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매매대금을 완제하지 않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매매목적물의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요지]
민법 제587조에 의하면, 매매계약 있은 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하고,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꾀하기 위하여 매매목적물이 인도되지 아니하더라도 매수인이 대금을 완제한 때에는 그 시점 이후의 과실은 매수인에게 귀속되지만, 매매목적물이 인도되지 아니하고 또한 매수인이 대금을 완제하지 아니한 때에는 매도인의 이행지체가 있더라도 과실은 매도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매수인은 인도의무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제목 : 매매대금을 완제하지 않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매매목적물의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1. 쟁 점
이 사안에서 원고는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부동산명도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다. 원, 피고들 사이의 매매계약에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명도의무가 잔금지급의무보다 선이행의무로 약정되어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매매대금을 완제하지 않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매매목적물의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매매대금을 완제하지 않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매매목적물의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의 쟁점)
가. 민법 제587조
⑴ 위 규정의 해석
① 민법 제587조는, “매매계약 있은 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금의 지급에 대하여 기한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민법 587조 1문에서는 미인도(未引渡)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수취권이 매도인에게 있음을, 2문에서는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대금의 이자(여기서 말하는 대금의 이자는 법정이자가 아니라, 지연손해금을 말한다)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목적물의 과실과 대금의 이자에 관한 복잡한 관계의 발생을 막고 아울러 양자의 이익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상판결인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즉 위 규정은, 과실과 이자의 관계는 목적물의 인도시를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이 형평에 적합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규정으로 소유권의 이전 유무를 불문하고 적용되며, 가사 지체에 빠진 경우라도 매도인은 미인도(未引渡)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을 수취함으로써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되고,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대한 지체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가 있을 때까지는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데(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211 판결), 여기서 말하는 이자의 성질은 지연손해금이다.
② 위 조항의 이자를 법정이자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대법원 판례처럼 지연손해금으로 보는 경우 매매의 목적물이 인도되었다는 사실(및 그 시기)은 그 지급을 구하는 매도인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③ 원래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과실수취권의 이전시기에 관하여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은 당사자간에 이행기에 관한 특약이 없는 경우, 즉 매도인의 채무와 매수인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에 적용되고, 일방이 선이행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위 규정의 적용은 배제된다(민법 587조 단서). 당사자간에 이행기에 관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선이행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당사자가 이행지체에 빠져 있던 중 다른 당사자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이때부터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경우 다시 민법 587조가 적용되게 된다.
⑵ 과실의 귀속 문제
①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한 경우
매매목적물이 인도되지 아니하더라도 매수인이 대금을 완제한 때에는 그 시점이후의 과실은 매수인에게 속하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
② 매매목적물의 인도가 없고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경우
매매목적물의 인도가 없고 또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지 아니한 때에는 매도인의 이행지체에 있더라도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32527 판결). 이 경우 매수인은 명도지체의 손해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고, 매도인은 미지급대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211 판결,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
또한 쌍무계약이 취소된 경우 선의의 매수인에게 민법 201조가 적용되어 과실취득권이 인정되는 이상 선의의 매도인에게도 민법 587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대금의 운용이익 내지 법정이자의 반환을 부정함이 형평에 맞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45025 판결).
나. 법리 요약
⑴ 매도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지체한 경우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 목적물을 인도할 때까지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을 수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32527 판결,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 2001. 2. 27. 선고 2000다20465 판결 참조),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매수인이 대금의 일부만을 지급한 경우 매도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지체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지급된 대금에 대한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
매수인 또한 매매대금의 지급을 지체하고 있더라도 목적물의 인도가 없는 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부터 이자를 지급하면 된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
⑵ 원고가 매도인으로서 매매대금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구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목적물을 매각한 사실과 일정시점에서 피고에게 목적물을 현실로 인도한 사실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⑶ 목적물을 인도받았더라도 대금지급기한에 관한 약정이 있고 그 기한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보다 뒤라면 그 기한까지는 매매대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므로(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33962 판결), 피고로서는 이와 같은 대금지급기한의 약정사실을 항변으로 주장․입증하여 그때까지의 이자지급을 면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의 경우(쟁점의 해결)
⑴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매도인의 인도가 있을 때까지는 매수인은 대금의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것과의 균형상 그 이유를 묻지 아니하고 과실수취권을 매도인에게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매수인이 입는 불이익은 대금의 공탁이나 계약의 해제에 의하여 이를 면할 수밖에 없고,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대상판결은, “매매목적물이 인도되지 아니하고 또한 매수인이 대금을 완제하지 아니한 때에는 매도인의 이행지체가 있더라도 과실은 매도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매수인은 인도의무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⑵ 대상판결의 사안을 보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매매잔대금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고, 이행의 제공도 없었다. 따라서 원고는 잔대금의 이자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반면에 원고가 피고들에게 잔대금을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들의 명도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민법 제587조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법령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