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가정폭력범죄,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에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523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2]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은 갑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같은 법 제63조 제1항 제2호의 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갑이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의 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상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2]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은 갑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의 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갑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의 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가 성립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6호, 이배근 P. 339-355 참조]
가. 사실관계
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A와 2013. 7. 1.경 이혼하고 현재 동거를 하고 있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이고, 피해자 B의 계부이다.
피고인은 2018. 11. 23. 서울가정법원에서 ‘1. 2019. 5. 25.까지 피해자들의 주거 및 직장 100m 이내의 접근금지, 2. 2019. 5. 25.까지 피해자들의 핸드폰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선, 무선, 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의 송신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1. 22. 00:38경부터 00:53경까지 6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⑵ 제1심의 판단 (= 유죄)
피고인은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적이 없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나, 재판부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⑶ 원심의 판단 (= 무죄)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가정폭력처벌법이 정한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그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 및 가정구성원인 공범에게 할 수 있고, 가정폭력범죄는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3호 각 목이 정한 범죄를 의미한다.
② 피고인이 2018. 1. 12. 20:30경 피해자 A의 몸을 끌어당기고 밀치는 등 폭행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2019. 5. 24.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2019. 8. 14. 위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무죄가 확정된 위 공소사실 외에 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기 전 피해자들에게 가정폭력범죄를 범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적은 없다.
나.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및 위 특례법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은 자가 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형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에도 불이행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은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가정폭력범죄”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3호의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하고(제2조 제1, 3호), “가정폭력행위자”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 및 가정구성원인 공범을 말한다(제2조 제4호).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보호명령은 판사가 가정폭력범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피해자 등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피해자의 주거지 등에서의 퇴거 등을 명하는 제도로서(제55조의2 제1항), 피해자가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한 방책을 마련하여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신설되었다.
이러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내용과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⑶ 피고인이 가정폭력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⑷ 대법원은 피해자보호명령의 제도적 의의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6호, 이배근 P. 339-355 참조]
가.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도입 및 의의
⑴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의미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의 안전과 보호를 위하여 법원에 직접 보호를 요청하는 제도로, 헌법재판소도 피해자보호명령 중 우편물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보호명령의 종류 중 하나로 정하지 아니한 입법태도가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 된 사건에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의미를 위와 같이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19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⑵ 제도 도입 이전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 보호방안
2011. 7. 25. 피해자보호명령 규정 신설 전까지 피해자가 가정폭력행위자로부터 신변을 보호받는 방법은 국가기관을 통하는 길밖에 없었고, 이는 경찰이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에 따라 신고를 받고 응급조치를 하거나 검사가 가정폭력처벌법 제8조에 따라 법원에 제29조의 임시조치 청구를 하는 것이었다. 한편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경우, 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 제29조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결정으로 임시조치를 하거나 가정폭력처벌법 제40조에 따라 보호처분을 할 수 있었다.
⑶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입법 취지
위 제도의 입법 취지는 피해자가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한 방책을 마련하여 이를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나. 피해자보호명령의 법적 성격
⑴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보호처분과 유사
가정폭력처벌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피해자보호명령의 심리절차의 상당 부분을 가정보호처분 절차를 인용하는 가정폭력처벌법(제55조의7에 따라 가사조사관을 통한 조사명령, 전문가의 의견조회, 검증, 압수, 수색 등 증거조사가 가능)의 법체계를 보면, 피해자보호명령은 민사절차라기보다는 오히려 소년법상 소년보호사건과 그 구조적인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고, 그 처분의 내용 또한 형사특별법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가정보호처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⑵ 민사절차 성격과도 유사
피해자보호명령은 미국의 민사보호명령에서 유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청구권자이고 수사기관이나 소추기관을 거치지 않는 점, 보호처분이 형벌은 아닌 점, 보호처분을 위반한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민사적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⑶ 민사가처분(특히 접근금지가처분 등 임시지위 가처분)과도 유사
한편 피해자보호명령은 당사자 주도하에 절차가 진행되고 청구로 구하는 내용 및 결정 주문의 내용이 민사가처분의 그것과 사실상 같다(예: 접근금지가처분의 경우 “채무자는 ~까지 채권자의 신체, 주거지, 직장 등으로부터 100m 이내로 접근하여서는 아니된다.”, 피해자보호명령의 경우 “행위자는 ~까지 채권자의 신체, 주거지, 직장 등으로부터 100m 이내로 접근하지 아니할 것을 명한다.”). 그러나 불이행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간접강제만 가능한 가처분과는 그 실효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도 보인다(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19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⑷ 가사비송 마류사건과도 유사
피해자보호명령의 구조를 가사소송의 형태로 보자면, 대립 당사자가 존재하는 ‘소송’의 형태라기보다는 ‘비송’ 중에서도 마류 사건(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대심적인 분쟁사건이지만 단순히 실체법상의 판단 기준의 적용에 따른 일도양단식의 판단보다는 후견적 입장에서의 가정법원의 재량이 필요한 사건들임)의 구조와 실질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다.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행위자의 법적 지위
피해자보호명령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가정폭력행위자는 민사가처분을 포함한 민사절차의 상대방으로서의 성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가정폭력처벌법 내에서 가정보호처분 절차와 상당 부분 그 내용을 공유하는 등 가정보호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정폭력행위자의 절차적 지위는 형사소송법상의 피의자 내지 피고인과도 유사하다.
라.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⑴ 결정의 종류
㈎ 청구기각 결정
다음 두 가지 경우에 청구기각 결정을 한다. 즉 ①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로 가정폭력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행위자 등이 사망한 때 등을 들 수 있고, ②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피해의 정도가 매우 경미하고 재범의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는 때 등 사건의 성질, 동기 및 결과, 행위자의 성행이나 습벽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가정폭력처벌법의 취지 및 가정폭력범죄의 중대성과 파급효에 비추어 합의서 제출, 가정구성원과의 잠정적 화해, 생계유지 등을 앞세워 청구를 기각함에는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 피해자보호명령 인용결정
법원은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퇴거 등 격리(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 제1항 제1호), 100m 이내 접근금지(같은 항 제2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같은 항 제3호), 친권행사의 제한(같은 항 제4호)의 내용으로 된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
⑵ 피해자보호명령 결정의 성질
㈎ 민사소송법상의 결정
①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절차적 측면
조사ㆍ심리절차(가정폭력처벌법 제21, 22, 30, 34∼36조) 후 고지(가정보호심판규칙 제67조의23)를 통해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점은 일반적인 ‘결정’절차와 유사하다. 이는 재판은 판결, 결정, 명령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원칙적으로 판결은 반드시 ‘변론 및 선고’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가정폭력처벌법의 조사ㆍ심리절차에는 가정폭력행위자가 반드시 출석할 필요가 없고, 진술간주 제도도 없으므로 이는 ‘심문’절차에 가깝고, ‘고지’를 ‘선고’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② 피해자보호명령 결정의 법적 성격(≒ 형성적 성격의 결정)의 측면
피해자보호명령은 단순히 형사절차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주도하에 절차가 개시되고 진행이 가능한 민사적 성격을 상당히 갖고 있으며, 민사상 접근금지가처분이나 가사비송과 같은 형태를 보이기도 하므로, 피해자보호명령 결정은 아래와 같은 형성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민사집행법상 보전처분 취소소송의 법적 성격은 특수한 형성소송의 일종으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따라서 보전처분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은 그 결정의 송달 시부터 장래에 향하여 취소의 효과가 있을 뿐이고, 소급하여 보전처분결정이 아예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불소급효는 애초부터 보전처분의 요건을 결하였거나 보전처분 후에 사정변경이 생겨 요건이 소멸한 경우나 마찬가지이다.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이의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하여 채무자가 가처분결정에 위반하여 취소결정 시까지 한 처분행위를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의 승소가 확정되면 가처분의 처분금지적 효력은 당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어 채무자는 가처분 위반행위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 민사집행법상 접근금지가처분 결정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단순히 현상을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임시의 조치를 행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지만, 판결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임시적인 조치에 그치는 것으로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성격이 있다. 사실상 주문의 형태(예: 접근금지가처분)도 피해자보호명령의 주문과 거의 같다.
㈐ 형사소송법상 결정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한 법이고 피해자보호명령 결정도 기본적으로는 가정폭력행위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형사재판의 성격도 갖고 있다.
㈑ 가사비송 심판
가사비송사건 중 마류 사건과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의 유사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보호명령 결정은 가사비송 심판의 성격도 갖고 있고, 가사비송 심판의 경우 일정한 법률관계를 창설,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마.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문제점과 평가
⑴ 명령의 실효성 문제
우선 가정폭력처벌법에 실효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보호명령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조항만 있다. 나아가 가정보호사건의 처분에 관해서는, 보호관찰소 등 집행기관이 지정되어 있고, 접근금지 등의 명령에 대하여도 수사기관이 수사, 검찰의 송치를 거쳐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검사가 보호처분의 결과를 통지받는다. 그 반면에 피해자보호명령의 경우, 애초에 피해자의 청구로 절차가 개시되어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결과 또한 행위자와 피해자에게 이를 통지하는데 그치므로, 집행기관의 주체나 절차가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아 보호명령의 실효성 확보가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의 경우에도 경찰 등 수사기관의 협력과 수사기관에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⑵ 이혼재판에 악용의 우려
한편 이혼 중인 당사자들이 이혼소송에서 가사소송법상 사전처분으로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재판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사전처분을 대신하여 피해자보호명령으로 청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⑶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평가
위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개입을 꺼려했던 경미한 가정폭력 사안들에 대하여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나마 향상되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바. 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⑴ 논의의 출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신설되기 전의 경우,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보호처분의 불이행죄만 두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보호처분의 확정으로 사건이 종결되었기 때문에 ‘보호처분의 미이행’만이 문제 될 여지가 있었을 뿐 ‘가정폭력행위자’인지 여부가 특별히 문제 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피해자보호명령으로 진행되는 경우 보호명령 절차와는 별개로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사실인 가정폭력행위에 대한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별도의 절차에서 가정폭력행위 존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의 구성요건 중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일단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행위자를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자’라고 정의하고(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4호), ‘가정폭력범죄’도 형법이나 특별법 각조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3호 각 목) 의미가 분명하다. 그 반면에 ‘범한 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우선 살펴본다.
⑵ ‘범한 자’의 의미
‘죄를 범하다.’라는 표현은 형법 총칙, 각칙이나 특별형법 등 여러 법률의 표현으로 무수히 등장한다(예를 들어 범인은닉죄에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형법 제129조ㆍ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 등). ‘범하다’의 의미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풀이는 ‘① 법률, 도덕, 규칙 따위를 어기다, 혹은 ② 잘못을 저지르다.’의 정도인데, ‘죄를 범하다.’의 정의나 사용례 등을 보면, 결국 어떤 죄를 범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이고, 한편 범인은닉과 관련하여 ‘죄를 범한 자’라 함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82. 1. 26. 선고 81도1931 판결), 반드시 형사사건에서 ‘죄를 범한 경우’를 ‘확정판결이나 보호처분 등 사건화가 되고, 그 사건이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할 것은 아니라고 풀이할 수 있다.
⑶ 가정폭력행위자의 해석과 관련한 선례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이전에 명시적으로 다룬 대법원 선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2. 7. 14. 자 2022도6619 결정에서 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자신은 가정폭력행위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단순한 사실오인 주장에 불과하여 부적법한 상고이유로 보아 상고기각결정을 한 사례가 있다. 또한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21도2383 판결의 원심은, 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가정폭력범죄로 기소되거나 보호처분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을 통해 해당 피고인이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함을 인정하였고, 피고인에게 내려진 임시보호명령이 사후에 신청취하로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신청취하로 효력을 상실하기 이전에 피고인이 임시보호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불이행죄의 성립을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하급심 중에는 피고인이 가정폭력범죄 자체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증거조사(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임시보호명령의 발령 사실, 그에 대한 사건기록,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및 사실인정을 통하여 ‘가정폭력행위자’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라. 피해자보호명령 불이행죄에서 가정폭력행위자의 의미 (= 제1설)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란, ①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는 견해(이하 제1설)와 ② 이에 반하여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견해(이하 제2설)의 대립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제1설의 입장을 밝혔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5233 판결).
마.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이 가정폭력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기소된 이후에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피해자보호명령의 제도적 의의, 내용이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보호명령 불이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