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이 규정하는 ‘여론조사결과 왜곡 공표’의 의미(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9도1368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하는 행위 등을 금지ㆍ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제252조 제2항의 취지 /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의 행위태양인 ‘공표’의 의미 및 공표의 요건인 전파가능성에 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와 증명 정도 /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공표 등이 금지되는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의 내용 및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가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 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252조 제2항은 “제96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의 객관성ㆍ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이용하여 선거인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규정이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의 행위태양인 ‘공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를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을 말한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를 알리더라도 그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하나,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공표 또는 보도가 금지되는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는 선거인으로 하여금 객관성ㆍ공정성을 신뢰할 만한 수준의 여론조사가 실제 이루어진 결과에 해당한다고 믿게 할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는 정보로서 그것이 공표 또는 보도될 경우 선거인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는 내용일 것을 요한다. 따라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가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로 인정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는 정보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2. 사안의 요지
⑴ 구두로 1인에게 허위의 여론조사에 대하여 발언한 것이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⑵ 피고인은 실제 여론조사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지인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이 여론조사결과 자신이 28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고 말하였다.
⑶ 원심은 피고인의 발언이 여론조사결과에 해당하고, 이를 공표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였다.
⑷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라도 전파가능성이 있다면 ‘공표’로 인정될 수 있지만, 이를 ‘왜곡된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된 것과 같이 보기 위해서는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로 인정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 있는 정보 자체가 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3. 관련 공직선거법 규정
이 사건 공소에 적용된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제252조 제2항을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
그 밖에 이 사건 처벌규정의 해석과 관련이 있는 공직선거법 규정으로 허위사실공표죄(제250조) 및 후보자비방죄(제251조)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는 공표 대상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해석되고, ‘경력 등’은 ‘경력, 학력, 학위 또는 상벌’을 의미하며(공직선거법 제64조 제5항), ‘여론조사결과’는 제250조 제1항의 ‘경력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도1571 판결).
*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
② 방송․신문․통신․잡지, 그 밖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하는 행위
2. 여론조사결과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하는 행위
* 제252조(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① 제96조 제2항을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96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①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 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학력을 게재하는 경우 제6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법 으로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 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 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 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의 벌금에 처한다.
*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 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3.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에 대한 규율
가.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의 개념
⑴ 일반적으로 조사방법의 하나로서의 ‘여론조사’란 ‘소규모 하위집단, 즉 표본(sample)을 뽑아서 연구자가 체계화된 설문지를 가지고 응답자에게 질문을 하고 응답을 얻음으로써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라고 이해되고, 공직선거법도 기본적으로 여론조사가 ‘일정한 표본에 대한 응답을 기초로 통계적․과학적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모집단의 의견을 추정하는 방식’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공직선거법 제108조 제3항, 제5항 참조).
다만 설문․조사 방식에 따른 여론조사가 아닌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의 규율을 받는 여론조사에 해당될 수 있다(제108조 제1항)(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도8815 판결).
⑵ 공직선거법의 해석상,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른 경우만 공직선거법의 ‘여론조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8항 제2호는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지 아니한 경우도 ‘여론조사’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와 같은 ‘여론조사’의 실시 또는 그 결과의 공표 등을 금지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조사를 통해 도출된 최종 결과(지지도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고, 선거여론조사기준에서 함께 공표하도록 정한 사항들까지의 총제적인 정보가 ‘여론조사결과’인 것은 아니다.
나.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에 대한 규율
⑴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의 실시 및 그 공표에 있어서 객관성 및 정확성을 확보하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하게 이루어지거나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어 국민을 오도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통제를 가하고 있다.
⑵ 공직선거법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두어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정하여 공표하도록 하고(제8조의8), 여론조사기관․단체가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때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등록을 하도록 하며(제8조의9), 여론조사의 실시 시기, 방법, 공표의 시기와 방법 등을 규제하고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며(제108조),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제96조 제1항).
4. 이 사건 처벌규정의 구성요건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르면, 누구든지 ① 선거에 관한 ② 여론조사결과를 ③ 왜곡하여 ④ 공표하는 경우가 처벌 대상이다.
가. 선거에 관한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선거에 관하여’라 함은 당해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이 되지 않더라도 당해 선거를 동기로 하거나 빌미로 하는 등 당해 선거와 관련이 있는 경우를 말하므로 위 규정에서의 보도 또는 논평은 특정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에 한하지 아니하고 당해 선거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9 판결).
나.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는 행위’
⑴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는 행위에는 ① 이미 존재하는 여론조사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변경하거나 ② 실시 중인 여론조사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그릇된 여론조사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③ 실제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실시된 것처럼 결과를 만들어 내는 행위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8822 판결).
⑵ 대법원은 ③ 유형이 문제 되었던 2017도8822호 사건에서, “‘왜곡’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이고, ‘그릇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사리에 맞지 아니하다.’이다.
사실에 대한 왜곡은 일부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의 사실을 덧붙이거나 과장, 윤색하거나 조작하여 전체적으로 진실이라 할 수 없는 사실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⑶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과 ‘사실의 왜곡’을 선택적인 것으로 규정하기도 하고(제96조 제2항), 허위를 배제하지 않는 의미로 ‘왜곡’을 사용하기도 한다(제8조의6 제4항).
이와 같은 왜곡의 의미와 용법에 앞에서 본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제252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는 행위에는 이미 존재하는 여론조사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변경하거나 실시 중인 여론조사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그릇된 여론조사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제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실시된 것처럼 결과를 만들어 내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왜곡․공표가 금지되는 ‘여론조사결과’의 의미
⑴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왜곡 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결과가 ‘공직선거법상 공표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구체적인 정보 일체’가 아님은 분명하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6항 및 제8항 제2호의 문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결과란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도출된 최종 결과(지지도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다만 지지도 결과 자체를 왜곡하지 않더라도, 표본의 크기, 표본오차 등 사항을 왜곡하여 공표하였다면, 그 지지도 결과의 의미에 대한 왜곡이 이루어지므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⑵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른 경우만 공직선거법의 ‘여론조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8항 제2호는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지 아니한 경우도 ‘여론조사’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와 같은 ‘여론조사’의 실시 또는 그 결과의 공표 등을 금지한다.
⑶ 한편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할 때 여론조사결과의 신뢰성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반드시 함께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와 같이 구체적인 수준에 이르는 정보가 함께 공표된 경우만이 왜곡․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결과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 처벌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공표를 금지하는 대상이 ‘여론을 조사한 결과에 대한 일체의 발언’이라고까지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공표 또는 보도가 금지되는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는 선거인으로 하여금 객관성․공정성을 신뢰할 만한 수준의 여론조사가 실제 이루어진 결과에 해당한다고 믿게 할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는 정보로서 그것이 공표 또는 보도될 경우 선거인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를 일응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라. 공표
⑴ 허위사실공표죄에서의 ‘공표’ 개념 및 실무례
①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공표’의 의미에 관하여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한 판단을 해왔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992 판결에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태양인 ‘공표’라 함은 그 수단이나 방법의 여하를 불문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허위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최초로 판시하여 ‘공표’의 개념과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개념을 등치시켰다.
이후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930 판결에서는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하여 ‘공연성’에 관한 ‘전파가능성 법리’까지 채택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2020. 7. 16. 선고 2019도133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공표’란 사전적 의미대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 즉 ‘공개발표’를 뜻한다.”라면서 후보자토론회에서의 토론과정 중 발언을 이유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② 실무상 허위사실공표죄 관련 전파가능성이 인정된 사례로는, 일부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이 기재된) 이의신청서가 배부되었고, 배부받지 못한 참석자들은 복사하기로 하였으며, 기자들이 이를 보도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 기자들의 면전에서 이의신청서에 서명한 사안(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930 판결), 피고인이 상대후보(피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사회복지회관 무료급식소에서 노인회 회장과 부회장에게 피해자가 특정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지역주민을 위한 조리를 취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안(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도4788 판결), 피고인이 선거인 2명에게 전화하여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전달하였는데 피고인의 발언내용이 甲 등을 통하여 여러 사람에게 알려질 것이 예견되었다고 인정한 사안(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598 판결) 등이 있다.
반대로, 피고인이 팟캐스트 방송 진행자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후보자에 대한 발언을 하였으나, 진행자가 좌담회에서의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겠다는 말을 듣고 한 발언인 점, 사정을 들어 전파가능성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4401 판결).
③ 한편 기자를 통해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통상 기자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적시된 사실이 외부에 공표되는 것이므로 그 때부터 곧 전파가능성을 따져 공연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와는 달리 기자를 통해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기사화되어 보도되어야만 적시된 사실이 외부에 공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기자가 취재를 한 상태에서 아직 기사화하여 보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
⑵ 전파가능성 법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적용 기준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전파가능성 법리의 폐기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다수의견은 “공연성에 관한 전파가능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 비추어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⑶ 이 사건 처벌규정상 ‘공표’의 개념과 그 적용상 특수성
이 사건 처벌규정의 ‘공표’의 개념은 ‘허위사실공표죄’에서의 ‘공표’와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왜곡된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전파가능성 법리가 적용된다.
5. 대상파결의 사안 분석
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발언이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우선 피고인이 甲에게 말을 한 내용 자체는 선거인으로 하여금 객관성․공정성을 신뢰할 만한 수준의 여론조사가 실제 이루어진 결과에 해당한다고 믿게 할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는 정보로서 그것이 공표 또는 보도될 경우 선거인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⑵ 피고인이 ‘여론조사’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였고, 소수점 이하의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설명하였으며, 피고인을 포함하여 2인만이 출마한 선거에 대하여 지지율격차를 언급한 이상, 누가 얼마나 우세한지, 나아가 각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와 같은 내용을 직접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린 것이 아니고 甲 한 사람에게 말을 하였던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전파가능성 이론을 적용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왜곡된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⑶ 이 사건에서는 甲이 우연히 피고인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여 이를 제3자에게 들려주었다는 특수한 사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비록 피고인의 발언이 실제 전파되었지만,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甲의 녹음 사실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녹음으로 인하여 발언 내용이 그대로 전파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고의를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