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눈을 감고 바라본 가을정취】《보기 위해서 눈을 감아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9. 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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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바라본 가을정취】《보기 위해서 눈을 감아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시각은 때론 진실을 감추어 버린다.>

 

오늘 같이 시원한 가을 바람이 볼가를 살며시 스칠 때면, 눈을 감은 채 바람의 흐름을 느끼고 공기의 질감을 맡는다.

눈을 감았음에도 가을의 정취가 눈에 더 잘 보인다.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눈을 감는다.

 

휘트니스 센터에서 트레드밀(treadmill)에서 걸을 때는 무척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느낀다.

한때는 답답함을 견디려고 TV를 보면서 걸었는데, 요즈음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들으면서 한다.

눈을 감은 채 걷는다.

 

장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운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오히려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근력운동을 할 때도 눈을 감는다.

근육의 긴장감과 그 뻐근함,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점점 눈을 감은 채 세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눈을 감는다.

샤워를 하면서도, 면도를 하면서도 눈을 감는다.

음악을 듣거나 TV를 볼 때도 자주 눈을 감는다.

 

심지어 전화를 하다가도 눈을 감는다.

목소리에 담긴 상대방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상대방이 전화 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상대방이 코를 후비는 모습이나 메모지에 갈기는 볼펜소리도 감지된다.

 

우리의 감각 중 의외로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종종 스스로에게 가장 큰 거짓말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각적인 자극은 사람들의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80%)의 정보를 시각에 의존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의 순위는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이다.

시각정보를 통해 이루어진 생각들은 쉽게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시각적 효과를 노린 광고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이 우위를 점하고, ‘가창력보다 얼굴과 몸매가 예쁜 아이돌(idol) 가수가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백 번 들어 봤자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소리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는다.

 

과연 그럴까?

보이는 것이 항상 진실일까?

 

<눈을 감아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종종 스스로에게 가장 큰 거짓말을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당신이 만약 남들이 보지 못한 특별한 것을 보고 싶다면, 오감의 눈을 떠보자.

두 손으로 나뭇잎을 만지면 감촉만으로도 정교한 대칭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꽃잎을 더듬으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촉감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고, 놀랍고, 감동을 준다.

 

전화를 하면서 눈을 감아 보라.

목소리에 담긴 상대방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상대방이 전화 받는 모습과 표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청각의 놀라운 힘이다.

 

이제 두 눈을 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당신이 이 세상에 선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

오늘 하루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일을 생각해보자.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말처럼 보기 위해서 눈을 감아 보자’.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육체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진정으로 볼 수 있다.

보고자 하는 그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