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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강행규정(효력규정)에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의 무효주장과 신의칙에 의한 제한>】《강행법규인 의료법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무효를 스스로 주장..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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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강행규정(효력규정)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의 무효주장과 신의칙에 의한 제한>】《강행법규인 의료법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무효를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지(원칙적 소극, 예외적 적극)(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27715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의 허가 없이 지상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변경등기까지 마쳐준 의료법인이 나중에 위 행위가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건]

 

판시사항

 

[1]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48조 제3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적극) 및 위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인 토지에 을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신축하였고 갑 법인은 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상권설정등기를 해 주었는데, 갑 법인이 을 지방자치단체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건물에서 약 35년간 계속하여 병원을 운영하다가, 위 지상권설정등기가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의 허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고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다.

 

의료법 제48조 제3항은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법인이 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항상 갖추고 있도록 하여 의료법인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여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건강을 보호증진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조항으로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이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위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2] 갑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인 토지에 을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신축하였고 갑 법인은 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상권설정등기를 해 주었는데, 갑 법인이 을 지방자치단체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건물에서 약 35년간 계속하여 병원을 운영하다가, 위 지상권설정등기가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의 허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자신의 의무이행을 통해 지상권설정등기에 따른 부담을 용인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갑 법인이 오히려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권리자가 될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것인 점, 갑 법인이 위탁경영 계약을 통해 위 건물에서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상권설정등기가 필요하므로 위 지상권설정등기는 갑 법인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고, 갑 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료법 규정의 취지와 입법 목적에도 어긋나지 않는 점, 갑 법인은 지상권설정등기를 한 후 위탁경영 계약에 따라 위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존속기간이 만료될 무렵 스스로 존속기간을 변경하는 지상권변경의 부기등기를 하였고, 그 후에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위탁경영 계약에 따라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였던 점에 비추어, 위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의료법인)는 이 사건 토지(원고의 기본재산)의 소유자이고, 피고(지방자치단체)는 이 사건 토지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한 후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1981. 12.경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상권설정계약(목적: 이 사건 건물 소유, 존속기간: 30)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원고는 피고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건물에서 약 35년간 계속하여 ○○병원을 운영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1. 12.경 위 지상권의 존속기간을 30년 연장하는 내용의 지상권변경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지상권의 존속기간 변경하는 지상권변경의 부기등기(‘이 사건 지상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원고는 2018. 1.경 이 사건 지상권설정등기가 시ㆍ도지사의 허가(의료법 제48조 제3)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는 이유 등으로 그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지상권 말소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상고기각).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무효를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지(원칙적 소극, 예외적 적극)이다.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2390, 2406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52712 판결 참조).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고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63937 판결 참조).

 

의료법 제48조 제3항은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법인이 그 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그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항상 갖추고 있도록 하여 의료법인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여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건강을 보호증진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조항으로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이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위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원고(의료법인)가 기본재산인 토지에 관하여 피고(지자체)와 지상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변경등기까지 마쳐준 뒤 피고가 위 토지 위에 세운 정신병원을 위탁운영 해왔는데, 피고와 분쟁이 발생하자 위 지상권변경계약이 의료법에 따른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 자신의 의무이행을 통해 이 사건 지상권설정등기에 따른 부담을 용인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원고가 오히려 그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권리자가 될 피고를 상대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사례이다.

 

3. 법률에 위배된 법률행위의 효력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20-126 참조]

 

. 문제의 소재

 

이는 기존에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의 구별 또는 효력규정인 단속법규와 단순 단속법규의 구별 등의 문제로 논의되었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법률에 위배된 법률행위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 ·무효의 판단기준 (= 강행규정과 임의규정, 효력규정과 단속법규의 구별)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256794 판결,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227000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228236 판결(문화재수리업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금지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를 위반한 명의대여 계약이나 이에 기초하여 대가를 정산하여 받기로 하는 정산금 약정은 무효)].

 

 특히 금지규정이 이른바 공법에 속하는 것인 경우에는, 법이 빈번하게 명문으로 규정하는 형벌이나 행정적 불이익 등 공법적 제재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금지규정이 그러한 입법자의 침묵 또는 법흠결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까지 그 효력을 미쳐서 당해 법률행위의 효과에도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금지규정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윤리적 상황과 그 추이, 금지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이 전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또 그 이익 등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평가를 받는지, 금지되는 행위 또는 그에 기한 재화나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어느 만큼 반사회적인지, 금지행위에 기초하여 또는 그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재화 또는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는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당해 금지행위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기타 관계 법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75119 판결).

 

. 구체적 사례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동산중개업법이라고 함) 2조 제1, 3, 20조 제1, 3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3조의2 1항은, 중개업자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토지, 건물 등의 거래알선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중개 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 쌍방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일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중개수수료의 한도는 매매·교환의 경우 거래가액에 따라 0.2%에서 0.9% 이내의 범위에서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중개업법 제15조 제2호는 중개업자가 위에서 정하여진 수수료의 한도를 초과하여 금품을 받거나 그 외에 사례 등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금품을 받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같은 법 제22조 제2항 제3호는 위와 같은 금지행위를 한 경우 등록관청이 중개업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같은 법 제38조 제2항 제5호는 위와 같은 금지규정을 위반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 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1), 중개수수료의 한도를 정하는 한편 이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부동산중개업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이하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이라고 함) 또는 그 한도를 초과하여 받기로 한 중개수수료 약정의 효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개업자가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여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물론 위와 같은 금지규정 위반 행위에 의하여 얻은 중개수수료 상당의 이득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투기적·탈법적 거래를 조장하여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또한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의 주된 규율대상인 부동산의 거래가격이 높고 부동산중개업소의 활용도 또한 높은 실정에 비추어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국민 개개인의 재산적 이해관계 및 국민생활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수수료를 수령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행정적 제재나 형사적 처벌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 소정의 한도를 초과한 중개수수료 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은 중개수수료 약정 중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054406, 54413 판결 등 참조). 이와는 달리, 위 금지규정은 단속규정에 불과하고 효력규정은 아니라고 봄으로써 그 한도를 초과한 수수료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70972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32159 전원합의체 판결).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동산중개업법이라고 한다) 및 같은 법 시행령(2005. 12. 30. 대통령령 제19248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등록관청에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여야 하고(법 제4조 제1), 공인중개사 또는 법인만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할 수 있으며(법 제4조 제4, 시행령 제5),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중개업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38조 제1항 제1)고 정하고 있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특별시장 등이 시행하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 미성년자,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등 일정한 결격사유가 있으면 공인중개사가 될 수 없으며(법 제7),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한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보증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하여야 한다(법 제19조 제3). 부동산중개업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보호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법 제1),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업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투기적·탈법적 거래를 조장하여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부동산중개업 관련 법령의 주된 규율대상인 부동산이 그 거래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비추어 전문성을 갖춘 공인중개사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부동산거래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만약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증보험 등에 의한 손해전보를 보장할 수 있는 등 국민 개개인의 재산적 이해관계 및 국민생활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한 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75119 판결).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 사이의 직접 거래의 효력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의 규정 취지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거래상 알게 된 정보 등을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데 이용하여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있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여 중개의뢰인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에 위반하여 한 거래행위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한 거래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중개의뢰인이 직접 거래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거래 등도 단지 직접 거래라는 이유로 그 효력이 부인되어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259677 판결).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를 위반한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 15조에서 금지하는 탈법행위가

사법상 당연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중략) 공정거래법은 제10조의2 1항과 제15조를 위반한 경우 시정조치를 명하거나(16조 제1), 과징금(17조 제2) 또는 형벌(66조 제1항 제6, 8)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10조의2 1항과 제15조를 위반한 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해서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그 문언상 제10조의2 1항을 위반한 행위가 일단 사법상 효력을 가짐을 전제로 하는 비교적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 공정거래법은 제10조의2 1항을 위반한 행위가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로서 채무보증의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16조 제1항 제5). 이는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항을 위반한 채무보증이 사법상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이고, 그 채무보증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다고 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위와 같은 채무보증을 사법상 무효라고 보았다면 굳이 시정조치로 그 취소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둘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의 문언해석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취소되기 전까지는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항을 위반한 채무보증은 일단 사법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항의 적용을 면탈하려는 제15조를 위반한 탈법행위도 사법상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은 공정거래법이 다른 금지대상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상 무효라거나 그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4항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등은 사업자 간에 있어 이를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16조 제2항은 기업결합의 제한,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설립제한 등을 위반한 회사의 합병 또는 설립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의 합병 또는 설립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 15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국내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나 그 탈법행위를 금지하여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위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효력을 부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만일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 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본다면, 국내계열회사에 대하여 이러한 행위를 한 회사는 그로 인한 이득을 얻고도 아무런 대가 없이 보증채무 등 그 채무를 면한다. 반면 그 거래 상대방인 금융기관은 인적 담보를 상실하고 채권 미회수 위험이 증가하는 피해를 본다. 나아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와 같이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라 채무보증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금융기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위험도 있다.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항 단서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17조의5는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허용되는 예외사유를 비교적 넓게 정하고 있다. 이처럼 공정거래법이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넓은 예외사유를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1, 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가 그 자체로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여야 할 만큼 현저히 반사회성이나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227000 판결).

 

 투자일임업 등록 없이 이루어진 일임매매 약정의 효력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를 위반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258562 판결).

 

. 강행법규 위반인 경우의 법률효과

 

 법률행위의 무효

 

 강행법규에 위배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그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2154 판결,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2390(본소), 20032406(반소) 판결 참조].

 

 무효인 약정에 기초하여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행을 구하는 급부의 내용을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정리하거나 일부를 가감하였다 하더라도 무효인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상 그 급부의 이행 청구가 허용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67890 판결 : 원심은,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개설을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 규정에 위배하여 의료기관을 이미 개설한 이후에 동업자인 원고와 소외인 및 피고 사이에 ○○한방병원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한 비용의 부담에 관한 약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서가 강행 규정 위반의 무효인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사실심의 증거들에 의하면, 한의사인 원고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소외인이 2007 9월경 원고가 소외인에게 원고 명의로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줌과 아울러 진료업무를 담당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소외인으로부터 월 95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는 한편, 소외인은 행정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입원환자 관리, 직원 인사 및 급여, 병원 수입과 지출 관리 등의 제반업무를 책임지며, 병원의 손익 또한 소외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1차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앞서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제1차 약정이 강행 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임은 명백하다. 한편 이 사건 각서는, 소외인 및 그의 처인 피고가 연대하여 원고에게 ○○한방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원고가 부담하고 있거나 부담하게 될 4대 보험료 등 각종 채무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서 작성으로 인해 체결된 약정 중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부분은,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무효인 제1차 약정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무효이고, 그 부분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각서 작성으로 인해 발생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연대하여 부담하겠다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분 또한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하여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별개의 반환약정에 기초하여도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35117 판결).

 

 부당이득의 반환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인 약정에 기초하여 급부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제103조에서 말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한 곧바로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그 무효인 약정으로 인하여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강행법규 위반과 진술·보장조항의 관계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계약의 체결이 관련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그 계약의 이행을 진술·보장하였는데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해당하므로 일종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6108 판결 참조).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경우에 그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진술·보장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강행법규가 금지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결과가 되고, 이러한 경우에는 진술·보장 조항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203551 판결 :  주식회사 등이  농협으로부터 매수한 인삼·홍삼 원료를 가공하여 만든 홍삼제품을  주식회사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회사 또는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농협으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으로 대출금을 변제하기로 하였고,  회사 등,  농협,  회사,  회사 등이 체결한 제품매매계약에서  회사가 매입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  농협이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며,  농협은 본 계약을 체결 및 이행하는 것은  농협의 목적사업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농협의 설립근거법 기타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않음을 보장하고 위반 시  회사 등에 그로 인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품을 매입하지 못하자  회사 등이  농협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2차적인 매입의무의 이행을, 예비적으로 진술·보장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회사 등은 대출금 채권자일 뿐 제품의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아닌데도 계약당사자로서 매도인인  회사 등, 1, 2차 매수인인  회사와  농협과 함께 제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제품매매계약에서  회사에 1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농협에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매매대금을 대출원리금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한 목적은  회사 등이  회사 또는  농협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 등이 대출원리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농업협동조합 중 품목조합에 해당하는  농협이 제품매매계약에 따라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회사 등의  회사 등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보증한 것에 해당하여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 112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에도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의무불이행 당사자에 대해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면, 강행법규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회사 등이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농협에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4. 단속규정과 강행규정(효력규정)

 

. 법령에 위반한 행위의 사법적 효력[= 강행규정(효력규정)과 단속규정]

 

법령을 위반한 법률행위가 사법적으로 유효한지에 관하여,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규정에 위반한 행위의 사법적 효력이 부정됨)과 단속규정(국가가 일정한 행위를 단속할 목적으로 이를 금지,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에 위반한 법률행위의 사법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음)으로 구별된다.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그 규정에 위반한 행위의 효력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에 따른다는데 이견이 없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4조는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정한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11조 제6항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그런데 법률에서 위반행위의 효력에 관해 정하지 않는 경우 강행규정인지 단속 규정인지 문제 된다.

 

. 구별기준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75119 판결은 단속규정과 효력규정의 구별 방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사법상(私法上)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하여진 경우에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가 또는 법원이 법률행위 내용의 실현에 대한 조력을 거부하거나 기타 다른 내용으로 그 효력이 제한되는가의 여부는 당해 법규정이 가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법률효과에 관한 문제의 일환으로서, 다른 경우에서와 같이 여기서도 그 법규정의 해석 여하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따라서 그 점에 관한 명문의 정함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정함이 없는 때에는 종국적으로 그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그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기타 효력 제한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하여 이를 정할 것이다. 특히 금지규정이 이른바 공법에 속하는 것인 경우에는, 법이 빈번하게 명문으로 규정하는 형벌이나 행정적 불이익 등 공법적 제재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금지규정이 그러한 입법자의 침묵 또는 법흠결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까지 그 효력을 미쳐서 당해 법률행위의 효과에도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금지규정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윤리적 상황과 그 추이, 금지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이 전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또 그 이익 등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평가를 받는지, 금지되는 행위 또는 그에 기한 재화나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어느 만큼 반사회적인지, 금지행위에 기하여 또는 그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재화 또는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는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당해 금지행위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기타 관계 법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안)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7407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국가를 당 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여부(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한 것이 무효인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법령 위반행위를 무효로 보는 기준을 달리하였다. 다수의견은 계약담당자 등은 위 규정의 취지(공공계약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예산을 낭비하거나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한 이익불이익 주는 것 금지)에 배치되지 않는 한 계약상대자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고,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위 규정을 위반한 계약의 효력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사적자치의 원칙상 계약을 무효로 보는 것은 공공복지정의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위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보고, 강행규정과 단속규정 구별기준에 관한 일반 법리를 설시하면서 법률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이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 법질서의 통일성과 일반성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다수의견보다 무효로 보는 범위가 비교적 넓다.

 

결국 금지규정 위반의 법률행위 사법적 효력에 관하여 명문규정이 없는 경우 입 법취지(유효로 하면 규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거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 보호법익(법익 보호의 필요성이나 관련된 공공의 이익이 강할수록 무효로 볼 여지가 커짐), 위반행위의 중대성반사회성(당사자의 의도와 비난가능성), 당사자3자에게 미치는 영향(당사자 간의 신의공평, 거래안전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단속규정으로 본 대법원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86525 판결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타인 간의 거래 행위를 중개한 경우 등과 같이 중개를 업으로 한것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중개 수수료 지급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가 아니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259677 판결은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를 위반한 행위는 유효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7274758 판결은 명의이용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자 동차 소유자와 전세버스 운송사업자 사이에 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지입계약은 유효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227000 판결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10조의2 1, 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가 사법상 무효는 아니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258562 판결은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17조를 위반한 행위는 사법상 유효라고 하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294824 판결은 종자업을 하거나 일부 종자의 판매 등을 하는 경우 등록 또는 신고를 할 것을 규정(구 종자산업법 제137조 및 제138조 제3)하고 이에 위반하면 형사처벌하지만, 무등록, 미신고 상태에서 보호품종 수입, 생산,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그 행위가 사법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임대주택 관련 법령에 관하여 단속규정으로 본 예는 다음과 같다. 임대의무기간 1/2 경과 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양전환에 관한 합의가 있는 경우 시장 등에게 분양전환신고를 한 후 매각하도록 한 규정은 단속규정으로, 분양전환신고가 없어도 분양전환이 무효는 아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59589, 59596 판결).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조건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임대차계약이 무효는 아니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32055, 32062 판결).

 

5. 강행규정에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 주장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471-1473 참조]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48조 제3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신의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만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63937 판결).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63937 판결 : 사업영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폐업조치되고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되었으며 파산선고까지 받은 의료법인이 그 사용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기본재산 처분에 관하여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주어야 할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동산을 낙찰받아 운영해 오고 있는 의료법인에 대하여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한 사례(‘시ㆍ도지사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본 사안임).

 

6.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의 무효주장과 신의칙에 의한 제한 가능성

 

. 신의성실의 원칙

 

판례는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면서 추상적 규범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이익의 내용, 행사하거나 이행하려는 권리 또는 의무와 상대방 이익과의 상관관계 및 상대방의 신뢰의 타당성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적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일반론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7다카2407 판결 등 참조).

소송상 어떠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강행규정 위배 여부의 문제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등 참조).

 

신의칙은 실정법의 규정취지나 법률행위를 한 당사자의 의도 등을 그 의미에 적합하게 구체화하고, 불성실하거나 부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며, 실정법 또는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정하는 기능 등을 수행하는데, 대상판결에서는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기능이 문제된다.

 

판례는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45827 판결 등),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며(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5397 판결 등 참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의 요건이 위와 같은 실효원칙이나 권리남용의 요건보다 포괄적이다.

 

. 신의칙의 권리행사 제한 기능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3802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18401 판결 등 참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의 요건으로 귀책사유와 같은 주관적 요소를 요구할 것인지에 관하여 판례는 상계권의 행사를 제한함에 있어 일반적인 권리남용과 달리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상계권 행사에 해당하는 경우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59482 판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은 상대방의 정당한 신의를 요건으로 하는바, 신뢰할 만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신뢰한 경우 그러한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신뢰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주관적 요소는 주된 고려요소라 할 것이지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신의칙을 적용할 여지는 있으므로 주관적 요소를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볼 이유는 없다.

 

이러한 권리의 제한은 계약에 기한 권리뿐만 아니라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에 대하여도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42929 판결 등 참조)고 하는 등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도 신의칙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밝혀 왔다.

 

나아가 이러한 제한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 판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해지의사표시 철회(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0. 9. 5. 선고 998657 판결 등 참조), 회사가 변제공탁한 퇴직금 등을 조건 없이 수령한 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의 소(대법원 1989. 9. 29. 88다카19804 판결 참조) 등에 대하여 신의칙을 들어 권리행사를 제한하였다.

 

특히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30118 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근로법률관계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른 법률관계보다 신의칙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다만 이와 같이 추상적인 신의칙을 들어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재판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고 법률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신의칙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33469 판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상대방의 정당한 신의 등과 같은 주관적 요소도 고려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실관계에 기한 권리행사에 대하여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권리행사 제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저당권자가 경매과정에서 우선변제권이 있는 근로자들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우선변제권보다 다액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합의를 함으로써 자신의 피담보채권을 모두 변제받지 못한 채 나머지 채무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연대보증인들에 대한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지만,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4. 28. 선고 9328843 판결). 또한 일반적으로 신뢰를 공여한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는 권리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적으므로 신의칙으로 제한할 필요성도 매우 낮을 것이다.

 

. 신의칙에 의한 제한가능성과 고려요소

 

원칙

 

강행규정을 위반한 약정을 한 자가 그 약정의 무효를 스스로 주장하는 경우에 그러한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법질서가 그러한 약정에 따른 법적 상태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오히려 강행규정에 의하여 배제하려던 법적 상태의 실현을 돕는 셈이 되어 강행규정을 전면적으로 무력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64552 판결 등 다수).

 

강행규정이 고도의 공익을 실현하거나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일 경우에는 신의칙의 적용은 더욱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자격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를 한 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한 사안(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2390, 2406 판결)이나 이중등기로서 무효인 뒤의 보존등기가 유효한 것처럼 허위표시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후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와 그에 기한 경매신청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안(대법원 1968. 4. 24. 선고 68219 판결) 등에서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배척한 이유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 효력규정으로서 강행규정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이주대책의 비용부담을 규정한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령에 관한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67126 판결 참조(위 판결은 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763089, 6309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되었으나, 위 규정에 관한 해석 중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제공하여야 할 생활기본시설의 범위에 관한 견해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고, 신의칙에 관한 판단은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원칙의 적용 범위

 

먼저 무효를 주장하는 자의 영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법률행위 당시 법률행위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사정을 몰랐던 경우는 물론, 무효임을 잘 알았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원칙은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무효인 계약에 장기간 이의가 없었다거나(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대상이 아닌 주택자금대출에 대하여 위 기금의 관리기관인 은행이 보증을 함으로써 강행규정인 근로자의주거안정과목돈마련지원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무효인 사안에서, 피고 은행이 보증대상이 아님을 알고 보증하였고, 그 후 위 대출에 관하여 상당기간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보증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2001. 5. 15. 선고 9953490 판결 등 참조), 무효인 법률행위를 이행할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대법원 1994. 9. 13. 선고 9352501 판결)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위와 같이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하고 이를 이행하는 정도의 사정을 넘어 무효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와 같이 위법, 무효인 법률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9. 3. 23. 선고 994405 판결도, 유가증권 매매에 관하여 증권회사 임직원의 손실부담 약속 또는 권유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수익보장약정이 투자신탁회사가 먼저 고객에게 제의를 함으로써 체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판례는 위와 같이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교섭 내지 체결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법률행위 성립 후 그 법률행위가 무효로 됨에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가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51789 판결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는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로 됨에 있어서 귀책사유가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그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농지매수인이 거래허가를 위하여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실제 거주하는 등의 할 바를 다하지 아니하여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매수인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아닌 상대방의 영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

 

비단 강행규정과의 충돌이 문제되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므로, 상대방의 신의는 권리행사자가 공여한 것이거나 객관적으로 정당한 신뢰여야 한다. 판례가 반복하여 설시하는 객관적으로라는 문언에 나타나 있듯이 상대방이 반드시 무과실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신뢰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강행규정의 존재 또는 법률효과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던 경우에도 강행규정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과의 균형에 비추어, 상대방이 강행규정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판례는 상호신용금고의 채무보증 또는 담보제공행위를 제한한 강행규정인 구 상호신용금고법을 위반하여 담보를 제공한 사안에서, 담보를 제공받은 원고들이 담보제공약정이 유효하다고 믿은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그 믿음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금고가 담보제공약정을 무효라고 주장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1601 판결).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의 경우 민법 제921조 소정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여 미성년자 각자마다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함에도 공동상속인인 친권자인 원고가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함으로써 위 강행규정을 위반한 사안에서, 비록 원고가 강행법규인 민법 제921조에 위배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참가한 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위 사유를 들어 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더라도 공동상속인인 피고가 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유효하다고 믿은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그 믿음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무효주장을 모순행위금지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717482 판결 참조),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다투지 않을 듯한 태도를 취한 경우에도 그러하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19475 판결).

 

상대방이 법령 및 공익 실현의무를 부담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비록 공법상의 법률관계가 아니라 사법상의 법률관계인 경우에도, 신의칙의 적용에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518383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국토이용관리법 규정을 잠탈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아니하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는 여전히 자기 앞으로 보유한 채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툰다고 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판결은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23644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으나, 신의칙에 관한 부분은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국가나 지자체는 아니지만 권한의 행사가 법률상 의무로서의 성질을 띠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강행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한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한 사정만으로 상대방에게 정당한 신뢰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12217 판결).

 

.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칙 위반을 긍정한 예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예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례는 일응 상당히 많다. 실제로는 이미 강행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이 해소되어 더 이상 강행규정이 도모했던 법적 상태를 관철할 필요성이 이미 소멸된 사안이거나, 법령의 축소적 해석으로 충분히 무효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 사안에서 신의칙을 들어 효력을 제한한 사례들이고,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전히 강행규정의 효력을 관철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사안에서 강행규정이 예상하지 아니한 다른 구체적 사정을 들어 강행규정에 따른 무효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결론 내린 사례이다.

 

우선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산인 토지를 매도한 후 20년 가까이 경과하고 공용폐지까지 된 상황에서 당해 토지가 매매 당시에 행정재산임을 내세워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예가 있으나(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다카204 판결), 이미 공용폐지가 된 토지이므로 행정재산의 매매를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을 더 이상 관철할 필요가 없는 사안에 해당한다(또한 위와 같은 유형의 사안은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국가 또는 지자체라는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다만 사법상 법률관계가 아닌 조세법률관계에서, 공법인 조세법에 신의칙이 적용됨을 명문으로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5조 등과 관련하여 비과세관행에 반하는 과세처분(대법원 1980. 6. 10. 선고 806 판결)이나 과세관청의 종전 공적 견해를 신뢰한 납세자에 대한 불이익한 과세처분(대법원 1987. 1. 20. 선고 86151 판결) 등의 사안에서 신의칙을 들어 납세자를 보호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의 무효 주장과 관련하여서도 대법원은, 사실상의 1인 주주로서 대표이사이던 자가 주권을 발행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주식을 모두 양도한 후 그 양수인들이 회사의 부채를 정리하고 경영한지 7, 8년이 지난 후에 이르러 주권발행 전의 주식양도라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그 주식양도의 효력을 다투며 주주지위 확인 등을 구한 사안(대법원 1983. 4. 26. 선고 80580 판결. 그 밖에 1987. 7. 7. 선고 86다카2675 판결 등) 등에서 그와 같이 주식양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는 소권의 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들이 있으나, 실제 판결의 사안들은 모두 주식양도인이 사실상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사안으로서 회사(또는 회사를 경영하는 주주 전원)는 주식양도가 유효함을 주장하면서 양도인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다투는 경우이므로,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는 회사에 대하여양도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상법상 강행규정을 형식적으로 관철할 필요성이 없는 사안들이다.

 

구 농지개혁법을 위반한 농지매도인이 사후에 그 무효를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신의칙을 들어 매도인의 무효주장을 배척한 예로는 농지매수인이 자신이 농가가 아니고 자영의사가 없다는 등의 사정으로 관서의 증명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농지매매의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금 등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대법원 1987. 4. 28. 선고 85다카971 판결), 농지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뒤 그 매매가 농지개혁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한 사안(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75 판결), 비자경농지를 농지개혁법에 위반하여 매도한 후 위 농지가 분배됨이 없이 대지화되어 소유권이 환원된 경우의 매도인의 매매무효주장(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191 판결, 1977. 11. 22. 선고 771947 판결, 1973. 7. 24. 선고 73152 판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농지가 분배됨이 없이 이미 대지화되어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환원된 사안이거나 매도 당시에는 비자경농가에 해당하던 매수인이 사후에 자경농가의 자격을 갖춘 사안에 해당하여 경자유전의 이상을 달성하려는 농지개혁법의 입법 목적을 더 이상 추구할 필요가 없거나 무의미해진 사안을 신의칙으로 해결한 것이거나, 종래 대법원이 농지 소재지관서의 매매증명을 마치 매매계약의 효력발생요건인 것처럼 설시함으로써 매매증명이 없는 농지매매계약이 채권적으로도 바로 무효라고 판단한 사안에서는 그 무효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신의칙을 동원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필요가 있었으나, 이를 등기청구요건 내지 등기유효요건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더 이상 신의칙을 동원하여 무효 주장을 배척할 이유가 없게 된 사안들에 불과해 보인다.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적법한 이사회 결의 없이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매도한 후 그 무효를 주장한 사안들(대법원 1989. 5. 9. 선고 87다카2407 판결 등)에서, 학교법인의 무효 주장에 기한 권리행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예가 있으나, 실제 판결 이유를 보면 해당 학교법인은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실체를 결여하여 어차피 해산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들고 있는 등 이사회 결의 없는 학교 기본재산의 매도를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의 취지를 관철시킬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위와 같은 판결례들은 그와 같이 강행규정을 더 이상 관철시킬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 등 추가적인 요건을 갖춘 경우에 비로소 신의칙에 의하여 무효 주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의칙의 적용요건을 엄격히 본 예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신의칙에 의한 무효 주장 배척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전제로 당해 사안에서 강행규정의 입법취지가 무엇인지, 강행규정의 취지를 여전히 관철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선행적으로 살펴보아야 하고, 강행규정을 관철할 필요성이 없는 사안에서도 판례는 당사자의 귀책사유를 판단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강행규정의 규범성을 존중할 필요가 명확히 남아 있는 사안에서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무효 주장을 신의칙을 들어 배척한 사례

 

사법상의 법률관계가 아닌 조세법률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결이 있다.

대법원 1990. 7. 24. 선고 898224 판결은 농지의 명의수탁자가 적극적으로 농가이거나 자경의사가 있는 것처럼 소재지관서의 증명을 받아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농지에 관한 소유자로 행세하다가, 후에 증여의제로 증여세를 부과받자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자경의사 없이 농지를 취득한 것은 농지개혁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증여의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법지위를 악용하려 함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법률상 용납될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무효 주장을 배척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전에 하였던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나 주장을 하는 경우에,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으로 인하여 스스로 전에 작출해 두었던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사실상태나 법률상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 남게 되자 그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들(대법원 1986. 4. 8. 선고 85480 판결 등 다수)에서는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하지 아니하였었는데, 이와 달리 위 898224 판결에서처럼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자 스스로 전에 작출한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법률상태인 무효의 등기는 유지한 채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행위자의 적극적 기망행위와 강행규정에 따른 법지위의 악용 및 탈법행위를 고려하여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한 것이다.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한 예

 

먼저 대법원 2000. 8. 22. 선고 9962609, 62616 판결은 비농가의 농지취득을 금지한 구 농지개혁법 제19조의 규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일반론을 제시하였다 : ‘위 강행규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규정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합법성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고,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일반론은 강행규정과 신의칙, 합법성의 원칙이 법질서에서 가져야 할 위상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그 요건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은 구체적 타당성보다도 좁은 의미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 외에도 해당 강행규정이 추구하는 공익이나 목적 못지않은 중요한 법적 가치를 보호할 필요가 큰 경우와 같이 구체적 타당성과 다른 차원에서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 판결은 위와 같은 일반론을 전제한 후 구체적인 판단 과정에서 주관적 귀책사유의 개념을 처음으로 활용하였는바, 자경 또는 자영할 의사가 없는 자에게 손해배상 조로 농지소유권을 넘겨주기로 약정하고 이전등기를 마쳐 준 다음 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며 등기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매도인이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선행행위와 모순되나, 구 농지개혁법에 반하는 등기를 하게 된 경위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매수인은 자신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음에도 위장전입의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것에 불과하여 등기가 유효하다는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굳이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면서까지 신의칙을 적용할 필요성은 없다고 하였다.

위 판결이 제시한 주관적 귀책사유의 개념은 대법원 1997. 3. 20. 선고 9518383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제시한 기준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9518383 판결의 반대의견은 신의칙 또는 금반언칙이라 함은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의하여 어떤 사실을 표시한 자는 그 사실의 존재를 믿고 어떠한 행위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그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서, 이 원칙을 납세의무자에게 적용하기 위하여는 첫째, 납세의무자에게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둘째, 그에 의하여 야기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과세관청의 신뢰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반드시 이 양자가 엄격한 의미에서의 요건은 아니며(따라서 그 어느 하나를 결한다고 하여서 이 원칙의 적용이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9518383판결의 사안은 상대방이 국가관청이고,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과세처분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의칙의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영역에 관한 논의이지만, 강행규정의 실현을 신의칙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관점의 논의에 충분히 원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33218 판결은, 강행법규인 구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한 경우 위반한 자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거래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취득 목적대로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그 신청이 같은 법 소정의 허가 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위 판결 역시 당사자가 받을 수 있었던 허가를 회피한 귀책사유를 주된 요소로 삼아 신의칙을 적용하엿다.

 

대법원 2000. 6. 9. 선고 9970860 판결은, 학교법인은 물론 사립학교 경영자의 경우에도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개인명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구 사립학교법의 강행규정과 관련하여, 명목상으로만 학교법인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으로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설비 및 교재·교구 등이 아니거나 학교 자체가 형해화되어 사실상 교육시설로 볼 수 없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행위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강행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처분행위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고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무효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아가 설령 상대방을 기망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해당 재산이 유치원 교육에 직접 사용되고, 유치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상, 그러한 사유가 특별한 사정이 된다고 보아 유치원 교육에 직접 사용하는 재산의 처분을 용인한다면 경영자의 불법행위 때문에 유치원의 존립 및 목적수행에 필수적인 교육시설을 보전하여 유치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는 입법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신의칙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 강행규정 위반 사안에서의 신의칙 적용 요건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 관련

 

임차인 보호 강행규정의 경우에는 더 엄격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강행규정 위반 주장을 신의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33224 판결 : 저당권자가 임차인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등기부상 표시와 다르다는 이유로 임대차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주장이 신의칙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그 주장을 배척할 수 있으나,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률관계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저당권자가 저당권 설정에 앞서 임차인의 주민등록주소가 등기부와 다르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차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저당권자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임차인의 주민등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임차인을 선순위의 권리로 인정하고 그만큼 감액한 상태의 담보가치를 취득하겠다는 전제에서 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면서도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사후에 임차인의 손해는 전혀 고려함이 없이 그 주민등록의 잘못에 따른 임대차의 대항력 결여를 주장하는 경우와 같이, 저당권자의 권리행사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고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판례는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숨기고 경매절차가 끝날 때까지 임대차관계를 밝히지 아니한 후 매수인의 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차인임을 내세워 보증금반환을 요구하거나(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38 판결, 1987. 11. 24. 선고 87다카1708 판결 등) 근저당권자에게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임차보증금에 대한 권리주장을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준 후 경매절차에서 이를 번복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함과 아울러 임차보증금이 근저당권자보다 우선 변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대법원 1997. 6. 27. 선고 9712211 판결), 나아가 임차인이 낙찰허가결정 전에 이미 기간이 만료된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면서 배당요구를 하고서도 낙찰허가결정이 확정된 후에 배당요구시의 주장과 달리 임대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는 것(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024078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 및 신의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반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의 존재를 분명히 한 경우에는 은행이 경매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신뢰를 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의 동시이행항변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위 사안들은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존재가 문제되어 그 무효를 주장하는 사안과는 다소 구별되지만, 보호대상인 임차인의 허위진술 또는 모순되는 행위와 같이 행위자의 귀책사유를 근거로 강행규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교섭 과정에서의 신뢰보호가 문제될 수는 있지만, 역시 행위자의 귀책사유가 강행규정의 배제를 정당화할 정도의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사안

 

판례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권리자 등과 공모하여 오로지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해하려는 의도 아래 후순위 저당권의 목적물이 아닌 사용자의 다른 재산에 대하여 손쉽게 행사할 수 있었던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행사를 포기해 버린 경우처럼, 근로자가 임금채권 우선변제권을 사용자의 일부 재산에 대하여만 선택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을 만큼 부당하여 권리남용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침해한 한도에서 임금채권 우선변제권이 배제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77558 판결. 실제로는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권리남용을 적용하지 아니한, 즉 임금우선변제권을 보장한 사안이다). 위 판결은 공모, 해할 의도, 악의적 포기, 차별적 선택행사 등의 주관적 요소로 인하여 그러한 권리행사가 객관적으로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경우를 구체적 요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근로자의 임금청구권과 관련하여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30314 판결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변형 근로시간제가 폐지되자 회사가 32교대 근무제를 33교대로 변경하려고 하였으나, 32교대 근로자들의 반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그 후 위 근로자들이 시간외 근로수당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회사가 다시 33교대 근무를 제안하였지만, 근로자들이 반대함으로써 32교대 근무를 유지한 사안에서, 그와 같이 33교대 근무를 거부한 사정만으로 회사에게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하지 않으리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가 그러한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피고가 32교대 근무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33교대 근무 형태로 변경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46조의 규정이나 32교대 근무를 계속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미성년자 및 의사무능력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 관련

 

미성년자가 스스로 신용카드 가맹점과 신용카드 거래를 한 뒤 무능력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미성년자 보호입법의 이념과 취지를 중시하여 미성년자의 취소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71659, 71666, 71673 판결).

 

의사무능력자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의사무능력자가 사실상의 후견인이었던 아버지의 보조를 받아 자신의 명의로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의사무능력자의 여동생이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위 대출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효력을 부인한 사안에서, 이러한 무효 주장이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사무능력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는 일반론을 제시하면서도, 금융기관은 원고가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나 여동생이 아버지와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51627 판결).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463-1465 참조]

 

. 관련조항

 

민법 제45(재단법인의 정관변경)

재단법인의 정관은 그 변경방법을 정관에 정한 때에 한하여 변경할 수 있다. 42조제2항의 규정은 전2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42(사단법인의 정관의 변경)

정관의 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없다.

 

. 신의칙 위반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피고는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지상권변경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원고는 그 허가신청 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원고의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자신의 의무이행을 통해 그 부담을 용인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원고가 오히려 그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권리자가 될 피고를 상대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것이다.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의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도 허가를 조건으로 하는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은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으면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다(대법원 1974. 6. 11. 선고 731975 판결).

대법원 1974. 6. 11. 선고 731975 판결 :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의 처분은 정관변경을 요하는 것이므로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으면 그 처분행위는 물권계약으로 무효일 뿐 아니라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다.

 

다만 양수인은 허가를 얻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27988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27988 판결 : 학교법인이 감독청의 허가 없이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그 부동산에서 운영하던 학교를 당국의 인가를 받아 신축교사로 이전하고 준공검사까지 마친 경우, 위 매매계약이 감독청의 허가 없이 체결되어 아직은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청구권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이미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장차 감독청의 허가에 따라 그 청구권이 발생할 개연성 또한 충분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미리 그 청구를 할 필요가 있는 한, 감독청의 허가를 조건으로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대상판결도 허가조건부 이행청구권을 긍정하면서, 이를 신의칙 위반의 근거사정으로 삼았다.

, 양수인은 허가조건부 승소 확정판결을 먼저 받아둔 다음, 주무관청의 허가는 그 후에 얻어 곧바로 등기를 마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의 경우는 허가조건부 이행청구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양수인은 허가절차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은 후, 다시 이전등기청구를 별도로 하여야 한다.

 

한편 재단법인의 금전채권자는 기본재산의 처분허가신청절차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819202, 19219 판결).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19202, 19219 판결 : 재단법인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바쳐진 재산이라는 실체에 대하여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므로 그 출연된 재산 즉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은 바로 법인의 실체인 동시에 법인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서 이를 처분한다는 것은 재단법인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은 이를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것이고, 재단법인이 정관의 변경을 초래하는 기본재산의 처분을 위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신청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단법인의 의사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인 재단법인에 다른 재산이 없어 기본재산을 처분하지 않고는 채무의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재단법인으로부터 기본재산을 양수한 자도 아니고 금전채권자들에 불과한 자에게는 강제이행청구권의 실질적인 실현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사유만으로 기본재산의 처분을 희망하지도 않는 재단법인을 상대로 주무관청에 대하여 기본재산에 대한 처분허가신청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

 

원고가 위탁경영계약을 통해 이 사건 건물에서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지상권변경계약과 지상권설정등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고는 위탁경영계약에 따라 29년간 ◯◯병원을 운영하였고, 지상권설정계약의 존속기간이 만료될 무렵 스스로 지상권변경계약을 피고와 체결하였으며, 그 후에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위탁경영 계약에 따라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