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하강의 미학】《지는 해를 즐기는 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1. 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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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의 미학지는 해를 즐기는 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얼굴은 여자고, 몸뚱이는 사자에다 날개달린 괴물이다.

이 괴물은 테베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 문제를 풀면 보내주고 그렇지 못하면 곧 잡아먹었다.

왕비 이오카스테는 스핑크스를 없애주는 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포고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오이디푸스에게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냈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엔 두 발로 걷고, 저녁 무렵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이 무엇이냐?”

 

오이디푸스는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다.

그것은 인간이다. 어릴 때는 두 손과 두 발로 기어 다니고, 장성해서는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니 정답은 바로 인간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도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50대 중반이 되면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50대의 사람들은 한쪽 발은 여전히 안전한 직장이 주는 편안함을 디디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노후대비에 대한 두려움의 냄새를 맡는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제부터 살아야 할 시간보다 되돌아볼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인생에는 완벽한 성공도, 절망뿐인 실패도 없다.

나이를 먹다 보면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더 넓은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분별력, 즉 폭넓은 시각으로 사리분별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차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좀 더 느긋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현재의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와 싸우지 마라.

매일 밤을 꼬박 새우며 일을 하던 30-40대의 체력은 이미 사라졌지만, 지금 이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감사하다.

 

좋은 날씨,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싶다.

그 이유가 나이 든 탓이라면, 나이 드는 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일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젊어서는 그토록 중요했던 일들이 이젠 그리 대단치 않아진다.

새소리나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 한송이에도 감동한다.

 

세상 그 누구도 지루하게 살 이유는 없다.

내가 늘 하는 말이다.

죽어서 천국에 갔는데 천국이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곳이라면 정말 지루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