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윤석열 검찰총장의 신년사 v. 대법원장의 신년사》〔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의 신년사가 보도되었다.
글을 읽는 순간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 분은 검찰개혁을, 다른 분은 사법부독립을 책임지신 분이다.
또 한 분을 든다면, 언론의 공정성을 책임진 KBS 사장이다.
세 분 모두 그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후배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은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다.
인품과 덕망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 없고, 평생 사법부독립이나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셨고, 그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도 받으셨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 분들이 현재의 중책을 맡으셨다.
그 태생이 정치적이라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형사재판을 하는 재판장이나 영장담당 판사들의 신상이 털리고 비난을 받는다.
신년사에 나온 법원의 내부개혁(법관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하여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보호막(사법부의 독립)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론도 전 정권 때와 똑같은 행보를 보이면 안될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의도가 검찰권 보호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 SBS에서 방영한 “인생게임-상속자”를 시청한 적이 있다.
그 결말은 아주 뜻밖이었다.
시청자들 대부분은 ‘샤샤샤’가 우승할 것이라 예상했고, 나 역시 그녀가 우승하기를 바랬다.
여대생 샤샤샤는 현실에서 지독한 가난과 맞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학자금 대출 1,500만 원 중 천만 원만 갚아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샤샤샤는 악착같이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그녀는 탐욕의 무리수를 두었다.
상속자가 되는 기회가 찾아오자 돈을 빼돌리기 위해 뒷거래를 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등 부정직함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동맹약속을 깨뜨면서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그것을 남의 탓(후임 상속자)으로 돌리는 비열함도 보였다.
그래도 난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녀가 우승하길 바랬다.
얼마나 그 비참한 현실을 탈피하고 싶었으면, 그토록 악착같이 행동했을까 하는 이해와 공감, 동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힘들고 고통스런 현실에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준재벌상속자(강남베이글)의 승리였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1등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 채 진심으로 동료 참가자들을 대했고, 그것이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자기 욕심만을 위해 담합을 하고 음모를 꾸몄던 사람들은 모두 순위에서 탈락했다.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준재벌상속자가 승리한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씁쓸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 결과야 말로 가장 정직하다.
스스로 똥손과 흙수저라고 자신을 지칭했던 그녀(샤샤샤) 역시 끊임없는 노력의 대가로 결국 2등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약속을 깨는 등 신의를 저버리고, 돈을 빼돌리거나, 상속자가 된 후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약자들을 괴롭히는 등의 부정과 불법행위를 저질렀던 점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그녀가 정직하게만 행동한다면, 현실에서도 언제든지 1등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성공하자 마자 뒷거래 등 음모를 꾸미고, 신의를 저버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약자들을 괴롭힌다면,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래에 있을 때는 사회정의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들이 막상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는 어쩔수 없는 정치적 태생의 한계 때문에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샤샤샤처럼 말이다.
내 의뢰인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상당수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선하고, 겸손하며, 믿음이 있고 한번 뱉은 말을 지키는 속성이 있다.
신의가 있고,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그런 품성이 그들을 성공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은 사람이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