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우연】《인생은 우연과 변수와 아이러니의 총합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바람에 실려 온 생의 무늬: 우연이라는 이름의 다정한 배후.>
머나먼 아마존 정글, 작고 가냘픈 나비 한 마리가 무심코 파닥인 날갯짓이 공기의 결을 바꾼다.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는 아마존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으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 냈다.
그 미세한 떨림이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뉴욕의 빌딩 숲을 뒤흔드는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본다.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일본의 오래된 속담에는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연쇄가 담겨 있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일어난다.
흙먼지가 일어나면 눈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샤미센(일본의 대표적 현악기로 3개의 현으로 되어 있다)을 탄다고 한다.
눈병에 걸려서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은 샤미센 연주자로 나서게 되고 이번에는 샤미센의 수요가 늘어난다.
샤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므로, 고양이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고양이 수가 줄어들면 늘어나는 것은 쥐들이다.
쥐들이 통을 갉아먹으므로, 통주인들은 새 통을 사야 하고, 결국 바람이 불면 돈을 버는 것은 통장수들이라는 것이다.
사소한 우연이 때로는 전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거센 바람에 일어난 흙먼지가 누군가의 눈을 아프게 하고, 시력을 잃은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그 악기를 만들기 위해 고양이가 사라지고, 천적이 없어진 쥐들이 날뛰며 나무통을 갉아먹는 바람에 결국 통장수가 호황을 누린다는 이 엉뚱한 흐름.
이것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거대한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대가.>
우연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연이 다가오면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왜 어떤 이에게는 예기치 못한 행운이 쏟아지고, 왜 어떤 이에게는 가혹한 시련과 고통이 닥치는 걸까?
우리는 왜 하필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그 사람을 만나야만 했을까?
우리를 삶을 흔드는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 속에 숨겨진 '의도하지 않은 연관성'이다.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막막함, 그것이 때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신이 빌려 쓰는 가명, 'Chance'.>
우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
영어 단어 'Chance'에는 우연과 기회, 그리고 행운이라는 뜻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행운, 운명, 인연은 신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고비마다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마주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사기꾼을 만나 인생이 꼬이기도, 귀인(貴人)을 만나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똑같은 일을 당해도, 어떤 사람을 좌절을 하고 다른 사람은 극복을 한다.
때로는 잘못 올라탄 기차가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목적지에 우리를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것을 오직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생은 우연과 변수, 그리고 아이러니의 총합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서는 그 미묘한 차이 속에, 우리의 노력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의 결'이 분명 존재한다.
<열린 마음으로 마주하는 삶의 아이러니.>
그러나 이런 일들이 누구에게 일어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 당사자가 되면 우연히 다가온 그 행운에 기뻐하거나, 그 불행에 대해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전율한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고 신의 계획이라면, 난 이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런 우연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때로는 우리의 인생이 우연과 변수와 아이러니의 집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버는 일도 생겨나는 법이라는 것을.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운명의 장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내 삶에 찾아오는 우연과 변수를 있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열린 마음’일 것이다.
오늘 우리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이, 훗날 우리의 인생에 어떤 눈부신 풍경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그러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삶이 던져주는 이 다정한 아이러니를 기꺼이 받아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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