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조건부 법률행위, 조건과 불확정 기한의 구별, 처분문서의 해석,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에 의한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성취처분문서의 진정성립, 복수의 처분문서>】《처분문서인 동업계약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주주총회에 의한 사내이사 해임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이 사건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이 사건 근속조항이 적용되는지(적극) 및 원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피고들의 해임을 주도하여 민법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조건성취를 주장할 수 없는지(소극)(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5343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근속조항의 해석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처분문서를 해석하는 방법
[2] 민법 제150조 제2항의 규정 취지 및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3]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을과 사내이사인 병 등이 회사를 공동운영하기로 하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중 근속의무를 정한 근속조항에서 ‘동업자 중 한 명이 근속의무 종료 시점 이전에 자의적으로 회사를 퇴직할 경우, 보유 주식 전부를 대표이사에게 액면가로 양도한다.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를 하게 될 경우, 보유 주식 중 일정 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한다.’라고 정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병 등의 이사직 해임을 결의한 사안에서, 위 근속조항은 병 등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적용되고, 을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병 등의 해임을 주도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병 등은 근속조항에 따라 갑 회사의 보유 주식 일부를 대표이사인 을에게 액면가로 매각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민법 제150조 제2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3]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을과 사내이사인 병 등이 회사를 공동운영하기로 하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중 근속의무를 정한 근속조항에서 ‘동업자 중 한 명이 근속의무 종료 시점 이전에 자의적으로 회사를 퇴직할 경우, 보유 주식 전부를 대표이사에게 액면가로 양도한다.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를 하게 될 경우, 보유 주식 중 일정 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한다.’라고 정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병 등의 이사직 해임을 결의한 사안에서, 근속조항에서 동업자의 퇴사를 ‘자의적인 퇴사’와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로 구분하고 있고 각 항목은 서로 배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업자의 의무 위반과 귀책사유의 존재를 동업계약 해지와 권리 포기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다른 규정의 반대해석상 근속조항에서 정한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는 병 등이 귀책사유 없이 퇴사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근속조항은 병 등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적용되고, 한편 을이 병 등으로부터 양도받게 될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있어 병 등의 해임이라는 조건 성취로 을이 이익을 얻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병 등의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는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로 보이고, 을이 독단적으로 병 등을 해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등 을이 조건 성취를 통해 직접 이익을 받는 당사자로서 신의성실에 반하여 병 등의 해임을 주도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병 등은 근속조항에 따라 갑 회사의 보유 주식 일부를 대표이사인 을에게 액면가로 매각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들은 사내이사이다.
⑵ 원고, 피고들 등은 2014. 6. 27.경 이 사건 회사를 공동운영하기로 하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⑶ 위 동업계약에는 ‘동업자 중 한 명이 근속의무 종료 시점 이전에 자의적으로 회사를 퇴직 할 경우, 보유 주식 전부를 대표이사에게 액면가로 양도한다.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를 하게 될 경우, 보유 주식 중 일정 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한다’는 취지의 근속 조항(제6조)이 있었다.
⑷ 한편 위 동업계약에는 ‘동업계약 해지에 귀책사유 있는 동업자는 회사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함과 동시에 대표이사에게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취지의 조항(제7조 나.항, 이하 ‘동업계약해지와 권리포기조건’)이 있었다.
⑸ 이 사건 회사는 2014. 9. 17.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피고들의 이사직 해임을 결의하였다.
⑹ 원심은 근속조항이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퇴사하게 된 경우에도 적용되며, 원고가 신의칙에 반하는 방법으로 조건을 성취시킨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이 사건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이 사건 근속조항이 적용되는지(적극), ② 원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피고들의 해임을 주도하여 민법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조건성취를 주장할 수 없는지(소극) 여부이다.
⑵ 이 사건 근속조항은 가.항에서는 동업자의 ‘자의적인 퇴사’를, 다.항에서는 동업자의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를 규정하여 동업자의 퇴사를 2가지로 구분하고 있고 각 항목은 서로 배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건 근속조항과 달리 이 사건 동업계약 제7조 나.항은 동업자의 의무위반과 귀책사유의 존재를 동업계약 해지와 권리 포기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그 반대해석상 이 사건 근속조항 다.항에서 정한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에는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퇴사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⑶ 민법 제150조 제2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참조).
⑷ 동업계약에 일정 기간 근속하도록 정하고 그 전에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주식 중 일정비율을 대표이사에게 액면가에 매각하도록 하는 근속조항을 두었는데, 주주총회에서 피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을 결의하자 대표이사인 원고가 위 근속조항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액면가에 따른 주식양도를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해임된 경우에도 위 근속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한편,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양도받게 될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있어 피고들의 해임이라는 조건 성취로 원고가 이익을 얻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들의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는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로 보이고 원고가 독단적으로 피고들을 해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민법 제150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이다.
3. 법률행위의 해석
가. 서론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주체), 목적(내용), 의사표시라는 요건이 필요하고, 특히 계약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의 합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계약에서 행위자와 명의자 또는 계약의 효과를 의욕하는 자 등이 나뉘거나, 관련자들 사이에서 표시된 것과 다른 진의나 내심의 의사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경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당사자의 확정 문제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계약) 해석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므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결국은 ‘의사표시의 해석’과 같다고 본다. 다만, 의사표시 중에서 상대방이 있는(혹은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와 상대방이 없는(혹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의 해석은 구별하여 취급할 필요가 있다. 표의자 의사의 존중 외에 상대방의 신뢰보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로서의 계약의 해석, 그 중에서도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가 쟁점이다.
나. 의사표시이론
⑴ 의사표시의 의의
대체로,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표시행위라고 정의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불가결의 요소이고, 표의자가 원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준법률행위(법률적 행위)와 구별된다. 법률행위는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를 실현하는 법적 수단이다.
⑵ 의사표시의 구성요소
의사표시가 성립하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면, 보통 어떤 동기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를 결정하고(효과의사), 이 의사를 외부(타인)에 알리기 위하여 발표하려는 의사(표시의사)가 매개되어, 일정한 행위로 외부에 나타나는(표시행위) 3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의사표시의 본체를 이루는 것은 표시행위라고 설명된다.
㈎ 주관적 요소:의사
① 행위의사 : 어떤 외부적인 용태 즉 행위를 하려는 의식이다.
② 표시의사(표시인식) : 법적으로 의미 있는 표시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다.
③ 효과의사 :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욕하는 의사를 말한다.
◎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대법원 1999. 1. 29. 선고 97누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도 같은 취지) :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⑵ 객관적 요소:표시
효과의사를 외부에 표명하는 행위이다. 표시행위의 의의에 대해서 의사주의적 관점과 표시주의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 즉, ① 의사주의에서는 표의자의 내적인 의사의 표현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② 표시주의에서는 효과의사가 타인에게 인식될 수 있는 징표이자 법률효과의 본래의 근거이며, ③ 효력주의에서는 표시행위는 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한다. 의사표시로서의 가치(표시가치)를 가지는 적극·소극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그 수단·방식에 제한이 없고, 명시적·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다. 법률행위(의사표시)의 해석
⑴ 법률행위 해석의 기본입장(목표, 대상)
법률행위(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의사표시의 본질 내지 효력근거에 관한 의사표시이론과 관련이 있다.
대체로 의사표시의 본질론에 관하여 ① 의사주의에 따르면 표의자의 진의나 내심의 의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주관주의적 해석), ② 표시주의에 따르면 표시의 객관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며(객관주의적 해석), ③ 효방주의는 (효과의사와 표시행위의 일치로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인 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려고 한다(객관주의에 가깝게 된다).
기존의 다수설인 표시주의적인 절충설에 의하면(또한, 신뢰보호에 의하여 제한된 의사주의를 취하는 견해도 마찬가지), 적어도 계약과 같이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한 한, 표의자의 순수한 내심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해석의 목표로 될 수는 없고, 표시행위가 가지는 객관적 의미내용을 탐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법원판례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의사표시의 요소를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진의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라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라고 보면서, 법률행위의 해석이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판례 중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하거나(대법원 1977. 6. 7. 선고 75다1034 판결), 형식적인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해야 한다는 판시(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병합) 판결 등)도 있으므로, 당사자의 진의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동지 :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누3422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동지 :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5571 판결,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대법원 1994. 4. 29. 선고 94다114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43486 판결,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27923 판결,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31493 판결 등)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⑵ 해석의 방법
근래에 법률행위 해석을, 특히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의 경우, 크게 ‘밝히는(단순한) 해석’과 ‘보충적인 해석’으로 나누고, 밝히는 해석은 ‘자연적(주관적-개별적인) 해석’과 ‘규범적인(객관적-정형적인) 해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자연적 해석
표현의 문자적·언어적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표의자의 실제의 의사 즉 내심적 효과의사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일정한 표시에 관하여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이해한 경우에는 그 의미대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 전형적 예가 “오표시 무해의 원칙(잘못된 표시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당사자가 사실상 일치하여 의욕한 것이 있다면 문언에 우선하여 그 일치된 이해대로 효력을 부정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자연적 해석에서는 표의자가 표시의 의미를 착오로 다른 의미로 이해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하고, 착오가 있는 때에도 생각한 의미로 효력이 있다. 나아가 당사자가 일치하여 의도적으로 일정한 표시에 다른 의미를 부가한 경우에도 같다[예컨대 암거래에 있어서 물건(기관총)을 암호(‘피아노’)로 표시하는 경우].
㈏ 규범적 해석
① 의의
당사자의 사실상의 일치하는 이해가 확정되지 못하는 경우, 즉 의사표시에 관하여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상대방이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이 행하여진다. 규범적 해석은 표시행위의 객관적·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인데, 이는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있어서 상대방의 신뢰보호, 자기책임의 원칙 요청에 부응할 뿐 아니라, 해석에 적용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된다고 설명된다.
해석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고려는 표시의 상대방(수령자)이 적절한 주의를 베푼 경우에 이해되었어야 하는 표시행위의 의미가 탐구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수령자시계, 수령자의 이해시계 또는 수령자의 이해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표의자가 생각한 의미와 표시수령자가 생각한 의미가 다른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해가능성을 고려하여 해석이 행해져야 한다. 표의자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신뢰보호를 우선시키는 것이다(표의자에 의하여 실제 의욕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표시행위에 기하여 표의자에 의하여 의욕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효력이 있다).
상대방이 실제로 이해한 의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한 상대방의 주관에 너무 치우치게 되어 형평성을 잃게 되므로, 표시된 언어·행태 및 주위사정을 기초로 평균적인 상대방(평균인)이 이해하였으리라고 여겨지는 객관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표의자나 상대방의 주관적인 의도보다는 정의와 형평의 시각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를 모색하므로 규범판단이 개재하게 되고 따라서 규범적 해석이라고 부른다.
② 규범적 해석의 방법(출발점)
규범적 해석은 표시에 사용된 문자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문법적 해석). 다만, 그 문자가 일반적인 언어관용과 다른 의미로 사용된 징후가 있는 경우에는 문자에 머물러 있을 것을 고집할 수는 없다. 표시된 문자와 다른 의미는 당사자의 상의, 행위목적, 그리고 표시의 전체맥락에서의 표현의 위치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문자해석은 금지된다. 또한, 해석은 표시의 ‘사고법칙적 관계’를 고려하여 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표시된 부분들과 함께 법률행위 전체를 고려하여야 한다.
③ 규범적 해석의 표준
통상 법률행위의 해석의 표준으로서 법률행위의 문언, 당사자의 목적 기타 법률행위 당시의 제반사정, 관습, 임의규정 및 신의칙 등이 제시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는 것이 규범적 해석의 내용이 될 것이다.
㈐ 보충적 해석
법률행위의 내용에 틈(흠결, 공백)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해석방법이다.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면서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규율하기는 어렵고, 규율되지 않은 문제에 관하여 뒤에 다툼이 생길 경우가 있는바, 법률이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여러 임의규정(보충규정)을 두고 있으나 임의규정이 없거나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보충적 해석이다. 보충적 해석은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성립이 인정된 연후에 비로소 문제된다. 즉, 법률행위가 성립되었으나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규율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보충하는 것이다.
법원은, 가령 계약에서 당사자들이 간과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들이 무엇을 의욕했을 것인가를 신의칙과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탐구하여야 하고, 따라서 여기에서는 당사자의 진의가 아니라 그들의 ‘가정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
⑶ 해석의 표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들에 따라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 당사자의 목적 기타 의사표시 당시의 사정들
법률행위에 부수하는 제반사정들, 즉 표현의 문자적인 의미에만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의미내용을 탐구하여야 한다. 표시행위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경과와 상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행위 당사자의 모든 용태, 계약 상의에서의 표시들, 행위당사자의 하나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표시되거나 그의 표시로부터 명백한 법률행위의 목적, 표시행위의 장소와 시간, 당사자들 사이에 이미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거래에서의 지금까지의 습관, 표시행위가 인식가능하게 관계하는 표의자 또는 상대방의 이전의 표명들, 표시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관계 특히 어떤 의미와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법률행위가 행하여지는가 하는 관계, 표시행위 나타난 당사자의 개인적인 관계 등이 고려된다.
당사자의 목적은 제반사정들 중 중요한 것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 관습 내지 거래관행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관습 내지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당사자가 관습 내지 거래관행에 따라 행동한다는, 특히 일정한 표현을 거래의 통상적인 의미로 사용한다는 일반적인 생활경험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106조에서도 관습이 법률행위해석의 표준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다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면 그에 따른다. 또한 관습은 강행규정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 임의규정
민법 제105조의 반대해석에 의하여,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또는 의사표시가 불명료한 경우에는 임의규정을 적용한다[민법 제105조 (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본래 임의규정은 ① 해석규정(일정한 경우 “추정한다”는 표현)과 ② 보충규정(“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 또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등의 표현)으로 세분되는데, 규범적인 해석과 관계되는 것은 전자이고, 보충적인 해석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후자이다.
㈑ 신의성실의 원칙
앞서 본 여러 기준에 의하여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신의성실의 원칙(법률상의 행동원리) 또는 조리(법의 근본이념)에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예문해석’이나 ‘수정해석(효력유지적 축소)’ 등이다.
㈒ 기타의 해석원칙
① 통일해석의 원칙 : 표시행위의 각 부분을 분리해서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표시행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통일적인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8290 판결:약관의 용어풀이란도 본문과 결합하여 전체로서 약관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본문에서 사용된 용어 중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한다든지 그 풀이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고 본문의 의미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본문과 모순되는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② 유효(효용) 해석의 원칙 :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되는 해석과 무효로 되는 해석이 있다면, 유효한 해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표시행위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경우 당사자에게 가장 효용이 있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4다56098 판결:아파트 분양계약서에서 공유대지 증감에 관한 상호 “면책조항”이 있었던 사안에서, 그 조항에서 ‘공유대지에 대한 공부 정리 결과 공유대지의 증가나 감소가 있을 경우’라 함은 바로 분양계약 당시 계획된 아파트 단지의 대지에 대하여 지적법에 따른 순수한 지적공부 정리 결과 객관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증감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 위 면책조항이 형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③ 엄격(축소, 제한) 해석의 원칙 :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약정, 의무자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 또는 축소하는 약정, 또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약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연대보증인은 본 약정에 의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액을 한도로 하는 금액 및 모든 채권채무금액에 대하여도 연대이행할 모든 책임을 지겠다.”를 채무자의 기존 채무가 아니라, 연대보증 이후 발생하는 장래의 채무만을 보증하는 취지로 해석한 사례). 그 밖에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5571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다6048 판결,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33607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④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 계약 내용이 불명확할 때에는 그 계약을 작성한 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로 약관과 관련하여 문제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⑤ 특히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 관하여 약관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계약과 다른 고려가 필요하다. 즉,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하지만, 약관은 그것의 전형적인 내용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의한 상이한 종류의 규범적인 이해가 문제되지 아니한다. 약관은 대량거래에 관하여 획일적인 처리를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경우의 상대방의 사정에 의하여 해석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서는 평균적인 고객이 알았어야 하는 사정만이 고려되어야 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약관의 해석) ①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다20752 판결,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다12009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등도 동지).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⑷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해석 원칙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는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력에 관한 법리이지만, 법원이 구체적 소송에서 증거에 의하여 어떤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확정하는 데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기재내용(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67271 판결등 다수). 즉, 처분문서에는 강한 증명력(추정력)이 인정된다.
물론, 처분문서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문서에 기재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앞서 본 실체법상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 및 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2(본소), 423(반소) 판결:처분문서란 그에 의하여 증명하려고 하는 법률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어느 문서가 처분문서인가의 여부는 입증사항이나 취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고 실제로 처분문서라고 인정되고 그것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작성자가 거기에 기재된 법률상의 행위를 한 것이 직접 증명된다 하겠으나 그때에도 당시에 능력이나 의사의 흠결이 없었다거나 그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은 별도의 판단문제로서 작성자의 행위를 석명함에 있어서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처분문서에 의하여 행해진 법률행위의 내용이 문서의 기재내용(문언)에 의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된다면 그 기재대로 법률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또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서 제1의 기준을 어디까지나 문언해석에 두어야 하는 이상,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내재적 제한인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34643 판결 :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아니 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 계약당사자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⑸ 판례의 법리 정리
판례는, 법률행위의 해석의 목표를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가 아니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확히 확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다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특히 처분문서의 경우)을 위시하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칙,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는바, 이 역시 기존 통설과 같은 입장이고 주로 규범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통설이 자연적 해석(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은 당연한 원칙이라고 한다. 판례도,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시와 관계없이 그 합치된 의사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하여,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원칙은 당사자 확정의 문제에서도 공히 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7183 판결 :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36989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병합) 판결(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9581, 19598 판결도 같은 취지) : 일반적으로 계약의 해석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아니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 쌍방당사자가 모두 특정의 갑 토지를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으나 그 목적물의 지번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계약서상 그 목적물을 갑 토지와는 별개인 을 토지로 표시하였다 하여도 위 갑 토지에 관하여 이를 매매의 목적물로 한다는 쌍방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이상 위 매매계약은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 것이며, 만일 을 토지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이는 원인이 없이 경료된 것으로써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계약 해석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선 계약서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서 출발하여 그 내용이 불분명할 때에는 계약 체결 당시 및 그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계약을 해석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인정하여 그에 따라 재판하는 것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계약 해석의 결과로 당사자의 의사가 확정된다고 할 때 그 당사자의 의사는 현실적인 당사자의 의사인 경우도 있지만 제반 사정에 의하여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그러한 의사를 가졌을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계약의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서는 주류를 이룬다. 그러한 취지에서 판례도, 단순히 규범적 해석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당사자가 가졌을 진정한 의사를 추측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양 당사자가 이해한 의미가 명확하고 그것이 일치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표시행위에 부여하였을 의미”가 해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4.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2-155 참조]
가. 처분문서의 의의
⑴ ‘처분문서’는 증명할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이다. 계약서, 어음, 수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비교하여 ‘보고문서’는 외부적 사실 또는 사람의 내심의 상태에 대한 보고, 의견, 감정 등을 기재한 문서이다. 상업장부, 진단서, 일기장, 등기사항증명서나 가족관계등록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구별은 문서의 증거가치를 따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⑵ 판례는 “어떤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행하여졌음을 필요로 하고, 그 문서의 내용이 작성자 자신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행위를 외부적 사실로서 보고·기술하고 있거나 그에 관한 의견이나 감상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보고문서라고 할 것이다.”라고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222 판결 등 참조).
나.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⑴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라 함은 문서에 형식적인 서명 등이 존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사에 기초한 서명행위 등이 행하여진 사실이 있는 것을 뜻한다.
⑵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1단계 추정, 사실상 추정),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2단계 추정, 법률상 추정).
⑶ 1단계 추정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장의 도용 등을 주장하며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등 참조).
⑷ 또한 위와 같은 사실상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제출자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 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등 참조).
⑸ 2단계 추정과 관련하여, 인영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날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2977 판결 등 참조).
⑹ 만일 그러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이 번복되어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을 작성명의인이 아닌 자가 보충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밝혀진 경우라면, 다시 그 백지문서 또는 미완성 부분이 정당한 권한에 기초하여 보충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주장하는 자 또는 문서제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 등 참조).
⑺ 한편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인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29667 판결 : 변호사 갑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을이 임금과는 별도로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을 상대로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근로계약서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증명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는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갑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근로계약서에 나타난 갑의 인영이 갑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서가 원본이라도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다.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즉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다92487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다69990 판결 등 참조).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531 판결(조건부 채무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영업양도로 인한 채무인수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78958 판결(주채무 이행기 연장 시 보증채무 연장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M&A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다279951 판결(근로계약서에서 기간을 1년으로 하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정한 사안에서,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제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
다만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38593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34643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5다206973 판결(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와의 상호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일정한 범위 내의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그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등 참조].
그러나 처분문서에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다260299 판결 : 甲 주식회사와 乙 주식회사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서 甲 회사가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丙 주식회사에 공급하면 乙 회사가 정산하기로 하면서 ‘甲 회사는 乙 회사의 제품구매자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乙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였는데, 丙 회사가 식중독 사고 및 제품 일부의 하자 발생을 이유로 재고 전량을 반품하였고, 이에 甲 회사가 위 계약 조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손해배상 조항은 개별 제품의 하자 존부와 관계없이 제품구매자인 丙의 정책에 따라 회수 등을 당함으로써 乙이 입은 손해를 甲이 배상하도록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회수 등의 근거가 되는 정책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가진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는 甲이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임대차기간 중의 해제·해지 의사표시에 어떠한 절차가 요구되거나 제한이 따르는 경우, 기간만료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에도 그와 같은 제한이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38540 판결(약정 지연손해금의 기산시기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6다254740 판결(동업관계 탈퇴로 인한 지분가치 평가 시 영업권 제외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모델계약에서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 사용을 허락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분양대행계약에서 ‘분양실적이 분양목표에 미달한 경우 분양대행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사안에서, 분양대행업자가 부담하는 채무는 계약기간 내에 목표분양률을 달성하여 그 결과를 제공하여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분양완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분양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분양대행업무를 진행할 수단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0다245408 판결(제3채무자의 질권설정 승낙의 범위가 문제 된 사안)].
라. 복수의 처분문서가 작성된 경우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603 판결 : 甲이 乙로부터 상가건물 일부를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정하였는데, 그 후 甲과 乙이 위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면서 임차면적, 임대차기간, 월차임, 특약사항에 관하여 내용이 약간씩 다른 4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차례로 작성한 사안에서, 세 번째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가 세무서에 제출할 목적으로 허위로 작성된 사실에 대하여는 甲과 乙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이하 ‘제4 임대차계약서’라 한다)에 대하여는 乙만이 이를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는데, 乙이 제출한 증거나 乙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제4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이면계약서라고 볼 수 없고, 제4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임대시작일이 명시된 점 등에 비추어 甲과 乙이 임차면적을 확대하면서 임대차기간을 8년으로 연장하기로 하여 2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가 다시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기로 하여 제4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제4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문언에 따라 임대차계약 기간을 위 계약서의 특약사항에서 정한 임대시작일로부터 5년이라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5. 조건부 법률행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51-262 참조]
가. 의의
⑴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고, 법률행위에서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다.
⑵ 특정 법률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사실이 그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말미암아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⑶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하고,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52087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다234043 판결 등).
⑷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의 표시는 그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나 묵시적 약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하려면,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221368 판결(정산합의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라고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02821 판결(甲과 乙이 빌라 분양을 甲이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분양계약기간 완료 후 미분양 물건은 甲이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특약사항은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 당사자가 조건을 붙여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계약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점, 오히려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문언은 미분양 세대의 인수에 따라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의사라기보다는 단순히 이를 계약의 내용 중 하나로 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볼 소지가 큰 점, 위 특약사항을 둔 이유가 분양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미분양 세대가 있는 경우 甲이 이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함이지 甲이 미분양 세대를 인수하지 아니할 경우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수료 전부를 포기하게 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甲이 빌라분양을 전부 완료하지 못한 채 계약이 중단된 경우에도 甲이 이미 분양하거나 인수한 세대만큼 乙에 이익이 된다면, 신의칙에 비추어 甲에게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점을 종합하면, 위 특약사항은 甲이 분양계약기간 만료 후 미분양 세대를 인수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의 내용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계약의 효력발생이 좌우되게 하려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조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나. ‘조건’과 ‘불확정 기한’의 구별
⑴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립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⑵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 원심이, 정리회사 동아건설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2000. 12. 4.부터 2000. 12. 8.까지 희망퇴직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회사정리계획 인가결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평균임금 3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는 회사정리계획인가를 조건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불확정한 사실의 도래를 변제기로 정한 것이고, 따라서 회사정리절차가 폐지되어 정리계획인가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그 때에 기한이 도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옳다.
②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89036 판결 : 아파트 신축·분양 사업의 분양수입금 인출배분에 관하여 공사도급변경약정에서 시행사의 선투입비 및 일반관리비 채권을 2순위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위 선투입비는 아파트 분양 실계약률에 따라 계약률 50%시 45억 원, 최초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계약률 75%시 35억 원, 12개월 이내에 계약률 95%시 10억 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한 사안에서,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선투입비는 위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시행사가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시행사의 선투입비 채권은 일정 기간 내에 일정 분양률이 충족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최대 90억 원까지 2순위로 지급받기로 약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⑶ 이러한 부관이 화해계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01702 판결 : 甲이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乙 회사는 甲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계속 중 甲과 乙 회사가, 甲은 乙 회사의 채무자인 丙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고, 乙 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하면서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甲이 제3채무자들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은 후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甲이 丙 회사 등으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사실이 발생해야 나머지 청구 포기와 부제소 특약이 포함된 합의서의 이행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데, 甲이 위 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볼 여지가 있고, 甲이 乙 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받을 것이 확실시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乙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포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위 합의는 정지조건부 합의로 볼 여지가 크며, 위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는데도, 위 합의를 甲에게 부과된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따라서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은, 임차인(원고)과 임대인(피고)이 점포의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그 계약금 등에 관하여 ‘그 점포가 타에 분양되거나 임대된 때’에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임대인이 이를 제3자에게 무상대여하고 1년 5개월이나 그대로 지나간 사안에서,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의사는 확실하고, 다만 그 이행기한만 불확실한 경우이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16643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4억 5천만 원을 소외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위 4억 5천만 원을 지급하는 시기에 관해서 ‘2005. 5. 31. 받기로 한 시흥시 △△동에 있는 주상복합공사와 관련하여 □□□로부터 받을 금액이 영수되면’(제1 부관) 영수금액의 1/3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업 재기시’(제2 부관) 지급할 것을 약속한 사안에서, 제2 부관은 피고가 사업을 재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까지나 돈을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재기가 확정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고의 사업 재기가 없었다면 그때 비로소 나머지 대금에 대한 변제기가 도래한다는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
다. 조건의 종류
⑴ 정지조건과 해제조건
⑵ 불법조건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조건은 물론 법률행위자체도 무효가 된다(제151조 제1항). 예컨대 갑이 을에게 부첩관계의 종료를 해제조건으로 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을 증여한 경우 위 해제조건은 부첩관계의 종료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증여계약 자체도 무효가 된다(대법원 1966. 6. 21. 선고 66다530 판결).
한편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
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금지급약정에 붙은 부관이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면 그 부관만 무효이고, 나머지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다293098 판결 :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무효이고,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
라. 조건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
조건을 붙일 수 없는 법률행위에 조건을 붙이면 법률행위 전체가 무효로 된다(대법원 2005. 11. 8. 자 2005마541 결정). 당사자가 특별히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 조건이 없으면 본체인 법률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⑴ 단독행위
단독행위에는 원칙적으로 조건을 붙이지 못하나(상계, 취소 등), ①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② 상대방에게 이익만 주는 경우 ③ 상대방이 결정할 수 있는 사실을 조건으로 한 경우(예컨대 이행지체에 빠진 상대방에게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면서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한다는 정지조건부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에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⑵ 신분행위
⑶ 어음 및 수표행위
마.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⑴ 주장·증명책임
예컨대 원고가 피고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때 피고가 항변으로 ‘위 증여계약에 정지조건이 붙어 있음’을 주장·증명하면 원고가 재항변으로 ‘그 정지조건의 성취’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⑵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에 관한 사례
①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한 경우 이는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재산분할협의라 할 것인바, 그 후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산분할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33458 판결 등).
② 약혼 예물의 수수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라 할 것인바, 약혼 예물을 수수한 후 혼인이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예물을 수령한 사람이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한 경우에는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이라는 해제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다5506 판결).
그러나 일단 혼인이 성립하고 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이상 가사 예물을 수령한 사람의 책임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미 혼인이 성립한 이상 약혼 예물 증여는 확정적으로 유효하므로 예물 수령자가 예물의 소유권을 갖는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다5506 판결).
바.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에 의한 조건의 성취와 불성취
⑴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
①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제150조 제1항).
이는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② 판례는 “상대방이 하도급받은 부분에 대한 공사를 완공하여 준공필증을 제출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거나 위 채무를 보증한 사람은 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이 위 공사에 필요한 시설을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위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머지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하였다면, 그것이 고의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상대방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공사대금채무자 및 보증인에 대하여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다42356 판결). 이 경우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의제되는 시점은 이러한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으리라고 추산되는 시점이다.
③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⑵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
①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제150조 제2항).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53430 판결).
② 예컨대 약혼 예물을 교부한 사람의 책임에 의하여 혼인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 그는 혼인의 불성립이라는 해제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주장하여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사. 효력
⑴ 조건이 성취된 경우
정지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제147조 제1항). 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제147조 제2항). 당사자가 조건 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 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급효가 있으나(제147조 제3항),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⑵ 조건이 성취되기 전
㈎ 조건부 권리의 처분 등 : 조건의 성취가 미정한 권리의무는 일반 규정에 의하여 처분, 상속, 보존 또는 담보로 할 수 있다(제149조).
㈏ 조건부 권리의 침해 금지
조건 있는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제148조).
① 손해배상청구권
당사자 일방이 조건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고, 그 뒤에 조건이 성취되면, 상대방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 성질이 채무불이행(조건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신의칙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것인지 불법행위(조건부 권리의 침해)인지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다.
② 이른바 ‘중간처분 무효의 법리’
예컨대 해제조건부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수증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매매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처럼, 조건부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행위의 효력은 어떠할까.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는 유효하겠지만, 나중에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해제조건부 증여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 해제조건이 성취되면 그 소유권은 증여자에게 복귀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당사자 간에 별단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그 조건 성취의 효과는 소급하지 아니하나, 조건 성취 전에 수증자가 한 처분행위는 조건 성취의 효과를 제한하는 한도 내에서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조건이 등기(부동산등기법 제54조에서 말하는 ‘권리소멸약정의 등기’를 말한다)되어 있지 않는 한 그 처분행위로 인하여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게 위 무효를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5584 판결).
5. 대상판결의 내용분석 (= 처분문서인 동업계약서의 해석 및 주주총회에 의한 사내이사 해임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76 참조]
⑴ 위 동업계약 해지와 권리포기조건의 반대해석상 위 ‘자의적인 퇴사가 아닌 퇴사’에는 피고들이 귀책사유 없이 퇴사한 경우도 포함된다.
⑵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양도받게 될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있으며, 피고들의 해임은 주주들의 선택 결과이지 원고가 독단적으로 피고들을 해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원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⑶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동업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그 동업계약에 의하여 설립된 주식회사의 법률관계에는 전적으로 주식회사의 법리가 적용된다.
⑷ 피고들의 이사직 해임에는 주식회사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고, 따라서 원고가 대주주로서 피고들의 해임에 찬성하였더라도 해임의 주체는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이다.
⑸ 원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켰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