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위험의 현실화’와 착오에 의한 취소, 개별 약정을 수개의 법률행위로 분리하는 기준>】《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하였으나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예맨 광구 석유사업 공동참여계약의 취소 등을 주장하며 보상금의 반환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방법 /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하였으나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갑 공사는 을 외국법인이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자, 위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회사에 매도하기 위해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는 입찰을 시행하여 병 주식회사 등을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그 후 갑 공사가 을 법인과 위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 등의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이 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자, 갑 공사와 병 회사 등이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병 회사가 갑 공사에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갑 공사가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공동참여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자, 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등을 주장하면서 보상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갑 공사가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하므로 공동참여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고, 병 회사가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할 때 한 석유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데도, 공동참여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한 다음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률행위의 성립 및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한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및 여기서 말하는 ‘사정’의 의미 /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의 합치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이러한 약정을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는지, 이러한 약정이 객관적으로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
[3] 갑 공사는 을 외국법인이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자, 위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회사에 매도하기 위해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는 입찰을 시행하여 병 주식회사 등을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그 후 갑 공사가 을 법인과 위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 등의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이 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자, 갑 공사와 병 회사 등이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병 회사가 갑 공사에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갑 공사가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공동참여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자, 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등을 주장하면서 보상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공동참여계약 중 보상금에 관한 부분은 보상금의 수액을 정한 조항이 전부인데, 위 조항은 ‘지분매입비 보상’의 일부로서 지분매입대금에 관한 조항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것인 점, 입찰과정에서도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의 합계액에 해당하는 보상비율만이 기재되었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갑 공사가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하므로 공동참여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고, 석유개발·탐사 사업은 고위험·고소득 사업으로 석유의 부존 여부와 부존량, 회수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등 많은 요소에 불확실성이 내재하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회사가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할 때 한 석유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데도, 공동참여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한 다음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률행위의 성립 및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한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가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피고(한국석유공사)는 예멘공화국에 있는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받았다.
⑵ 피고는 위 운영권 50% 지분 중 최대 20% 지분에 대한 입찰을 시행하였고, 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금액을 매입금액으로 정하였다.
원고(주식회사 한화)는 위 운영권 중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피고에게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⑶ 피고는 위 광구 인수 이후 손실이 누적되자, 위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각하려고 하였으나 무산되었다.
피고는 위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해지하였고, 예멘에 위 광구의 운영권 지분을 반납하였다.
⑷ 원심은 지분매입대금 지급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을 별개의 계약으로 보고,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위 계약은 하나의 계약이고,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계약 중 보상금 지급 부분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가 가능한지 여부(소극) 및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가 가능한지 여부(소극)이다.
⑵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등 참조).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
⑵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가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⑶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예맨 광구 석유개발 사업에 관한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운영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누적되자 원고가 위 공동참여계약 중 보상금 지급부분을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사정변경을 원인으로 한 해제 등을 주장하였으나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3. 개별 약정을 수 개의 법률행위로 분리하는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3호, 김유성 P.3-31 참조]
가. 법률행위의 해석
어떤 행위가 법률행위로서 다루어지려면, 최소한 그 내용이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
법률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더라도, 그것에 대하여 법률적 보장을 줄 것인지 여부 또는 어떠한 법률적 보장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법률행위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 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등 참조).
거의 모든 민사사건에서 법률행위의 해석이 문제 되고 있으나, 이 사건의 해결과 관련하여 법률행위의 해석이 문제 된 최근 판례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⑴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 25502 판결
원고가 피고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약 10개월에 걸쳐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으면서 ‘본인은 귀사에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를 모두 정리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각서를 작성․교부한 사안에서, 원고가 각서를 통해서 퇴직으로 발생 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퇴 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원심은, 원고가 퇴직일부터 수개월이 지난 2014. 10. 8.에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것을 비롯하여 이 사건 각서의 작성 경위와 그 문언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각서를 통해서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였음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각서에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란 문구를 확인하지 못하고 날인하였다거나 착오에 빠져 날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처분문서의 해석, 퇴직금청구권의 포기 약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⑵ 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3914, 3921, 3938 판결
종중이 종중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종중의 반환 요청을 받은 종중원이 유익비를 지출하였더라도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고 본 사례이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 그러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따라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등 참조).
사용대차에서 차주는 민법 제611조 제2항, 제594조 제2항, 민법 제203조 제2항에 따라 유익비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종중이 종중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 하도록 하는 사용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토지에 대한 장기간의 무상 사용대차계약은 종중과 종 중원 관계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데다가,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토지 사용이익을 향유한 종중원이 종중을 상대로 유익비상환청구를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종중의 반환 요청을 받은 종중원이 유익비를 지출하였더라도 그 상환을 청구하지 않고 토지를 그대로 반환한다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소외 2와 소외 1이 수십 년 동안 ○○리 토지와 △△리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에 따른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외 2나 소외 1이 ○○리 토지와 △△리 토지를 개 간하여 가치 증가가 현존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하였 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 법률행위의 일부 무효 법리와 법률행위의 일체성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본조가 적용되기 위하여는 ① 무효사유가 법률행위의 일부에 존재할 것을 요하고, ② 법률행위의 일체성이 인정되며, ③ 분할가능한 법률행위로서, ④ 잔부유효를 의욕하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
법률행위의 성립이 단일하면 원칙적으로 일체적 법률행위이다.
예를 들어 단일한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약정은 흔히 일체적 법률행위를 이룬다.
그러나 법률행위가 여러 개의 약정으로 성립된 경우에도 그 전후 관계상 단일한 내용을 이룬다면 하나의 전체로 의욕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일체적 법률행위이다.
여기서 일체적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는 일체적인 것으로 하려는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행위들 간의 객관적 의미 관련성을 들 수 있고, 판례는 양자를 동일 평면에서 다루고 있다.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115120 판결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거기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 업상의 노하우(know-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볼 것인바(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 2501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85164 판결 등 참조), 권리금계약은 임대차계약이나 임차권양도계약 등에 수반되어 체결되지만 임대차계약 등과는 별개의 계약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인지 여부는 계약체결의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0다54659 판결,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 등 참조), 각 계약이 전체적으로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진 것으로 그 하나가 다른 하나의 조건이 되어 어느 하나의 존재 없이는 당사자가 다른 하나를 의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에는, 하나의 계약에 대한 기망 취소의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일부무효이론과 궤를 같이하는 법률행위 일부취소의 법리에 따라 전체 계약에 대한 취소의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3119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임차권양도계약과 권리금계약의 체결 경위, 계약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이 사건 권리금계약은 임차권양도계약과 결합하여 그 전체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어느 하나의 존재 없이는 당사자가 다른 하나를 의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권리금계약 부분만 따로 떼어 이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권리금계약에 취소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라면 마땅히 임차권양도계약까지도 취소하였어야 한다.]
권리금계약은 임대차계약 등과는 별개의 계약이나, 임차권양도계약과 권리금계약의 체결 경위와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권리금계약은 임차권양도계약과 결합하여 전체가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어느 하나의 존재 없이는 당사자가 다른 하나를 의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대법원은 권리금계약 부분만을 따로 떼어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다15598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
생명보험계약의 약관에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보험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출이 된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그 대 출 원리금을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으며, 만약 상환하지 아니한 동안에 보험금이나 해약환 급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위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한다 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와 같은 약관에 따른 대출계약은 약관상의 의무의 이행으로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라고 보아야 하고, 보험약관대출금의 경제적 실질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하 여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아야 한다.
[별개의견]
(가) 보험약관대출의 계약당사자가 ‘보험계약서’ 이외에 별도로 ‘약관대출차용증서’를 작성하면서 ‘대출’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금전의 소유권을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계약자에게 이전하고, 보험계약자는 이를 ‘상환기일’에 금전으로 반환하되 약정 상환기일까지 ‘이자’를 지급하고 그 상환기일까지 ‘상환’이 지체될 경우에는 ‘연체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명시하여 약정하고 있고, 보험업 관계 법령도 보험약관의 규정에 의한 대출을 신용공여거래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업회계기준상으로도 보험회사의 약관대출에 관한 회계처리는 자산계정 중 ‘선급금 항목’이 아니라 ‘대출채권 항목’에 기재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보험약관대출을 ‘대출채권’으로 취급하여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보험업계에 보편화되어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보험약관대출은 명백히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자 있는 금전소비대차의 일종이라고 할 것이고, 계약당사자 사이의 명확한 의사의 합치, 보험업 관계 법령의 규정 및 보험업계의 보편적인 인식을 외면한 채 이를 보험계약과 구별되는 독립된 법률행위(계약)로서의 성질조차 부정하면서 ‘해약환급금 등의 선급에 관한 행위’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나) 다수의견이 보험약관대출계약이 보험계약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음을 부정하면서 이를 ‘해약환급금 등의 선급에 관한 행위’로 보고, 보험약관대출금이 대여금이 아니라 선급금이라고 해석한 것은 소비대차에 관한 민법 및 보험업 관계 법령의 각 규정과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 및 보험 법의 일반원칙에 모두 위반된 의사해석이므로 찬성하기 어렵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약관에 따른 대출계약을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으로 판단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태도 (개별 약정을 수개의 법률행위로 분리하는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3호, 김유성 P.3-31 참조]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의 합치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이러한 약정을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는지, 이러한 약정이 객관적으로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대상판결은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권리금계약과 임대차계약은 모두 유상계약으로 그 계약의 목적과 대가가 명확하게 분리되어 별개의 계약이라고 보았는데, 위 법리에 의할 때 대상판결의 문제가 된 계약도 조합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적용이 문제되는 것이다.
하나의 약정을 수 개의 법률행위로 판단한 사례로 임대차계약과 권리금계약을 별개의 계약으로 본 대법원 2012다115120 판결이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이 별도의 법률행위로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다.
보상금 지급은 유상임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계약의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이 별도의 법률행위로 구분된다고 하려면 보상금의 대상이 조합계약의 주된 부분과 객관적으로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해당 부동산의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고, 권리금계약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비품, 영업시설 등 유형물이나 영업 노하우, 거래 관계, 신용 혹은 점포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장점 등 무형의 가치의 양도 등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으로 권리금의 대상이 객관적으로 분리된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중 보상금에 관한 부분은 보상금의 수액을 정한 제5조 제3항 제3호가 전부이고, 위 조항은 ‘지분매입비 보상’의 일부로서 지분매입대금에 관한 조항(제1, 2호)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금원이며, 입찰과정에서도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의 합계액 에 해당하는 보상비율만이 기재되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 중 보상 금 지급 부분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도 없다.
위 보상금은 이 사건 광구 관련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 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계약의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은 별도의 법률행위로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법률행위로 보아야 한다.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 득한 피고가 그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의의
⑴ 제109조는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여 표의자를 보호하면서도,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거나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그 취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한편,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그 취소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여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아울러 보호하고 있다.
⑵ 이러한 제109조의 법리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의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모든 사법(私法)상의 의사표시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소가 개설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증권이나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그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거래소의 업무규정에서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에 대하여 민법 제109조가 적용되고,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에 대한 보호도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통해 도모되어야 한다).
⑶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 역시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나. 착오
⑴ 착오의 개념
㈎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①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94841 판결 :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매수한 임야가 도시관리계획상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위 임야가 장차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장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②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다99798 판결 : 갑 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전임자 을에 대한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으로 된 직에 병을 임명하였는데 이후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무효임이 확정된 사안에서, 병에 대한 임명행위 당시 을의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이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상황에 대한 갑 조합의 인식 자체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서 면직된 상태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③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퇴직근로자 을에게 체불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하면 회사 정상화 이후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고, 을은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안에서, 을이 갑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도 재고용되지 않았더라도, 이는 을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④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택지개발예정지구의 대상 면적을 축소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변경이 고시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개발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였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 판례는, 온라인연합복권 운영기관인 A은행이 향후 7년 동안의 총 예상매출액에 관한 회계법인의 검토보고에 따라 온라인연합복권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용역을 제공하는 B회사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7년, 수수료를 매회 매출액의 9.523%로 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온라인연합복권이 발행된 이후 그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어 처음 1년 동안의 누적매출액이 당초 예상한 매출액의 11배가 넘는 금액에 이르렀고 그 결과 B회사에 과다한 수수료가 지급되자, A은행이 착오를 이유로 계약의 일부취소(수수료 감축)를 주장한 사안에서, “비록 A은행이 회계법인의 검토에 따른 예상매출액을 토대로 수수료율 등 이 사건 계약 내용을 정하였고 실제 매출액이 위 예상매출액보다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하고, 또한 A은행이 위 예상매출액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A은행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장래의 매출액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위 착오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44368 판결. 이 판결은 또한, “이른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다.”는 법리를 선언한 다음, 이 사건 온라인연합복권 판매액이 예상매출액을 훨씬 초과하게 되어 그 판매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원고가 결과적으로 예상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A은행 측의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 주장도 배척하였다.
다. 법률행위 해석과 착오의 관계
⑴ 자연적 해석과 착오
자연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일치하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⑵ 규범적 해석과 착오
규범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가 발생한다.
⑶ 보충적 해석과 착오
보충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도 표의자가 실제 원하던 바와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은 법원이 당사자의 가상적 의사라고 인정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표의자가 착오를 주장할 수는 없다(다수설).
라.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
⑴ 표시상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는 옳게 이해하고 있으나 표시행위 자체를 잘못한 경우 (예) 컴퓨터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표시할 것을 실수로 10만 원이라고 표시한 경우
⑵ 내용(의미)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표시행위를 한 경우 (예) 홍콩 사람이 홍콩 달러 100달러에 매수할 생각으로 100달러라고 표시하였는데 그곳
이 미국 달러가 통용되는 지역이어서 그 표시행위의 의미가 미국 달러 100달러에 사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 보증인이 신원보증 서류로 알고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실제로는 연대보증 서류이었던 경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물상보증인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의 동일성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다37087 판결 : 피고 회사 광주지점 직원인 소외 정호일과 법무사 사무소 직원인 소외 정권진이 1993. 2. 24. 소외 김해성 경영의 우신전기 사무실 옆에 있는 신광전기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채무자란이 백지로 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연대보증계약서를 각 제시하면서 근저당권 설정자란과 연대보증인란에 원고의 서명날인을 요구하였을 당시 원고는 그 채무자가 위 김해성인 것으로 알고 근저당권설정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그 후 판시와 같은 경위로 채무자가 소외 서낙철로 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상의 채무자를 소외 서낙철이 아닌 위 김해성으로 오인한 나머지 근저당설정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이와 같은 채무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⑶ 동기의 착오
라. 동기의 착오
⑴ 의의
동기란 효과의사를 형성하게 된 사정 또는 법률행위로 도모하려는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말하는데, 동기의 착오란 이러한 동기가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동기의 착오는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양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를 나누어 검토해 보아야 한다.
⑵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듯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동기의 착오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 민법의 해석상 ‘법률행위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판례를 분석하여 보면 동기의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임을 전제로, ①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②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 ③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졌는데 계약의 수정이 어려운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인정하고 있다.
착오의 대부분은 동기의 착오이기 때문에 동기의 착오를 제109조의 적용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 반면에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넓게 인정하면 상대방의 법적 지위가 너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표의자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상행위의 경우에는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다만 증여계약과 같은 무상행위의 경우에는 표의자의 의사표시에 관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적으므로 착오가 표의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다른 제한 없이 취소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 ①항에 관한 판례로는,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 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3다19342 판결 등)
②항에 관한 판례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7440 판결 :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시가 위와 같은 개발사업을 실시함에 있어 그 사업계획에는 개발제한구역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지 아니한 토지를 사업지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피고시는 일부가 그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토지는 무조건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를 협의 매수하기로 하고, 지주들에 대하여는 잔여지가 발생한 사실 및 잔여지에 대하여는 지주의 수용 청구가 있어야만 사업시행자가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알리지 아니하고 지주들로부터 잔여지수용청구도 받지 아니한 채,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에 대한 보상가액을 사정하여 미리 책정한 다음 지주들에게 이에 따른 손실보상협의요청서를 발송하고 매수 협의를 진행하였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들은 피고시의 담당 직원들이 원고들 소유 토지의 정확한 편입 상황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것처럼 보상가액을 책정하고 매수요청을 함에 따라, 원고들 소유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이거나 가사 일부가 편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토지 전부를 매도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피고시의 협의매수에 응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원심이 원고들이 이 사건 잔여지에 관하여 피고시의 협의매수요청에 응한 것은 그 잔여지를 포함한 토지 전부가 피고시의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으로 잘못 알았거나 또는 일부 토지가 사업대상에 편입되면 그 전부를 수용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응한 것으로서 이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산하의 관계공무원이었고, 이 사건 전체 토지 중 편입대상 토지의 면적은 잔여지에 비하여 현저히 작은 부분이므로, 원고들은 나머지(잔여지)를 종래의 용도인 농토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원고들은 피고시에 의한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잔여지에 대한 협의매수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동기는 이 사건 협의매매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을 이룬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 사건에서 협의매수로부터 취소에까지 이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소론과 같은 기간이 지나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6063 판결 : 원심은 원고가 1992. 7. 30.경 피고에게 지급한 금 3,000,000원은 원고의 기존 주택이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그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이를 주장하는 피고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착오로 증여한 금원이므로 피고는 그 착오에 의한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한 원고에게 위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 사이의 경계선이 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도면 표시 3과 4를 연결하는 선이라고 생각하여 원고의 기존 주택이 그 경계선을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이를 침범하려고 한다면서 동작구청과 서울특별시청에 진정을 하고, 감사원에도 새로운 진정을 하려고 하자 원고는 두 토지의 경계선이 피고가 주장하는 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금 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금원은 경계선에 관한 피고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경계선을 잘못 인식한 원고가 착오로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증여한 금원으로, 원고가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뜻이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그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진정한 경계선에 관한 착오는 원고가 위 금원 지급 약정을 하게 된 동기의 착오라 할 것임은 상고이유에서 논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그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피고측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의 체결에 있어서 원고는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원고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원고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금원 지급 의사표시는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 되어 원고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이다.
⑶ 당사자 쌍방에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
㈎ 문제점
예를 들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매도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것으로 생각하여, 매수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매매대금에 추가하여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실제로 매도인에게 부과된 세액이 8억 원인 경우와 같이,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사자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에서와는 달리 계약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만일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당사자들은 다른 내용으로 합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어느 일방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합의했을 내용으로 계약을 수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 판례
① 대법원은 앞서 제시한 사례(이른바 양도소득세 사건)에서, “원고(매도인)와 피고(매수인)가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세금의 액수가 위 금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가 위 초과세액까지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을 때에는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 상당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의 지급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세액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매매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24810 판결), 이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는 입장과 같다.
② 그리고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같은 내용으로 착오를 하고 이로 인하여 그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도 있으나, 여기서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란 당사자의 실제 의사 내지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보충적 해석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마. ‘중요부분’의 착오
⑴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주관적 표준),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객관적 표준)(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 대법원 2009. 3. 16. 선고 2008다1842 판결 등 참조).
가령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대법원 1968. 3. 26. 선고 67다2160 판결, 대법원 1974. 4. 23. 선고 74다5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 등 참조).
⑵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있다고 하려면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만일 그 착오로 인하여 표의자가 무슨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은 것이 아니라면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 : 주채무자의 차용금반환채무를 보증할 의사로 공정증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으나 그 공정증서가 주채무자의 기존의 구상금채무 등에 관한 준소비대차계약의 공정증서이었던 경우, 소비대차계약과 준소비대차계약의 법률효과는 동일하므로 공정증서가 연대보증인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이라고 할 수 없어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차용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었던 이상 착오로 인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었거나 장차 불이익을 당할 염려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착오는 연대보증계약의 중요 부분의 착오가 아니다).
⑶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239345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바. 표의자에게 ʻ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ʼ
⑴ 중대한 과실의 의미
㈎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25830, 2584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등 참조).
① 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38881 판결 : 원고는 부천시 소재 100평 정도의 건물을 임차하여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매출액 및 종업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 공장이 협소하게 되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먼저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설립하고자 하는 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관할 관청에 알아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또 이와 같이 알아보았다면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의도한 공장의 건축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
②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2772 판결 : 거래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의 알선을 업으로 삼고 있어 고도의 직업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지위나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받게 할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중개를 의뢰하여 매매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일반인으로서는 부동산중개업자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것으로 신뢰하고 그의 개입에 의한 거래 조건의 지시, 설명에 과오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거래하는 것이라는 점, 매수인이 중개업자의 말을 믿어 착오에 빠지게 되었지만 중개업자가 착오에 빠지게 된 과정에 명확하게 당해 점포를 지적하지 아니하였던 매도인의 잘못도 개입되어 있는 점, 중개인을 통하여 하는 부동산 매매 거래에 있어 언제나 매수인 측에서 매매 목적물을 현장에서 확인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매 당사자에게 중개업자가 매매 목적물을 혼동한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까지 미리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할 것인 점 등 매매 중개와 계약 체결의 경위 및 부동산 매매 중개업의 제반 성질에 비추어 볼 때, 매수인이 다른 점포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라고 오인한 과실이 중대한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매수인과 매도인 쌍방을 위하여 중개행위를 한 중개업자 스스로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다른 점포로 오인한 채 매수인에게 알려 준 과실을 바로 매수인 자신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토지매매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거나 지적도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매목적물이 지적도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34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갑이 을로부터 토지 약 325평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매실나무 밭 바로 앞부분 약 80평이 포함되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을도 갑과 같이 토지의 경계를 잘못 인식하고 있어 매매계약 당시 갑에게 토지의 경계에 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위 토지면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갑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의 경계에 대하여 착오를 하였고, 그 착오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며, 을 측의 잘못된 설명으로
갑의 착오가 유발되었으므로 갑의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
⑵ 증명책임: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⑶ 예외 :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면서 이용한 경우
예컨대 A 컴퓨터회사가 그 홈페이지 쇼핑몰에 실수로 2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컴퓨터를 10만 원대로 표시하자 B는 그것이 착오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이 기회에 노트북을 싸게 구입할 생각으로 재빨리 결제해 버린 경우, A는 위 매매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여 노트북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이러한 착오는 표시상의 착오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에 해당하고 또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단 착오 취소의 요건은 충족된다. 그렇지만 B가 위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면 원칙적으로 A는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이 경우 A는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유로 B의 위 중과실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은 비록 구민법이 적용되던 때의 사안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므로 당초에 그 상대방이 악의여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동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A는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였다는 사실을 주장, 증명하여 결국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판례도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 소외 1이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0경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의 매수주문을 입력하면서 주문가격란에 0.80원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 80원을 입력한 사실, 이 사건 거래는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장중 매매거래 시 최우선매수호가부터 5개의 매수호가와 그 호가수량이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표되고, 이 사건 거래 당시에도 호가를 한 당사자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1계약당 80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을 매수하겠다는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주문(이하 ‘이 사건 매수주문’이라고 한다) 내역은 거래참가자들 모두에게 공개된 사실,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는 불과 1개월의 차이를 두고 있는 2개 통화선물 종목의 차액으로서 시장가격의 변동성이 적어 평소에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0.1원 내지 0.3원의 변동이 있는데, 이 사건 거래 전날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종가는 0.9원이었던 사실, 피고의 직원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4경 1.1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09:00:03:60 위 주문이 80원에 체결되자, 거래화면에 나온 매수호가 80원을 클릭하여 주문가격을 80원으로, 주문수량을 300계약으로 하여 09:00:08:46 매도주문을 하고, 이후 주문가격과 주문수량을 고정하여 09:00:11:88부터 09:00:15:73까지 불과 몇 초 만에 추가로 28회의 매도주문을 한 사실,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가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에 대하여 하루 1,000계약 이상의 주문은 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거래 당일에는 10,000계약의 주문을 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로서는 최초에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이 사건 매수주문의 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사건 매수주문을 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사. 상대방의 예견가능성 여부
표의자가 취소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는 특히 표시의 착오 또는 의미의 착오의 경우에 의미가 있는데(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동기의 착오를 고려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오로 인한 취소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상대방이 입은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민법의 입법상 불비를 보충하기 위하여 이를 요구하는 소수설도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① 법의 근거가 없고, ② 이를 요구하면 착오에 의한 취소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③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상대방이 예견가능한 경우에만 착오에 의한 취소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결과가 되므로, 상대방의 예견가능성은 필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아. 착오에 특유한 ‘취소권 배제’ 사유
⑴ 투기적, 모험적인 행위
예를 들어 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몇년이 지나도 개발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사 매수인이 매매계약 당시 매도인에게 그러한 동기를 표시하였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에 따르는 위험(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의식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⑵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소멸한 경우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그 후에라도 소멸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취소권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4620 판결).
385).
5. 착오로 인한 취소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소급적 무효 : 이미 이루어진 급부의 청산
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표의자)의 신뢰이익배상책임
⑴ 문제점
민법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서는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일정한 생활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이른바 신뢰투자), 그러한 경우에는 표의자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에 따라 손해를 입게 된다. 예컨대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중개 수수료 및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나중에 매도인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해 버리면 매수인은 위 중개 수수료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는 그 때문에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여기서는 표의자가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한 경우에 한정해서 검토하기로 한다.
⑵ 판례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13023 판결은, 상대방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인바, 피고가 계약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소외 회사가 수급할 공사의 실제 도급금액을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피고가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계약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여 표의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바 있다.
표의자가 자신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나중에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상대방이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그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그 손해를 귀속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 따라서 그로 인한 상대방의 신뢰이익은 배상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535조가 정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그 자체가 실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제535조를 유추적용 하는 것보다는 곧바로 제750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는 민법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에게도 취소권을 준 이상 그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가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하여 그 자가 ‘그러한 하자 있는 법률행위에 상대방을 끌어들인 것’까지 적법해 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착오에 빠진 데 경과실이 있는 표의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이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과실상계의 사유로 참작하면 된다는 견해와 아예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은 신뢰이익 상당액을 원칙으로 하되, 이행이익 상당액을 넘지 못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과잉배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상대방은 취소로 인한 신뢰이익배상을 통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그 소유의 건물을 차임 월 금 40만 원, 임대차기간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그 직후 병이 갑에게 위 건물을 차임 월 금 50만 원에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 임대해 줄 것을 청약하였는데 갑은 을에게 위 건물을 이미 임대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그런데 그 후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착오(경과실)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하였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 위 사례에서 갑의 이행이익은 금 40만 원, 신뢰이익은 금 50만 원이다. 그런데 갑으로서는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을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으로서 금 40만 원(금 50만 원이 아니라)만을 청구할 수 있다].
6. 착오와 관련문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담보책임과의 경합
⑴ 매수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 문제점
예컨대 을이 갑으로부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토지 위에는 관계 법령상 공장을 지을 수 없었던 경우, 을은 착오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또한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 이 경우 담보책임에 관한 제580조 제1항만 적용되는가 아니면 제580조 제1항과 착오에 관한 제109조 제1항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만일 법률행위 해석의 결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단순히 '토지'였다면, 다시 말하면 당사자 사이에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설령 관계 법령에 의하여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토지가 통상 갖추어야 할 성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오로지 착오에 의한 취소 문제만 생기고 하자담보책임의 문제는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 착오와 담보책임의 경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 판례
판례는 서화의 매수인이 매매 후 6년 만에 목적물인 서화가 위작된 사실을 알게 되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르고, 그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그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매수인의 착오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 이는 양 제도의 전면적인 경합을 인정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매수인의 착오가 매매 목적물의 성질에 관한 것인 경우 제580조가 제109조의 특별규정이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제580조가 매수인으로 하여금 보다 엄격한 요건(무과실) 하에 그리고 단기의 제척기간(6월) 내에 담보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착오 취소권을 함부로 배제하여 매수인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므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⑵ 매도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 문제점
예컨대 갑이 병이 무권리자인 사실을 모르고 병으로부터 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을에게 다시 위 부동산을 대금 1억 원에 매도하고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그후에 위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을을 상대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확정 당시 위 부동산의 시가는 2억 원)을 받자, 을이 갑에게 제570조에 따라 위 매매를 해제하지 않고 손해배상(전보배상)으로서 2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 경우 갑은 위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만일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위 부동산을 을에게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제109조 제1항에 의하여 을과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항변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만일 갑이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면 갑은 을에게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으로서 매매대금으로 지급 받은 1억 원만 반환하면 되고 매매계약의 소급적 무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의무를 면하게 되기 때문에 갑에게 훨씬 유리하게 된다.
⑵ 판결
민법상 타인의 권리의 매매로 인한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민법 총칙의 착오에 관한 규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매도인인 피고는 착오에 기한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1980. 10. 31. 선고 80나2589 판결).
위와 같은 사례에 대비하여 제571조는 “매도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있는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례에서제570, 571조는제109조의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갑의 위 착오에 의한 취소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해제와 취소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82 판결).
다. 화해계약과 착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제733조).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의 관계
⑴ 기망행위에 의하여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 : 경합
⑵ 기망행위에 의하여 표시·의미의 착오에 빠진 경우 : 판례는 이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자체에 해당하지 않고 이 경우에는 오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만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와 경합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7. 장래의 사정에 대한 동기착오
가. 판례의 태도
판례는 장래 사정에 대한 동기착오에 관하여 ‘표의자가 행위 당시에 장래에 있을 사항의 발생을 미필적으로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단순한 기대의 무산에 불과하여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94841 판결 : 민법 제109조의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표의자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므로, 표의자가 행위를 할 당시에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표의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에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착오로 다룰 수는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참조)].
장래의 단순한 기대가 무산된 것으로 보아 착오법리의 적용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들은 다음과 같다.
⑴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94841 판결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매수한 임야가 도시관리계획상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위 임야가 장차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장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판결이다.
⑵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다99798 판결
甲 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전임자 乙에 대한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으로 된 직에 丙을 임명하였는데 이후 甲 조합의 乙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무효임이 확정된 사안에서, 丙에 대한 임명행위 당시 乙의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이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상황에 대한 甲 조합의 인식 자체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甲 조합의 乙에 대한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서 면직된 상태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판결이다.
⑶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회생계획이 인가되어 피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원고를 비롯한 퇴직자들의 재고용을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피고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 재고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가 피고 회사에 의한 재고용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더라도, 이는 원고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난 경우가 아니라 원고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를 이 사건 합의에 있어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에 재고용될 것으로 믿은 것이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한 동기의 착오로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가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⑷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甲 주식회사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택지개발예정지구의 대상 면적을 축소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변경이 고시된 사안에서, 甲 회사가 개발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였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판결이다.
⑸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45904 판결
원심이, 원고 등이 이 사건 임야를 기부채납할 당시 가까운 장래에 이 사건 임야상으로 군청 청사가 이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여도, 이는 원고 등의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이를 두고 법률행위 자체의 요소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기부채납 의사표시에 동기의 착오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기부채납 취소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의사표시의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⑹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다15755 판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이 사건 매매 당시 장차 도시계획이 변경되어 자신들이 이 사건 토지 상에 공동주택, 호텔 등을 신축하는 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 후 생각대로 되지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 또는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착오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를 취소하는 바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수령한 계약금을 원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원인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 역시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⑺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44368 판결
비록 피고가 회계법인의 검토에 따른 예상매출액을 토대로 수수료율 등 이 사건 계약내용을 정하였고 실제매출액이 위 예상매출액보다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하고, 또한 피고가 위 예상매출액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장래의 매출액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
온라인연합복권 판매액이 예상매출액을 훨씬 초과하게 되어 판매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甲 회사가 결과적으로 예상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의 일부 취소 또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일부 해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판결이다.
⑻ 아파트 분양 취소 사건
아파트의 수분양자들인 원고들은 시공사, 신탁회사 등 아파트의 분양자를 상대로 아파트 분양광고의 내용을 이루는 개발사업들이 모두 실현될 것으로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하였고, 개발사업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착오․취소를 주장하였다. 같은 내용의 관련사건 5건에서 원심은 일부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개발사업들의 실현에 대한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불과하여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착오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한데, 동기가 표시되었다거나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들의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에서도 착오․취소를 주장하는 상고이유를 모두 배척하였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부 차이가 있었다.
❏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57228 등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52377 등 판결
민법 제109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알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표의자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하므로, 표의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표의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는 없다(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등 참조).
또한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분양광고를 통하여 광고한 이 사건 개발사업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그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위 개발사업들의 실현에 대하여 가진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원고들 주장의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한데, 원고들의 이러한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착오를 이유로 한 법률행위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기대의 무산은 착오로 다룰 수 없다는 법리와 동기의 착오․취소에 관한 일반 법리를 함께 들면서, 원심판단을 수긍한 판결이다.
❏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10793 등 판결,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2432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56355 등 판결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들 주장의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한데, 원고들이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개발사업이 가까운 장래에 완료된다는 것을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거나, 피고들도 원고들과 같은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들 주장의 착오가 피고들의 이 사건 아파트 분양광고에 의하여 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개발사업이 가까운 장래에 완료된다는 것이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착오를 이유로 한 원고들의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 ○○○ 등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착오를 이유로 한 법률행위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개발사업이 가까운 장래에 완료될 것이라는 착오를 동기의 착오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판결이다.
그 외에도 판례가 장래 사정의 착오를 동기의 착오로 보아 취소를 허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⑴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매매대상 토지 중 20∼30평가량만 도로에 편입될 것이라는 중개인의 말을 믿고 주택 신축을 위하여 토지를 매수하였고 그와 같은 사정이 계약체결 과정에서 현출되어 매도인도 이를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전체 면적의 약 30%에 해당하는 197평이 도로에 편입된 경우,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판결이다.
⑵ 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24810 판결
부동산의 양도가 있은 경우에 그에 대하여 부과될 양도소득세 등의 세액에 관한 착오가 미필적인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관한 것이라도 민법 제109조 소정의 착오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판결이다.
나.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민법 제109조에 의해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따라서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등 참조).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는 없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위험의 현실화’와 착오에 의한 취소)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60-363 참조]
가. 법률행위의 일체성
⑴ 원고의 주장
원고는 하나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이 하나의 계약이라면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원고는 지급 금액 전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원고는 계약이 분리된다면서 보상금 지급 부분만 취소한다고 주장하였다.
전체 계약의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특정하여 그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의 계약으로 볼 것인지 또는 두 개의 계약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계약이 취소 또는 해제될 때 반환 내지 원상회복범위가 달라진다.
이는 당사자의 추정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⑵ 대상판결의 분석
대상판결은 명백히 하나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분매매의 대금계산방식이 복잡해서 그 금액을 합산하는 형식으로 처리했을 뿐, 매매에 따른 매매대금으로 단일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계약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⑶ 참고판례인 서울고등법원 2019나2036873 판결 분석
원고는 시공사이고, 피고는 재개발조합으로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는데, 그 내용 중에 원고가 피고에게 사업비 등을 빌려주기로 하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하나의 계약서로 작성되었음).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무이자로 일정 금액을 대여했는데, 피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
원고는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대여금에 대하여 받은 날부터 6%의 법정이자를 가산해서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위 판결은 계약조항에 도급계약이 해제될 경우의 대여금 반환시기에 관한 약정을 별도로 두었으므로, 소비대차계약은 공사도급계약과 별도의 계약이라고 해석하였다.
위 계약의 성질상 설령 변제기 약정이 없었더라도 당사자의 추정적 의사는 두 개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느낌이다.
다.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⑴ 착오와 동기의 착오
착오란 내심의 효과의사가 표시상의 효과의사와 다른 경우이다.
동기의 착오란 내심의 효과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인식을 한 경우를 말한다.
착오를 판례처럼 해석하는 한, 매매계약에서 착오는 많지 아니할 것이고, 대부분 동기의 착오가 문제된다.
⑵ 해석기준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①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②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③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
그 동기를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동기의 착오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
⑶ 시가의 착오
① 원칙 : 착오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토지매매에 있어서 시가에 관한 착오는 토지를 매수하려는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그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4다카890 판결).
② 예외 : 감정금액을 기준으로 협의매매대금을 정한 경우(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
원고(인천광역시)는 피고들과 피고들 소유의 부동산을 협의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매매계약의 성격은 사법상 매매임), 관련 법령에 따라 협의매매대금을 두 개의 감정을 평균 낸 금액으로 정하였다.
감정을 수행한 업체는 대상 부동산이 자연녹지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하였음에도 대상 부동산을 생산녹지로 평가하는 실수를 범하였고, 위 실수로 인해 원고는 피고들과 대상 부동산의 시가보다 85% 정도 증액된 금액을 매매대금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대금을 모두 지급한 다음에 시가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반환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원고의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시가의 착오는 동기의 착오이기는 하나, 계약금액을 감정서 금액으로 정하기로 정한 이상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라. 대상판결의 분석
⑴ 대상판결은 ‘위험성의 현실화’는 착오가 아니라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원고는 위 광구에서의 광석 매장량이 부족하여 채굴 사업이 실패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였고, 원고의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하므로 이는 착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타당하고, 종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들이 있었다.
광산은 워낙 위험성이 높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위와 같은 설명이 설득력이 있는 것임. 실제로는 위험성이 전혀 없는 계약을 상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위험성의 현실화’를 기준으로 착오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⑵ ‘위험의 인수’ 내지 ‘위험의 부담’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용이할 수 있다.
결론을 도출할 때에는 구체적 타당성(형평)을 고려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계약 이후 계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나타났을 때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러한 사정 발생의 위험을 매수인이 인수하였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형평에 맞을 것이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인식하고 있었던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이냐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계획의 변경은 흔히 있는 일이고, 건축허가가 예정대로 나오는지 여부도 확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안을 위험의 인수를 기준으로 본다면,
① 사례 1 : 착오가 아님
거래관행상 부동산 가격에 변동을 주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이 변하는 것은 소유자(매수인)가 부담하는 위험이고, 매도인이 그러한 상황까지 예측하여 책임지는 관행은 없다.
매매계약 다음날 유리한 정책발표로 부동산의 가격이 10배 이상 오르더라도 매도인은 착오를 주장할 수 없고, 반대로 불리한 정책발표로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매수인 역시 착오를 주장할 수 없다.
② 사례 2 :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음
매도인이 토지의 용도를 변경한 후 고가의 주택이 들어설 것을 전제로 매수인에게 그 토지를 비싸게 매도한 것이므로,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위험성은 매수인에게 인수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 계약의 내용상 그 동기가 계약의 내용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건축허가가 날 수 없었다면 매수인은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위 케이스에서도 매도인이 원래의 토지 가격에 약간의 마진만 붙인 금액으로(즉 대지로 평가한 금액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매도하였다면, 이 경우에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위험성을 매매대금에 반영한 것으로 보아 그 위험을 매수인이 인수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광산에 투자하는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원고 회사 역시 그러한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로서 그 위험부담을 원고가 인수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원고에게 착오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