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매강의】《인품과 실력이 뛰어난 젊은 법조인들이 우리 기성세대를 대신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군자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
새로운 CEO가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을 정리하다가 ‘봉투 4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봉투에 ‘가장 먼저 열어 볼 것’이라고 씌여 있었고, 다른 봉투에는 1부터 3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열어 볼 것’이라고 쓰인 봉투를 개봉하고서, 그 편지가 얼마 전에 사직을 한 전임자가 쓴 것임을 알게 되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머지 3개의 봉투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 당신을 도와 줄 것입니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차례로 하나씩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신참 CEO는 ‘별 걱정을 다하는 사람이군’하며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봉투를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는 봉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6개월이 지난 즈음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었고, 급기야는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CEO가 문책당할 위기에 놓였다.
노동조합과의 길고도 긴 밤샘 협상이 끝나고 나서 CEO는 그 세 개의 봉투를 기억해 냈다.
그가 첫 번째 봉투를 열었다.
“전임자인 나를 탓하십시오. 전부 내 탓으로 돌리십시오.”
그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무릎을 쳤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정말로 통했고, 위기 상황은 종말을 맞이했다.
그는 자기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고, 모든 사람이 만족했다.
몇 달 뒤에 또다시 파업이 일어났다.
그는 서랍을 열고 두 번째 봉투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모든 것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십시오.”
마법의 주문이라도 걸린 듯 모든 일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CEO는 자신이 잘리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 후에 노동자들이 또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CEO는 그 길로 달려가 세 번째 봉투를 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자, 이제 봉투 4개를 준비하십시오.”
<마지막 경매강의>
30대 후반부터 경매강의를 해왔다.
이 분야의 책과 논문을 많이 쓴 덕분인 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다.
이제는 실력이 뛰어나고 인품까지 훌륭한 젊은 법조인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쓴 논문이나 책을 읽다보면,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을 한다.
나 같은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린 퇴물은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할 시점이다.
이제는 젊은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들에게서 배운다.
젊음이 사라진 자리가 허전하고 아쉬울 때가 있지만, 언젠가는 젊고 강한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인생의 순리이자 자연의 법칙이다.
겨울은 봄에게 계절을 내주고, 지는 태양은 떠오르는 태양에게 하늘을 내주어야 한다.
억울할 것도 없다.
누구나 그 불타는 젊음을 가져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미 실컷 가져보고 누려보았으니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이번 주말에 마지막 경매강의를 한다.
이제는 틈날 때마다 집필에만 전념하고, 앞으로는 강의를 맡지 않으려 한다.
인품과 실력이 뛰어난 젊은 법조인들이 넘쳐나고 있고, 그들이 우리 기성세대를 대신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