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는 경우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의 성립 문제(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189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가. 정치자금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항, 제10조 제1항 등에 따르면, 누구든지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고, 후원인으로부터의 모금은 후원회가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아니하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게 되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
한편 법 제10조 제3항은 “후원인이 후원회지정권자에게 직접 후원금을 기부한 경우 (후원회지정권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지출하거나 금품․시설의 무상대 여 또는 채무의 면제․경감의 방법으로 기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해당 후원회지정권 자가 기부받은 날부터 30일(기부받은 날부터 30일이 경과하기 전에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 날) 이내에 기부받은 후원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자신이 지정한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한 경우에는 해당 후원회가 기부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인으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받더라도 위 조항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법 제45조 제1항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금을 직접 기부받은 날부터 30일(그 30일이 경과하기 전에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 날) 이내에 기부받은 후원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 제45조 제1항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된다.
나.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지방자치단체장선거 후보자로 등록하여 후원회지정권자에 해당하는 피고인이 후원인 甲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현금 2,000만 원이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직접 건네받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돈을 직접 건네받고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어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할 때까지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그 돈을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에서 정한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이 사건의 쟁점
가. 사실관계
⑴ 피고인은 2014. 5. 19. 甲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을 ①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어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2014. 6. 4. 전까지 이 사건 후원회 회계책임자인 丙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가, ② 2014. 6. 15. 선거사무소의 사실상 회계책임자에 불과한 乙을 통하여 甲에게 반환하였다.
⑵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① 피고인이 甲으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받은 후 이를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이 정한 바에 따라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경우 그 자체로 법 제45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는지, ② 아니면 불법후원금의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3항의 적용이 배제되고 후원회지정권자가 법 제18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직접 후원인에게 반환함으로써 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3. 관련 법령
* 정치자금법 제2조(기본원칙)
①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 제10조(후원금의 모금․기부)
③ 후원인이 후원회지정권자에게 직접 후원금을 기부한 경우(후원회지정권자의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지출하거나 금품․시설의 무상대여 또는 채무의 면 제․경감의 방법으로 기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해당 후원회지정권자가 기부받은 날 부터 30일(기부받은 날부터 30일이 경과하기 전에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 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 날) 이내에 기부받은 후원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자신이 지정한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한 경우에는 해당 후원회가 기부받은 것 으로 본다.
* 제18조(불법후원금의 반환)
후원회의 회계책임자는 후원인으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위반되는 청탁 또는 불법의 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원인에게 반환하고,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였을 때에는 이를 회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후원 인의 주소 등 연락처를 알지 못하여 반환할 수 없거나 후원인이 수령을 거절하는 때 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여 이를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
*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그 밖에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 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친족의 범위)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대상판결의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정희엽 P.638-650 참조]
가.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 제45조 제1항의 도입배경과 입법 취지
현행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은 후원회를 거치지 않는 정치인 개인의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도입된 규정이다.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의 도입이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인으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받아 단기간 내에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한 경우까지 후원인 이 후원회에 직접 입금한 경우와 다르게 취급하여 처벌대상으로 삼은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2540 판결,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8421 판결 참조).
나.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으면 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①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이 귀속되어야 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후원회’이지 ‘후원회지정권자’라고 볼 수 없고, ② 정치자금법의 기본이념은 여전히 후원회를 거치지 않는 정치인 개인의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자 함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①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으면 그로써 원칙적으로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② 다만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이 정한 바에 따라 기부받은 날부터 30일(기부받은 날부터 30일이 경과하기 전에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 날) 이내에 기부받은 후원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자신이 지정한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 신설 이후에 선고된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8421 판결 역시 같은 취지를 전제하고 있다고 이해될 수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의 논리적 귀결로써,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받고서도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원회지정권자가, 설령 위의 절차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후원금을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의 죄책을 면하지는 못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하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은 ‘기부’의 대상으로서 후원회지정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적법한’ 정치자금의 처리방법에 관한 규정이고, 위 조항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서 후원인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정치자금의 처리(반환) 방법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므로, 불법적인 후원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제10조 제3항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과 제10조 제3항에 의한 규율에 있어서는,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아야 하고, 불법적인 후원금인지 합법적인 후원금인지에 따라 후원회 지정권자가 직접 기부받은 후원금의 처리방법을 다르게 보아야 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고 생각된다.
라. 대상판결의 내용
①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으면 그 자체로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의 책임을 지는 것이고, ② 위 정치자금을 법 제10조 제 3항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는 조치를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으며, ③ 이와 달리 후원회지정권자가 받은 정치자금이 불법적인(정치자금법의 다른 제한규정에 위반된) 것이었다거나, 후원회지정권자가 법 제10조 제3항에서 정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정치자금을 후원인에게 직접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법 제45조 제1항에 의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종전의 대법원 2012. 12. 27. 선 고 2012도8421 판결에서도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을 경우 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위 선례는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금을 기부받은 후 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이를 후 원회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한 사안이다[대법원 2012도8421 판결에서의 주된 쟁점은, 후원회지정권자가 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정치자금을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한 후, 후원금을 전달받은 회계책임자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후속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법 제10조 제3항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고, 위 판결은 그 경우에도 여전히 법 제10조 제3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따라서 위 후원회지정권자를 법 제45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후원회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법 제10조 제3항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법 제10조 제3항이 정한 절차 외의 다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반환하더라도 여전히 법 제45조 제1항에 의한 처벌대상이 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