잔의 액체 속에 압축되어 있었다.
식사의 마지막은 호박 퍼프 페이스트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달콤한 디저트 위로 포트 와인이 천천히 따라졌다.
캐러멜과 견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토니 포트((Tawny Port).
와인 잔을 채울 때마다 퍼지는 신선한 과실 향과 떼루아(Terroit)의 미네랄은 요리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려 준다.
이곳에서는 음식이 와인을 돋보이게 하고 와인이 다시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바람과 한 모금의 와인이 머무는 곳, 그리고 오래된 시간의 맛>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걸어본 와이너리는 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지하 숙성고에 줄지어 늘어선 오크통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깊은 향을 빚어내고 있었고, 밖으로 나오자 화창한 날씨 아래 포도밭의 어린 잎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며 다시 한번 잔을 기울인다.
투명한 글라스 속으로 비치는 도우루의 하늘과 포도밭의 능선.
햇살이 포도밭 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하늘은 믿기 어려울 만큼 파랬고, 구름은 도우루의 언덕 위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일상의 소음이 지겨워질 때쯤, 이 평화로운 포도밭 언덕 위에 앉았다.
도우루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와인 한 잔이 내 영혼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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