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마음이 젖는다.】《사위와 둘이서 센티멘탈의 세계로 빠져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창밖에 봄비가 내린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정겹다.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도 좋다.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내 마음도 멜랑꼴리(mélancolie)해지면서 촉촉하게 젖어든다.
이런 날에는 누군가 그리워지면서 빗소리를 들으며 루빗빛 와인 한 잔 하고 싶어진다.
사위집으로 향했다.
또르(Thor) 동생 로키(Loki)도 볼 겸 말이다.
청담동 유명세프가 독립해서 차렸다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사위와 둘이서 우산을 함께 받쳐들고, 그곳까지 한참을 걸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빗소리를 들을 때, 술 한잔 기울이며 추억의 옛 노래를 들을 때, 여행지의 펜션에서 밤하늘의 별천지를 바라볼 때 누구나 묘한 감정에 빠져 든다.
뭔가 잊고 있었던 것을 찾은 듯 아련하고 가슴이 찡해 온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그 느낌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눈시울을 적신다.
누구나 사소하면서도 고요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순간들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켰던 순간들, 높은 산을 오르며 눈부신 자연의 경관을 마주한 그런 순간들 말이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자신이 마치 정화되고 치유되는 느낌, 소위 힐링(healing)의 감정들이다.
‘사소한 일에 감동하고 즐기면서 살라’고 말하지만 사실 실천하기 쉽지 않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감탄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센티멘탈(sentimental)로 빠져드는 마음 여행을 할 수 있다.
비오는 날 책 한 권에 음악 한 곡이면 충분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나 꼬냑 한 잔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며칠 동안의 휴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닐 것이다.
일상에서 풍부한 감정을 찾아내고 감동을 느끼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모르긴 해도 그는 아주 행복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아 보자.
영원하지 않으면 어떠랴.
지금의 이 시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순간을 영원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눈을 감은 사람은 담아올 풍경이 없듯이,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 쯤에서 인생이 멈춰버려도 마음에 담아갈 아름다운 느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바로 이 순간, 눈 앞의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영혼을 다 바쳐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사위가 참 사랑스럽다.
그냥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