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피똥을 싼, 입원 3일차 또르】《산에 열심히 다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나로서는 정말 부러울 뿐이다.》〔윤경 변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1. 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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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똥을 싼, 입원 3일차 또르】《산에 열심히 다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나로서는 정말 부러울 뿐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오늘 또르의 혈액검사결과 염증수치가 낮아졌지만, 아직은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어제 저녁에 토했고 설사를 몇 번 했으며, 장염의 후유증으로 혈변을 보았다고 한다.

항생제, 지혈제, 수액을 계속 맞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동물은 아프거나 병약해지면 무리에서 배척당하거나 버려지기 때문에 아파도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고 한다.

반려견도 주인에게 버림받을까봐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또르야, 제발 아픈 티 좀 내라.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아빠는 정말 답답해 죽겠다.

 

오늘은 그래도 또르의 얼굴을 보고 가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힘 없이 누워있다가 우리를 알아보고 반긴다.

꼭 안아주니 어디가 불편한지 계속 낑낑거린다.

입원실에 두고 나오려 하니 또르가 발버둥치면서 울어댄다.

그냥 놓고 오려니 마음이 정말 아프다.

처치실 문밖 복도까지 또르의 울음이 커다랗게 들린다.

 

마음이 너무 찡해서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래도 병원에 충분히 오래 입원해 있는 것이 또르의 통증을 덜어주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회복되면 다음 달에는 방광결석수술까지 받아야 하는데, 안쓰럽고 눈물이 난다.

 

나이 들면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여자들은 50대 폐경(여성 평균 폐경 나이 49.9)이 되면서 갱년기 증상으로 안면홍조나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자들은 갱년기장애를 거의 겪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내가 갱년기 장애를 겪었다.

초긍정주의자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나에게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기력과 신체능력저하로 인한 노년우울증이 온 것이다.

즉시 갱년기 치료를 받았고, 받자마자 즉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운동시간과 횟수를 늘였고, 나에게 잘 맞는 PT 선생님을 만나 PT 수업도 1주일에 3회로 고정시켰다.

운동에 관하여는 내가 의지박약아라서 PT는 죽을 때까지 받을 생각이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홀몬 균형이 너무나 잘 유지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겨우 갱년기로 인한 홀몬 장애 때문에 의욕저하와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홀몬 치료를 받자마자 금방 활력과 의욕이 생겼다.

내 정신력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의료치료를 통해 고쳤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 것이 항상 자신의 마음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단지 신체의 이상이나 홀몬 불균형으로 고통받고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노년에는 신체가 튼튼하고 건강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정신력이나 긍정적인 마인드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노년의 삶이다.

 

젊은 시절에는 나도 일중독자였던 것 같다.

매일 야근을 하였고, 주말에도 일을 했다.

정신력으로 버텼다.

젊은 육체가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나 같은 늙은이에게 노년에는 정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평생 혹사 당한 육체를 최대한 위로하고 보듬어서 건강하고 부족함이 없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

내 몸아,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너무 대견해. 이젠 좀 쉬어.”

 

그런데 신체를 돌보는 일에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투자 없이 말년에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자기 몸을 잘 유지하기 위한 질 좋은 의료서비스신선하고 건강한 자연식품을 섭취하기 위한 섭생에 시간, 노력,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면, 말년의 행복은 꿈꾸기 어렵다.

 

산에 열심히 다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나로서는 정말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