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보험계약 보험금 약관해석>】《보험계약 체결 전에 발병한 질병에 대하여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1다7079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계약전 발병부 담보조항을 불명확조항이라고 본 사례]
【판시사항】
[1] 보험약관의 해석 원칙
[2] 갑 보험회사와 을이 체결한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질병(다만 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인하여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외)으로 인하여 입원 또는 통원 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비를 보상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의 보험사고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보험기간 중에 질병이 발생하여야 한다는 전제하에 을의 질병이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시기 전에 이미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갑 회사가 보험금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⑴ 보험계약 체결 전에 발병하였으나 진단은 보험계약 체결 후에 받은 사안이다.
⑵ K 씨는 2009. 3. 30. H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⑶ 보험계약의 질병입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과 질병통원의료비담보 특별약관에는 “회사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질병(다만 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외)으로 입원하거나 통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 질병입원의료비 또는 질병통원의료비를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⑷ 그런데 K 씨는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09. 3. 27. 회를 먹은 후 복통과 설사 증상이 나타나 내과에 갔다가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대장염, 위십이지장염’ 진단을 받았고,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09. 3. 31. 다른 내과에서 ‘대장암의증’ 진단을 받았으며, 2009. 4. 12. 대학교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위장관기질 종양’ 진단을 받았다.
⑸ 그 후 K 씨는 H 보험회사에 대장암의증 내지 위장관기질 종양의 치료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H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질병이 발병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및 결론
⑴ 고객이 보험회사와 질병 의료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 체결 전에 이미 고객에게 질병이 발병한 상태였다.
⑵ 보험계약 약관에는 ‘보험기간 중에 질병으로 입원하거나 통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비를 보상해 준다’고 기재되어 있다.
⑶ 고객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⑷ 보험약관이 ‘질병이 보험기간 중에 발생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비 보상대상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고객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3. 보통거래약관과 계약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883-884 참조]
가. 약관과 개별약정의 관계
⑴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⑵ 그런데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약관을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⑶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약관을 제시한 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미리 마련된 특정 조항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이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어야 하고, 이처럼 약관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갑 보험회사 등이 을 등에게 부동산담보 대출을 하면서 가산금리 적용 등과 결부시켜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항목별로 제시된 세 개의 난 중 하나에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된 대출거래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사용하였는데, 을 등이 위 조항에 따른 선택 등으로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한 사안에서,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비용부담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계약 내용을 합의에 의한 개별약정으로 인정하기 위한 개별·구체적 사정에 관하여 갑 보험회사 등의 주장·증명이 있었는지 살피지 않은 채 을 등의 비용 부담이 개별약정에 따른 것이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약관 조항에 기초한 약정이 개별약정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이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나. 약관의 설명의무
⑴ 의의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본문). 사업자가 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같은 법 제3조 제3항).
⑵ 예외
① 고객 또는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
② 약관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③ 약관이 법령에 정하여진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
다. 약관의 해석원칙에 관한 일반론
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정 내용
● 제5조 (약관의 해석)
①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②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 제6조 (일반원칙)
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
② 약관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 제7조 (면책조항의 금지)
계약당사자의 책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
2.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
⑵ 약관의 해석 원칙
약관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될 일방당사자의 제안에 불과하므로 법률해석이 아닌 법률행위의 해석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따라서 계약당사자, 계약의 종류 및 내용,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탐구하여야 한다. 다만, 특정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그 고객에 대한 계약의 일반적 규정이 되도록 객관화한 것이므로 일반 계약조건과 달리 고객의 평균적 능력을 기초로 하여 객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① 신의성실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1항 전문), ② 객관적(통일적) 해석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1항 후문), ③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불명확성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2항), ④ 추상적 약관통제와 효력유지적 축소해석,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대법원은 약관법 시행 이전에도 약관에 대한 수정해석을 한 바 있고, 약관법 시행 후에도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과 관련하여 수정해석을 한 바 있으며(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판결 등), 그 후 몇 건의 수정해석을 하였다.
⑶ 약관의 해석 원칙에 관한 판례
① 판례는 약관의 내용이 명백하지 못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는 불리하도록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 : 신용보증기금이 약관에서 “기금이 채권자에게 채무자를 신용보증사고기업으로 정하여 통지한 때”를 독립된 신용보증사고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경우, 약관상의 “신용보증사고가 발생된 후 당해 사고사유가 해소되어 처음부터 그 신용보증사고가 발생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이 채권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신용보증사고 기업지정을 해제한다거나 장래 보증부대출을 취급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② 보통거래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다12009 판결 : 안전설계보험 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는 자동차를 매수하여 인도받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물론이고, 부득이한 사유로 자동차의 소유명의를 제3자에게 신탁한 채 운행하는 명의신탁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만약 자동차의 소유자가 자동차등록원부상의 소유자만을 뜻한다고 해석된다면, 자동차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자가 아닌 자동차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보험가입자가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리가 없을 것이므로, 그 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소정의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게 되어, 보험자가 이를 보험가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자는 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다20752 판결 : 신용보증약관 제8조 제2항의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 및 어음상의 채무 등”은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어음상의 채무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반면에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어음상의 채무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또한 그러한 해석이 무리라고 보여지지도 아니하며, 더구나 “…어음상의 채무 ‘등’”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와 같은 종류의 것들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져, 결국 신용보증약관 제8조 제2항의 “…어음상의 채무”라는 규정이 약관작성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의사와는 달리 해석될 수 있어 그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약관해석원칙에 따라 위 규정의 “…어음상의 채무”는 위 약관의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고객에게 유리하게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어음상의 채무”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③ 한편, 판례는 아래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약관내용이 불명확하지 않고 일의적이라 할 수 있으나, 약관 조항 내용의 전체나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경우, 법원이 이를 수정해석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 문제된 약관 소정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무면허운전의 모든 경우를 아무런 제한 없이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는바, 이러한 경우는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책임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보험단체의 공동이익과 보험의 등가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무면허운전의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그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 2항 , 제7조 제2 , 3호의 각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위와 같은 무효의 경우를 제외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조항으로 수정해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라고 함은 구체적으로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④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 3호가 규정하는 바와 같은 약관의 내용통제원리로 작용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계약 성립의 과정에 비추어, 약관 작성자는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 즉 보험의 손해전보에 대한 합리적인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약관조항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행위원칙을 가리키는 것이며, 보통거래약관의 작성이 아무리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위와 같은 행위원칙에 반하는 약관조항은 사적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원에 의한 내용통제 즉 수정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수정해석은 조항 전체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항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그 무효부분을 추출배제하여 잔존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라. 허위청구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상실 약관의 해석에 관한 판례의 태도
⑴ 약관조항의 취지
판례는 이 사건과 같은 보험금청구권 상실 약관조항의 취지에 관하여, “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에 대한 제재”라고 하고 있다.
◎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 20234 판결 : 이와 같은 약관 조항을 둔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같은 요청에 따라 피보험자가 이에 반하여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 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⑵ 피보험자가 보험목적물별로 다른 경우
판례는, 피보험자(=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목적물별로 다른 경우, 어느 한 피보험자가 자신의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허위청구함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상실의 효력은 허위청구하지 않은 다른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29853 판결 :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목적에 따라 보험금 청구권자를 달리하고 , 일부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만 허위의 청구 등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권 상실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가 없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의 청구 등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권 상실의 효력은 허위의 청구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당해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 한하여 미치고 , 그러한 사유가 없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⑶ 동일한 피보험자가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관해 허위청구한 경우
제1설(허위청구와 무관한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해서도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보는 견해)과 제2설(허위청구한 보험목적물에 관해서만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판례(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는 2설을 취하고 있다.
위 판결은, “피보험자 등이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는 취지의 보험약관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독립한 여러 보험목적물 중 일부에 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의 청구를 한 경우에 허위의 청구를 하지 않은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한 보험금청구권까지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약관해석의 원칙 중,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2항)을 구체적 사안에서 적용한 사례이다.
4. 약관 해당 여부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6 참조]
가.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8353 판결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규제 대상인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계약에서의 개별적 합의는 그 형태에 관계없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 위 판례의 취지
⑴ 약관을 만드는 회사 쪽에서는 약관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기로 기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수기로 기재되어 있으면 개별적 합의라는 강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⑵ 그러나 약관에 해당하는지는 그 내용을 손으로 썼는지, 인쇄되어 있는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⑶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사안의 경우,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은 인쇄되어 있었으나, 그 기재가 다른 부동산의 공매절차에서 찾기 어려운 것을 볼 때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여 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5.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과 관련된 문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8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표제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그 문언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정한 것이지만, 위약벌에도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판 2009. 8. 20, 2009다20475, 20482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유사하게 취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제6조 제1항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약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 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들고 있으며, 제8조에서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758 판결,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69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제16조 제3항에서 규정한 위약금을 원심과 같이 이른바 위약벌로 본다 하더라도, 그것이 약관 조항인 이상 앞서 본 바와 같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제8조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판결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위약벌을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약관규제법 제6조와 제8조를 들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관규제법 제6조와 함께 제8조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위약벌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취급하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관규제법 제8조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약벌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판결은 약관규제법 제6조도 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약관에서 위약금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때에는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 근거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관규제법 제8조가 위약벌에도 유추적용된다고 하는 방법도 있고,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위와 같은 약관이 무효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6.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5호, 김호용 P.395-428 참조]
가. 약관의 설명의무 일반론
⑴ 관련 규정
㈎ 약관규제법과 상법에 따르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
* 약관규제법 제3조(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
③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다만 계약의 성질상 설명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사업자가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 상법 제638조의3(보험약관의 교부ㆍ설명의무)
①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
② 보험자가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보험업법에서는 설명의무의 대상을 보다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 보험업법 제95조의2(설명의무 등)
① 보험회사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일반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경우에는 보험료, 보장 범위,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일반 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⑵ 설명의무의 취지, 근거
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6454 판결 등).
⑶ 설명의무의 대상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설명의 대상이다. 중요한 내용이란 보험계약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그 인지 여부가 계약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다(대법원 2008. 12. 16.자 2007마1328 결정).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은 보험료와 그 지급방법, 보험금, 보험기간, 보험사고의 내용, 보험자의 책임 범위와 책임개시 시기, 보험자의 면책사유, 보험계약의 해지 및 무효사유, 고지의무, 각종 통지의무 등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의무 및 그 위반효과 등이 있다.
판례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과 보험자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 내용’(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5611 판결 등)과 ‘손해발견 후 통지를 해태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약관조항’(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다18903 판결),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9990 판결)을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⑷ 설명의무의 예외와 면제 대상
① 약관의 교부․명시․설명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보험자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상법 제651조)와 마찬가지로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를 두고 있는 보험제도의 특성에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도록 하기 위하여 주어진 계약 전의무(pre-contractual duty)이지, 계약의 효과로써 주어진 의무는 아니다.
보험계약자가 그 약관의 내용을 알고 있거나 보험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그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② 설명의무의 예외 사유
해당 약관조항의 내용을 알았더라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약관조항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다221023 판결).
③ 설명의무의 면제 사유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더라도 ⓐ ‘보험계약자가 보험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던 경우’, ⓑ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 등에는 보험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고 있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6다87453 판결).
설명의무의 면제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054 판결).
⑸ 설명의무의 면제사유 중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이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
① 거래계의 일반적 통용성은 다수의 보험계약자가 작성한 약관을 통용시킴으로써 좌우할 수 있는 요소를 의미하고, ② 보험계약자의 예측가능성은 보험계약자의 전문성이나 경험 등 개별적 사정과 약관조항의 합리성 등에 의해 판단될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 각 요소를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①과 ②는 원칙적으로 별개로 검토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①의 요건이 충족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조항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거나 혹은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갖고 있고 그 조항이 적용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고객의 개별적인 예측가능성 여부를 굳이 따지지 않고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고객을 기준으로 삼아 ②의 요건도 충족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당해 약관조항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상식을 벗어 나거나, 불공정 무효라고까지는 보기 어렵지만 다소 문제성 있는 조항을 담고 있는 경우 또는 그러한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고 의외성이 있는 경우(예컨대 고객의 일정한 작위․부작위를 보험금청구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경우 등)에는, ①의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②의 요건이 당연히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판례
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판례
㈎ 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3다91474 판결은 임원 배상책임보험 약관상 피보험자에게 보험금 청구의 전제조건으로 배상청구의 통지의무를 규정한 조항(“피보험자는 이 증권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부당행위에 기인하여 그들에게 제기된 모든 배상청구에 대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과 보험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방어비용에 관하여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여 해당 약관 규정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 임원 배상책임보험에서 통지 조항 등 약관에서 정한 조건의 불이행 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청구 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다277200 판결).
㈐ 손해발생 후 90일 이내에 사고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은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다16926, 16933 판결)
⑵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한 판례
㈎ 30일 이내에 손해 사실을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는 규정은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나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약관조항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인된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다18903 판결).
㈏ 직원이 사기적 행위를 한 것을 피보험자가 안 시점에 보험계약이 종료되도록 한 금융기관 종합보험계약 약관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57527 판결).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의 조합원, 이사 또는 임원으로서 직원의 비리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자가 피보험자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는 기타의 경우에 부정직하거나 사기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된 시점에 해당 피보험자의 직원에 대하여 즉시 보험계약이 종료되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하여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므로 보험자의 설명 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이다.
⑶ 판례상 설명의무에 대한 판단의 기준
판례에 의하면, 보험자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 탓에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비록 그 약관이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나름 합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많을 것이다.
7.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
가. 의의 및 취지
⑴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의의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보험금청구권을 잃는다고 정한 ‘약관조항’을 말한다.
상법에는 규정이 없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는 약관으로 정하였다.
⑵ 취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본소), 20234(반소)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의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들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본소), 20234(반소) 판결}, 이를 위반한 때에는 그에 따른 제재로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일정한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그 이행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나.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적용요건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으로는 객관적 성립 요건과 주관적
성립 요건이 있다.
⑴ 객관적 성립 요건
㈎ 보험금청구권의 상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ⅰ) 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②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 또는 증거에 ③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하거나 변조하였거나, ⅱ)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 상당한 이유 없이 보험자의 ‘손해의 조사를 방해 또는 회피’하였어야 한다.
㈏ 위 ② 요건과 관련하여,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 또는 증거’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의 청구를 위하여 보험자에게 제출하는 서류 또는 증거이면 족하고 반드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제출의무가 있는 서류 또는 증거로 한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본소), 20234(반소) 판결}.
㈐ 위 ③ 요건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이를 기망행위, 중요성, 상당성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거나 서류 또는 증거의 위조․변조를 적극적으로 행위할 것(기망행위 요건), ㉯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어 위조․변조된 사항이 중요한 사항일 것(중요성 요건), ㉰ 사실과 다른 정도(차이)가 상당할 것(상당성 요건)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 상당성 요건과 관련하여 판례는, 실손해액과 피보험자가 제출한 자료상 기재된 손해액이 일부 차이가 나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거나 그 차이가 보험목적물의 평가방법에 기인한 경우에는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당해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10290 판결 : 한편 위와 같은 약관 조항은 피보험자 등이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 중 피보험자 등이 허위의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의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만을 상실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뿐,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청구함에 있어서 증빙서류 구비의 어려움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른 거래명세서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거나 보험목적물의 가치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보험목적물의 가치를 다소 높게 신고한 경우까지 보험금청구권을 상실시키거나 보험목적물 중 일부 목적물에 대하여 허위청구가 있다고 하여 전체의 보험금청구권을 상실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위 약관 조항이 상법 제663조에 반하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의 보험계약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29105 판결 : 이 사건 약관조항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조금이라도 약관에 위배하기만 하면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본래 피해자 다중을 보호하고자 하는 보험의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기능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한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여부는 이 사건 약관조항을 둔 취지를 감안하여 보험금청구권자의 청구와 관련한 부당행위의 정도 등과 보험의 사회적 효용 내지 경제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실손해액에 관한 증빙서류 구비의 어려움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른 서류를 제출하거나 보험목적물의 가치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보험목적물의 가치를 다소 높게 신고한 경우 등까지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하여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본 사례
①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 가구류 실제 구입금액은 534,077,160원 상당에 불과함에도 거래처로부터 허위 거래명세표를 교부받아 마치 898,070,460원의 가구류를 납품받은 것처럼 제출한 경우이다.
②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 56610 판결 : 조명시설공사비 견적서가 실제 감정서와 2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이다.
㈒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①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 손해사정인의 견적 금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개산서나 견적서 등을 제출하였지만, 현장조사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건축물대장 등 서류만을 근거로 작성되었던 것이어서 그 액수 차이는 보험목적물의 평가방법상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 경우이다.
②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10290 판결 : 건물, 제조기계, 잡화가구류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려워 보험금 청구서류에 그 손해액을 건물에 대하여는 신축공사비로 청구하면서 감가상각을 하지 않은 금액으로, 제조기계, 잡화가구류에 대하여는 감가상각하지 않은 대충 계산한 시가로 기재한 경우이다. 단, 제품, 반제품의 경우에는 약자의 입장에 있는 거래처로부터 허위의 피해대금청구서 등을 받아 피고에게 제출하는 등 사기적 수단을 동원하였다는 이유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③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29105 판결 : 판매사실확인서상 기재된 기계대금(165,000,000원)이 실제 감정가(153,000,000원)와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이다.
④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4다7674 판결 : 총시설투자금이 3억 8,000만 원이라고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하였으나, 실제로 약 1억 6,000만 원 상당의 인테리어공사를 하였고 그 외에도 집기비품 구입을 위해 상당한 금원을 지출하였으며, 화재 당시 인테리어 재조달공사비가 127,923,271원, 집기비품 재조달가액이 96,880,900원으로 산정된 경우이다.
⑵ 주관적 성립 요건
㈎ 보험금청구권 상실의 주관적 성립 요건으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악의)가 있거나 또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을 요구한다. 이때 보험자의 손해는 불문한다.
㈏ 보험금청구권의 상실은 피보험자가 사기 또는 악의로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고 사소한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으므로 피보험자의 과실에 의한 허위의 기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금청구서류에 사실과 다른 것이 기재되었더라도 이것이 착오에 기인한 것인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청구권상실조항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 원고가 피고 측 손해사정인의 견적 금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개산서나 견적서 등을 제출하였더라도, 이는 피고 측 손해사정인의 요구로 제3자로 하여금 작성하게 한 것으로서 현장조사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건축물대장 등 서류만을 근거로 작성되었던 것이어서 그 액수의 차이는 보험목적물의 평가방법상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고의로 위 개산서 등에 허위의 기재를 하여 피고에게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보험약관 제28조가 규정하고 있는 보험금청구권의 상실사유인 피고 회사의 손해조사업무를 방해한 때에 해당하게 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고의로’의 의미는 ‘사기의 목적으로’ 또는 ‘보험자를 기망할 의도로’로 이해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의 의미는 손해조사의 업무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함이 판례의 태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 이와 같은 주관적 성립 요건도 객관적 성립 요건과 마찬가지로 보험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것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원칙적으로 보험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 효력
⑴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유효성
㈎ 면책약관은 성질상 언제든지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하고 보험자에게 유리하므로, 상법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사유 외 보험약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면책사유를 정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점, 약관규제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 문제 된다.
㈏ 이에 대하여 판례는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상법상 불이익변경금지조항에 반하거나, 약관규제법상 불공정약관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30387 판결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본소), 20234(반소) 판결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상법 제663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10290 판결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상법 제663조(불이익변경금지),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1호(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⑵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효력 범위
과다청구의 경우 실손해 초과 부분만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는지 아니면 실손해부분까지도 포함하여 전체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판례는,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으로 인하여 실손해 부분까지도 포함하여 전체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효력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한편 판례는 형사적으로는, 사기적 방법으로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 그 전체 보험금에 대하여 사기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2134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7512 판결)}.
㈎ 피보험자가 수인(數人)인 경우
허위의 청구 등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 상실의 효력은 허위의 청구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당해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금청구에 한하여 미치고, 그러한 사유가 없는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금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사기적 보험금청구를 한 당해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금청구에 한하여만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효력을 인정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29853 판결).
㈏ 보험목적이 수개(數個)인 경우
허위의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위 약관조항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나, 만일 위 약관조항을 피보험자가 허위의 청구를 하지 않은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한 보험금청구권까지 한꺼번에 상실하게 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면, 이는 허위청구에 대한 제재로서의 상당한 정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며, 허위의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에 한하여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6.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의 내용 분석
가. 고려할 사항
⑴ 이 사건은 청구원인을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로 구성할 경우에는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인용금액이 188,598,530원(= 기지급 보험금 1,245,399,840원 – 정상 보험금 1,056,801,310원)에 불과한데, 부당이득반환청구로 구성할 경우에는 이 사건상실약관 적용 여부에 따라 인용금액이 1,245,399,840원(기지급 보험금 전액)이 될 수 있어,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판례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과 같이 피보험자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보다도 더 큰 불이익을 받는 것까지 감수하거나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고민해 볼 문제다.
⑵ 이런 점에서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적용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나.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상법 제663조, 약관규제법 제8조,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소극)
⑴ 판례는 이 사건 상실약관과 같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⑵ 이에 더하여 피고는 약관규제법 제8조 위반 주장을 하였다[● 약관규제법 제8조(손해배상액의 예정)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약관규제법 제8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판례는 없는데, 이는 약관규제법 제8조가 적용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상실약관과 같은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은 권리 상실에 대하여 정하고 있을 뿐,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경우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약관규제법 제8조를 적용할 수 없다.
한편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한 데 대한 제재’라는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 56610 판결의 판시내용만으로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이 ‘위약벌’을 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약관규제법 제8조는 이 사건 상실약관과 무관하다.
◎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 56610 판결 : 원고의 화재보험약관은 제29조에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에는 피보험자는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잃게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같은 요청에 따라 피보험자가 이에 반하여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 20234 판결 참조).
다. 사기적 보험금청구 해당 여부
⑴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한 데서 나아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의 과다청구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다고 볼 수 있다. 피고에게 원고를 속일 의도가 있었음이 명백하게 인정된다면 그 자체로 사기적 보험금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 대표이사인 丁 등에 대한 사기죄가 인정되었으므로 이를 이 사건에서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만약 피고에게 원고를 속일 의도가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면 다음으로 피고의 청구액이 현저하게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그때 피고가 실제 이 사건 각 윤전기를 중고로 매수한 가격과 환송 후 원심의 감정가격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가 문제 된다.
⑵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은 그 취지나 요건, 효과가 다르다. 그리고 관련 형사판결의 결과를 고려하여 이루어진 환송 후 원심의 감정결과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각 윤전기는 시가(市價)가 형성되기 어려운 물건으로 재조달가액이 보험금청구금액보다 작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이와 같이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물건에 대하여 고의로 보험자를 속일 의도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나 형사상 사기죄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그 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나, 정당한 권리를 상실시키는 이 사건 상실약관은 그 효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측면에서 형사상 사기죄에서의 고의보다 명확한 고의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하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라. 사기적 보험금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의 효력 범위
⑴ 실손해를 초과하는 부분이란 애당초 발생하지 아니한 손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보험금지급대상이 아니어서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할 수 없으므로 보험금청구권 상실을 논할 여지가 없고, 당연히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된다.
⑵ 사기적 보험금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그 효과와 관련하여서는 ① 실제 손해
액과 관련된 보험금청구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한 보험금청구를 부정하거나, ② 실제 손해액과 관련된 보험금청구까지 부정하는 방법, ③ 보험계약 자체를 실효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사건 상실약관을 ①과 ② 중 어느 쪽으로 해석하여야 하는지가 문제 되는데, 화재보험표준약관 개정 후로는 실손해에 해당하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개정된 약관이 적용되는 시점부터는 이 논의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⑶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당해 보험금청구권자가 청구한 당해 목적물에 대한 보험금청구권 전부를 상실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29853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마.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의 판시 요지
⑴ 위 판결(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은 사기적 보험금청구의 경우 보험금청구권 전부를 상실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다만 정당한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는 보험계약자에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보호는 사기적 보험금청구의 적용요건 자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을 아울러 확인한 판결이다.
⑵ 과다청구는 보험사고의 발생 자체에는 보험계약자 등이 개입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상법 제659조에 따라 면책되는 인위적 사고와 차이가 있음에도 그 효과가 동일하다. 그러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적용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위 판결(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은 실제로 적용요건을 엄격히 판단하여 피고가 ‘실제 매수가격’을 부풀린 데 대한 제재로써, 여러 보험목적물 중 멸실되어 보험가액 상당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은 보험목적물의 경우에만 이 사건 상실약관을 적용하였다.
8.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가. 관련 조항
● 상법 제644조(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약관의 해석)
②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나.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여 보험계약이 무효인지 여부
⑴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여 보험계약이 무효인지가 쟁점이다.
⑵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험계약은 무효이다.
⑶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은 단순히 ‘질병의 발병’ 자체를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입원 또는 통원하여 치료를 받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데, K 씨는 보험계약 체결 전에 대장암의증 내지 위장관기질 종양에 관하여 치료를 받지는 않았으므로,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보험기간 개시 전에 발병한 질병도 보상대상인지 여부
⑴ 보험기간 개시 전에 발병한 질병도 보상대상일까?
⑵ K 씨는 보험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이미 대장암의증 내지 위장관기질 종양이 발병하였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도 보상대상인지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⑶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⑷ 약관을 해석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개개의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각각의 해석에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⑸ ‘보험기간 중’에 질병이 발생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상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입원 또는 통원치료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보험기간 중에 발생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피보험자가 그 질병으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계약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병입원의료비 또는 질병통원의료비의 보상대상이 된다고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보험약관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약관 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⑹ 보험계약 체결 전 발병한 질병에 대해 보험회사에 고지하는 것도 중요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발병한 질병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상법 제651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