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소년】《아! 정말 토요일 오후다운 나날들이었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래 명화는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Bartolome Esteban Murillo)가 그린 거지 소년이란 작품이다.
캔버스에 그린 유채화(134 x 100cm)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17세기 중반 불경기에 접어든 스페인의 거리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소년의 남루한 옷차림, 밤톨 머리, 무릎과 발의 묵은 때 등은 그가 처한 답답하고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상황과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소년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벼룩을 잡고 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구걸해 온 과일은 썩었고, 말라붙은 새우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벼룩은 소년의 마음까지 괴롭히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 암울한 주변 환경과는 달리 창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빚은 창을 통해 들어와 소년의 모습을 무대의 조명처럼 비친다.
그 속의 소년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보다는 지금 따사로움을 느끼며 벼룩을 잡는 여유를 부린다.
부모라는 울타리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은 외로움과 불신으로 가득할 것이다.
담담한 소년의 얼굴에서는 인내와 처연함이 느껴진다.
그림 한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소년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우리 기성세대들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추운 겨울밤 몸을 누일 수 있는 따뜻한 잠자리, 어느 날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 한 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의 소중함을 안다.
상실과 궁핍의 경험은 기성세대들에게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어릴 적 대전 보문산에 놀이공원이 있었다.
그 입구에는 아이스케키나 솜사탕, 달고나 등을 파는 잡상인들이 있었다.
주머니에 동전 한 닢밖에 없는 난 무얼 먹을까 망설였고, 남루한 차림의 상인 아저씨는 재촉하지 않고 망설이는 나를 기다려 주었다.
회전그네를 타고 나서, 계곡에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기도 했다.
아! 정말 토요일 오후다운 나날들이었다.
“아! 정말 토요일 오후다운 나날들”이란 그 느낌은 지금도 뇌리를 떠나질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쇼핑몰에 가서 원하는 장난감이나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거나, 원하는 게임을 실컷 할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매우 만족스런 말투로 “아! 정말 토요일 오후다운 나날들이었는데”하고 회상하게 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궁핍과 박탈의 경험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삶을 즐기려면 작은 것부터 즐겨야 한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라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인생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생활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에서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다.
위 거지소년의 그림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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