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특정물매매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의 인도 없이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지체를 이유로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
◎[요지]
가. 채권자 대위권을 행사하는 사건에 있어서, 제3채무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사유를 원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지하도상가의 운영을 목적으로 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자로서 그 상가의 소유자 겸 관리주체인 시에 대하여 그 상가 내 각 점포의 사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자는, 시에 대한 위 각 점포사용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점포들의 소유자인 시가 불법점유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명도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불법점유자들에 대하여 직접 자기에게 그 점포들을 명도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제목 : 특정물매매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의 인도 없이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지체를 이유로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특정물매매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의 인도 없이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의 지체를 이유로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사건의 개요
가. 사안의 요지
소외 박현제와 피고는 1992. 3. 9. 이 사건 공장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박현제는 피고에게 같은 해 3. 13. 부동산에 관한 이전등기는 경료하여 주었으나 같은 해 4. 1.까지 양도하기로 한 공장운영권은 양도하지 못하였다. 박현제는 같은 해 9. 일부 지급받지 못한 잔금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1993. 7. 26. 그 양도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위 양도받은 잔금의 지급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공장운영권을 양도받지 못하였다는 사유 등을 들어 계약해제의 항변을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박현제가 피고에게 위 공장운영권을 양도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박현제의 공장운영권 양도의무와 피고의 잔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데, 피고가 자신의 잔금지급의무를 이행제공하고 최고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해제권이 발생하였다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계약해제의 항변을 배척하고, 피고에 대하여 잔금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익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3. 쌍무계약에 있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가. 판례의 법리
쌍무계약에서 쌍방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일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고(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26646 판결), 이와 같은 효과는 이행지체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존재효과설,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604, 54611 판결 등).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았다면 지연손해금도 발생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다7250, 7267 판결, 1997. 8. 22. 선고 96다40851, 40868 판결, 1997. 12. 23. 선고 97다31250 판결, 1998. 12. 8. 선고 98다47405 판결, 2002. 4. 12. 선고 2000다46771, 46788 판결, 2002. 4. 23. 선고 2002다1765, 1772 판결).
나. 대상판결의 경우
위 사안에서 원고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린바 없다. 한편 이 사안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채무인 공장의 인도를 제공하는 것(이행의 제공)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인도(채무의 현실적 이행)하여야만 민법 587조에 의하여 상대방의 대금지급채무에 관하여 지연손해금을 구할 수 있는데, 이 점은 다음 항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4. 특정물매매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의 인도 없이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지체를 이유로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의 쟁점)
가. 민법 제587조의 해석
① 민법 제587조는, “매매계약 있은 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금의 지급에 대하여 기한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민법 587조 1문에서는 미인도(未引渡)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수취권이 매도인에게 있음을, 2문에서는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대금의 이자(여기서 말하는 대금의 이자는 법정이자가 아니라, 지연손해금을 말한다)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목적물의 과실과 대금의 이자에 관한 복잡한 관계의 발생을 막고 아울러 양자의 이익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즉 위 규정은, 과실과 이자의 관계는 목적물의 인도시를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이 형평에 적합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규정으로 소유권의 이전 유무를 불문하고 적용되며, 가사 지체에 빠진 경우라도 매도인은 미인도(未引渡)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을 수취함으로써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되고,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대한 지체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가 있을 때까지는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데(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211 판결), 여기서 말하는 이자의 성질은 지연손해금이다.
② 위 조항의 이자를 법정이자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대법원 판례처럼 지연손해금으로 보는 경우 매매의 목적물이 인도되었다는 사실(및 그 시기)은 그 지급을 구하는 매도인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③ 원래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과실수취권의 이전시기에 관하여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은 당사자간에 이행기에 관한 특약이 없는 경우, 즉 매도인의 채무와 매수인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에 적용되고, 일방이 선이행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위 규정의 적용은 배제된다(민법 587조 단서).
당사자간에 이행기에 관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선이행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당사자가 이행지체에 빠져 있던 중 다른 당사자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이때부터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경우 다시 민법 587조가 적용되게 된다.
나. 법리 요약
⑴ 매도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지체한 경우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 목적물을 인도할 때까지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을 수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32527 판결, 1993. 11. 9. 선고 93다28928 판결, 2001. 2. 27. 선고 2000다20465 판결 참조),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인도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매수인 또한 매매대금의 지급을 지체하고 있더라도 목적물의 인도가 없는 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부터 이자를 지급하면 된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
⑵ 원고가 매도인으로서 매매대금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구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목적물을 매각한 사실과 일정시점에서 피고에게 목적물을 현실로 인도한 사실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⑶ 목적물을 인도받았더라도 대금지급기한에 관한 약정이 있고 그 기한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보다 뒤라면 그 기한까지는 매매대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므로(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33962 판결), 피고로서는 이와 같은 대금지급기한의 약정사실을 항변으로 주장․입증하여 그때까지의 이자지급을 면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의 경우(쟁점의 해결)
①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장운영권의 양도’라 함은 ‘매매목적물인 공장의 인도’를 의미한다. 원심은 공장운영권이 양도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고 있고, 또 공장운영권 양도의무와 잔금지급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하였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대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앞서 본 각 법리에 비추어 부당하다.
②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민법 제587조는 동시이행항변권에 대한 특칙이라고 보았고, 위 조항의 이자를 지연손해금으로 보아 원심판결 중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