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추억】《지금은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립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9. 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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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동네의 추억】《지금은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립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난 충남 대전 출신이다.

그 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오늘 대전변호사회관에서 경매강의를 했다.

강의를 마치고 대전 구시가지의 예전 어릴 적 살던 곳을 찾아가 보았다.

당시 다니던 초등학교에도 들렸다

 

어릴 적 집 근처의 시장통에서 오징어 튀김을 사먹던 일, 공포에 떨면서 어두컴컴한 철길 밑 굴레방다릿굴을 지나던 일, 근처에 있던 미나리깡에서 말잠자리를 잡던 일,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첫눈이 오면 펄펄 눈이 옵니다를 부르면서 교실 밖으로 나가 눈을 받아먹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런데 그때 살던 동네가 상전벽해가 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살던 집 근처와 시장통은 재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섰고, 굴레방다릿굴은 커다란 지하차도로 변해 있었다.

 

어릴 적 놀던 곳이 너무 변해 예전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목이 멨다.

지금은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립다.

 

어쩌면 지나간 모든 것들은 애틋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다.

지금은 당시 모습의 흔적조차 없지만, 나에게는 당시의 풍경이 바로 어제 일만 같다.

그립고 가슴 아린 그때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추억하는 일밖에 없다.

 

이따금 옛사진을 들여다 보거니 서재 한 구석에서 먼지만 풀석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추억의 기차는 자그락 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가에서 온 것인지, 그 많은 기념품들은 어느 여행지에서 산 것인지, 책 사이에 곱게 말린 꽃들은 언제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달고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찢어진 비닐우산을 들고 빗속을 뛰어놀고, 24색 왕자표 크레파스가 갖고 싶었던 시절은 어느 외딴 간이역의 빈자리에 남겨놓고 왔다.

 

외길로 뻗어 있는 기차레일을 보며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지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