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날】《어떤 사람들은 믿는 대로 보지 않는다. 믿기로 이미 마음 먹은 대로 본다. 그리곤 저지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휴가를 가지 않고 남아 있는 식구들과 사천요리에 연태고량주를 곁들여 종무식을 가졌다.
섣달그믐날답게 찬바람이 몸을 움츠려들게 만든다.
어릴 적에는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여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밤을 지새우며 새해를 맞이했다.
아버지는 일찍 잠이 든 나를 자정이 되기 전에 깨우셨고, 어머니가 준비한 가래떡을 연탄불에 구워 조청에 찍어 먹거나, 고구마 맛탕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밤 늦게까지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찹쌀떡 장수나 홍합탕을 파는 리어카 장수가 있어 그것을 사다가 온가족이 둘러 앉아 먹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낭만이 모두 없어졌다.
아련하고 애틋한 추억들이다.
한 해가 아쉽게 지나간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뿌듯한 시간이었다.
10년 전 법복을 벗으면서 새로운 길을 걸었다.
이 판단이 순식간에 내 인생을 바꾸었다.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다.
작년에는 안정되고 잘 나가는 대형로펌의 파트너를 박차고 나와 부동산전문 로펌을 차렸다.
참 잘한 짓이었다.
올해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이것 역시 잘한 일인지는 1-2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 일을 벌리고, 무언가 저지른다.
노망끼도 한몫 했을 것이다.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뚫고 들어가서 작은 꿈을 하나 심었지.
모든 것을 바꿀 단순하고 작은 꿈을.
이 사람에게 심어줄 꿈은 앞으로 이 사람의 생각이 될 거야.
그 생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그것은 이 사람의 성격으로 되어버리는 거지.
이 성격은 이 사람의 결정들을 바꾸고 그 결정들은 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거야.
위 대사는 읽고 또 읽을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꿈이라는 미지의 세계는 신비로운 기대와 희망이다.
꿈속에 조그만 생각을 넣는다는 것, 그 작은 씨앗이 점점 자라 인생이 되어 버린다는 것.
그건 기적같은 경이로움이다.
내일이면 경자년 새해다.
난 흰쥐띠 해에 태어났다.
어떤 또다른 인생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적게 남은 삶에서 정말, 정말, 진실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항상 던지는 질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믿는 대로 보지 않는다.
믿기로 이미 마음 먹은 대로 본다.
그리곤 저지른다.
난 ‘세상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이제 내 나이에 맞게 산다.
더 현명해졌고, 더 큰 배짱과 용기도 생겼고, 건강하고 유쾌하게 늙어갈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기분 좋게 나이 들어가면서 가끔은 젊음을 이기고 싶다.
이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노력하는 그 자체를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