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자동차보험진료수가청구의 상대방>】《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규를 들어 심사를 거부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는지 여부(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7996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다른 의료기관으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의뢰받아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등을 상대로 직접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
【판시사항】
[1] ‘입원환자에 관하여 타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의뢰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여야 하고, 진료실시 의료기관은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고 규정이 진료실시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 등에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데도 보험회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관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령과 보험회사(공제사업자를 포함한다. 이하 ‘보험회사 등’이라 한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에는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심사·조정 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지위에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제한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법령상 또는 계약상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서·명세서 세부작성요령’(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고 제2013-85호)은 입원환자에 관하여 타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의뢰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여야 하고, 진료실시 의료기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함으로써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권자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정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에 관한 규정’(2013. 5. 9.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3-224호) 제20조 제8항이 위임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서·명세서의 ‘세부작성요령’이라는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위 법령이나 업무위탁계약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진료실시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 등에게는 구속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교통사고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은 보험회사(공제사업자를 포함한다. 이하 ‘보험회사 등’이라 한다)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의사와 지급한도를 통지한 경우에 보험회사 등에 대하여 자동차손배법 제15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권리를 취득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이상 자동차손배법이 정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권의 행사방법을 준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험회사 등과의 업무위탁계약에 의하여 위탁받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업무위탁계약 자체에서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를 제한하지 않았으므로, 보험회사 등이 진료실시 의료기관에 대하여 자동차손배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의사와 지급한도를 통지한 경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가 자동차손배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신의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만든 내부 규정을 들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보험회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위탁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 등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진료실시 의료기관으로서는 직접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직접 청구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이미 취득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권을 행사할 다른 유효·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교통사고 환자가 입원한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받아 CT, MRI 등 촬영․판독 업무를 했으나 아래와 같은 경위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이하 ‘진료수가’)’를 받지 못하자, 피고(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청구한 사안이다.
⑵ 피고(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보험회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에 진료수가 심사업무를 위탁하였다.
그에 따라, 의료기관은 진료수가 청구를 심평원에 해야 한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2조의2 제1항, 시행규칙 제6조의2).
⑶ 심평원장은 아래 내용이 담긴「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서․명세서 세부작성요령(이하 ‘이 사건 내규’)」을 공고하였다.
「입원환자 진료를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한 경우, 진료를 의뢰한 의료기관만 수가를 청구할 수 있고 진료를 실시한 기관은 청구할 수 없음.」
⑷ 원고들은, 자기들에게 진료를 의뢰한 의료기관이 진료수가 지급을 청구하지 않자 심평원에 직접 청구를 하였다.
⑸ 심평원장은, 원고들이 이 사건 내규에서 정한 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불능, 심사 취소 등의 결정을 하였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입원환자에 관하여 타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한 경우 진료의뢰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여야 하고, 진료실시 의료기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 사건 공고 조항에 진료실시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등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다.
⑵ 자동차보험진료수가란,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고를 당한 자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보험회사의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경우 자동차손배법의 규정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말한다[자동차손배법 제2조 제7호 (가)목].
⑶ 원고들은 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로, 원고들(진료실시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진료의뢰 의료기관)으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의뢰받아 영상촬영, 판독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위 진료에 관하여 진료의뢰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청구를 하지 아니하자, 원고들이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청구를 하였다.
⑷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고들이 ‘이 사건 공고 조항’에서 정한 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사유로 심사불능 등의 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들이 피고(공제사업자)에게 직접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이다.
⑸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보험회사등에 그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법률의 근거가 없는 이 사건 공고 조항에 의해 진료실시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였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사건 공고 조항을 이유로 실체적인 심사를 거부하고 심사불능, 심사취소 등의 통보를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료실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등에게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다.
3.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규를 들어 심사를 거부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는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7-629 참조]
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의 효력
⑴ 고시는 근거법령규정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 효력을 가질 뿐이고, 그 자체로 법령이 아님
법령이란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부령)을 합하여 부르는 말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은 대통령과 각 부 장관이 하는 행정입법이다.
장관이 제정한 행정규칙인 고시는 원칙적으로는 법령이 아니다.
행정규칙은 내부적으로(즉, 공무원들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국민에게는 직접적으로 효력이 없다.
그런데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정할 내용을 고시에 위임해 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고시는 위임한 행정입법과 결합하여 법령의 일부가 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두51132 판결 : 일반적으로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라도 그것이 특히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는 형식과 상관없이 근거 법령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⑵ 다만 고시의 내용이 법령의 위임을 벗어난 것이라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음
위임받지 않은 내용을 정했다면 ‘법규’가 아니다.
행정입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지는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해야 하나(법원조직 법 제7조 제1항 제1호), 고시는 행정규칙으로서의 성격이 변하지 않으므로 법규로서의 효력 유무를 소부에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두51132 판결 : 이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 규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점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 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나. 대상판결의 검토
⑴ 관련규정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2조(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 및 지급)
① 보험회사등은 보험가입자등 또는 제10조제1항 후단에 따른 피해자가 청구하거나 그 밖의 원인으로 교통사고환자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교통사고환자 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해당 진료에 따른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 의사 유무와 지급 한도를 알려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보험회사등으로부터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 의사와 지급 한도를 통 지받은 의료기관은 그 보험회사등에게 제15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한 기준 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
● 제12조의2(업무의 위탁)
① 보험회사등은 제12조제4항에 따라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심사ㆍ 조정 업무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심사기관(이하 "전문심사기관"이라 한다)에 위탁할 수 있다.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제6조의2(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
① 보험회사등이 법 제12조의2제1항 및 영 제11조의2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 한다)에 업무를 위탁한 경우에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 원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하여야 한다.
⑵ 의료기관의 진료수가 청구권
①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은, 보험회사에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갖는다.
다만, 보험회사가 진료수가 심사 등 업무를 심평원에 위탁했으므로, 청구의 상대방이 심평원이 될 뿐이다.
② 심평원의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9조 제1항), 기간 내에 심평원의 심사결과에 이의가 없거나(제19조 제3항), 심의회의 결정에 수락의사를 표시하거나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제21 조 제2항)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화해계약의 체결로 볼 수 있다.
⑶ 내규의 구속력
① 이 사건 내규로는 원고의 법률상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은, 진료수가 청구와 심사 등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국토교 통부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했다(제6조의5).
그에 따라 제정된 국토교통부장관 고시(‘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에 관한 규정’)는, 진료수가청구서의 ‘세부작성요령’을 심평원장이 정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② 이 사건 내규도 제목 그대로 문서의 세부작성요령일 뿐, 국민의 법률상 권리(진료수가청구권)를 제한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⑷ 진료수가 청구의 상대방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진료수가 청구의 상대방은 보험회사 등이 되어야 한다.
심평원이 내규를 들어 진료수가 심사를 거부하는 이상, 원고로서는 청구권을 행사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