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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계속적 계약의 해지, 계속적계약의 종료사유, 계속적 채권관계>】《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및 사정변경에 대한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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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계속적 계약의 해지, 계속적계약의 종료사유, 계속적 채권관계>】《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및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7633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인정한 사안(비숙련 취업이민)

 

판시사항

 

[1]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등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을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한 후 이민허가를 받고 이에 따라 을 회사에 국외알선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였는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갑 등에 대한 이민비자 인터뷰에서 추가 행정검토 및 이민국 이송 결정을 하여 비자발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사안에서, 갑 등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례는 계약을 체결할 때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발생함으로써 야기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신의성실 원칙의 파생원칙으로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유형과 내용, 당사자의 지위, 거래경험과 인식가능성, 사정변경의 위험이 크고 구체적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들이 사정변경을 예견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내용으로 체결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는 계약의 체결 시와 이행 시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하려면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에서 본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2] 갑 등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을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한 후 이민허가를 받고 이에 따라 을 회사에 국외알선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였는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갑 등에 대한 이민비자 인터뷰에서 추가 행정검토(Administrative Processing) 및 이민국 이송(Transfer in Progress) 결정을 하여 비자발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사안에서, 위 계약은 성립의 기초가 되었던 비자발급 절차나 기간에 관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전혀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유지해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갑 등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들은 피고(해외이주 알선업체)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였다.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는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 단계,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 단계, 주한 미국대사관의 이민비자 발급 단계로 구분된다.

 

원고들은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까지 받고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수료 3만 달러를 모두 지급하였으나, ‘이민비자 발급단계에서 미국대사관의 추가 행정검토(Administrative Processing, 비자발급자격 결정 전의 추가 심사), 이민국 이송 결정(Transfer in Progress, 이민국으로 재심사를 하도록 돌려보내는 것)이 내려져 이민절차가 중단되었다.

 

원고들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고 주장하며 지급한 수수료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를 인정하고 수수료 일부의 반환을 인용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1. 신의성실의 원칙

 

. 의의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2조 제1).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2조 제2).

 

이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52712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76338 판결 참조).

 

. 효과

 

 권리 창설의 효과

 

예컨대 채무의 내용으로서 신의칙상 부수적 주의의무(고지의무, 설명의무 등)

 

 권리변경의 효과 (사정변경의 원칙)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또는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채권자가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에 따른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는 때에 법원이 그 급부의 일부를 감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166252 판결 : 갑 주식회사가 부동산임의경매사건에 입찰하면서 매수신청보증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을 주식회사와 경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병은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갑 회사의 을 회사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을 회사가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신의칙에 비추어 연대보증인인 병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64253 판결 :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의 주주들인 병 주식회사 등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병 회사 등이 을 회사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하고,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였는데, 갑 회사가 당시 이미을 회사 등과 담합행위를 하였고, 양수도 실행일 이후 을 회사에 담합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된 사안에서,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른 갑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240543 판결 : 한국전력공사가 을 주식회사와 체결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전기를 공급한 후 착오로 청구하지 않았던 전기요금의 지급을 구하자 을 회사가 채무부존재 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을 회사에 유효하게 성립한 전기공급계약에 따른 전기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어 전기요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을 회사가 한국전력공사에 지급할 추가 전기요금채무를 1/2로 감액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권리소멸의 효과(권리남용의 금지.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함을 이유로 배척되는 경우)

 

소멸시효의 남용, 동시이행항변권의 남용, 상계권의 남용. 지상물 철거청구와 권리남용 등이다.

 

 

3-2. 사정변경의 원칙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22 참조]

 

. 의의

 

법률행위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인해 현저히 변경되고, 그리하여 당초의 내용대로 그 효과를 강제하는 것이 당사자 일방에게 가혹하게 된 경우, 그 내용을 변경된 사정에 맞게 수정하거나 또는 그 법률행위를 해소시킬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 일반원칙으로서 사정변경의 원칙 인정 여부

 

 문제점

 

민법은 개별적인 계약 유형에 따라 계약 체결 후의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해제등 계약관계의 조정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557, 628조 등. 한편 신원보증법 제4, 5조도 참조).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일반원칙으로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판례의 태도

 

종래에는 대체로 일시적 계약관계에서는 부정하고 계속적 계약관계에서는 긍정하였으나, 최근에는 일시적 계약관계에서도 이를 긍정하는 추세이다.

나아가 최근의 판례는 계약을 체결할 때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발생함으로써 야기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신의성실 원칙의 파생원칙으로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76338 판결 등 참조).

 

. 일시적 계약관계

 

 매매계약

 

대법원은 매매계약에서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제가 문제 된 사안에서도 일반론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다만, 이 사건의 경우 결론적으로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제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함). 그 이전에 대법원 1963. 9. 12. 선고 63452 판결은 매매계약을 맺은 때와 그 잔대금을 지급할 때와의 사이에 장구한 시일이 지나서 그동안에 화폐가치의 변동이 극심하였던 탓으로 매수인이 애초에 계약할 당시의 금액표시대로 잔대금을 제공한다면 그동안에 앙등한 매매 목적물의 가격에 비하여 그것이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이행이 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민법상 매도인으로 하여금 사정변경의 원리를 내세워서 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는 생기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여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제권을 부정하였지만, 그 뒤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19664 판결은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실에 터 잡아 비록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에 9년이 지났고 시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기록에 비추어 옳게 수긍이 된다.”라고 하여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제권도 인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판시하였다].

 

 특정채무에 대한 보증계약

 

대법원은 계속적 보증의 경우와 달리 특정채무에 대한 보증의 경우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지권을 인정하지 않고(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430675 판결), 신의칙에 의한 책임의 감경 또한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45410 판결 : 이른바 계속적 보증의 경우뿐만 아니라 특정채무를 보증하는 일반 보증의 경우에 있어서도 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신의칙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때에는 보증인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단 유효하게 성립된 보증계약에 따른 책임을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초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보증인이 구상보증인에게 책임을 물은 사안에서 원심은, 원고의 채권 즉 구상금채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약 3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가 제기됨으로써 그 사이에 다액의 지연이자가 발생하였고 특히 1998. 1.경부터 1999. 8.경까지는 IMF사태의 영향으로 연 21% 내지 27%의 높은 연체이율이 적용되었다는 점, 피고는 보증 당시 주채무자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보증하게 되었다는 점, 연대보증인 중 1인이 그 후 사망하고 그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피고 사이의 내부적 구상관계에서 부담부분이 증가되게 되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보증책임을 25% 감액하였는데, 대법원은 원고(보증보험회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다).

 

. 계속적 계약관계

 

 대법원은 계속적 보증의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지권 및 신의칙에 의한 책임의 감경을 인정하고 있다.

 

 사용대차에서 제613조 제2항에 정하여진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사정변경의 원리를 고려하고 있다.

 

 보험계약은 장기간의 보험기간 동안 존속하는 계속적 계약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위험의 우려가 있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러한 해지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267020 판결 참조. 이 판결은 나아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경위,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입원 일수나 그에 대한 보험금 액수, 보험금 청구나 수령 횟수, 보험계약자 측이 가입한 다른 보험계약과 관련된 사정, 서류의 조작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측의 부당한 보험금 청구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보험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한편 이러한 해지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자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이러한 해지권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자가 이와 같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지할 수 있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254846 판결 : 이 주택건설사업을 위한 견본주택 건설을 목적으로 임대인 과 토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위 목적을 명시하였는데,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반려통보 등을 받고 위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게 되자,  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의 해지 및 임차보증금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견본주택건축은 위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인데,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어 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임대차계약은 의 해지통보로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은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에 관하여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지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76338 판결 : 갑 등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을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한 후 이민허가를 받고 이에 따라 을 회사에 국외알선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였는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갑 등에 대한 이민비자 인터뷰에서 추가 행정검토(Administrative Processing) 및 이민국 이송(Transfer in Progress) 결정을 하여 비자발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사안에서, 위 계약은 성립의 기초가 되었던 비자발급 절차나 기간에 관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전혀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유지해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갑 등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사례).

 

. ‘사정변경의 원칙의 요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이 계약 성립 후 현저히 변경될 것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을 가리키고, 일방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일반 매수예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피고의 공개매각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서, 공개매각조건에는 이 사건 토지가 개발제한구역에 속해 있고, 이 사건 토지의 매각 후 행정상의 제한 등이 있을 경우 피고가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도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인도 후에 발생한 일체의 위험부담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을 뿐 당시 이 사건 토지상의 건축가능 여부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토지상의 건축가능 여부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게 된 주관적인 목적에 불과할 뿐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에 있어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후 이 사건 토지가 공공공지에 편입됨으로써 원고가 의도한 음식점 등의 건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변경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러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원고가 의도한 주관적인 매수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12175 판결).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없었을 것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유형과 내용, 당사자의 지위, 거래경험과 인식가능성, 사정변경의 위험이 크고 구체적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들이 사정변경을 예견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내용으로 체결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76338 판결).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85881 판결 :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 위와 같은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고시됨으로써 원고가 의도한 주택개발사업이 사실상 곤란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토지매매계약 체결 후 관련 법령의 개정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건축상의 제한이 생기거나 기존의 건축상의 규제가 없어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위험은 통상적으로 거래상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는 계약의 체결 시와 이행 시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위 계약을 해지하려면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사정변경을 주장하는 자에게 사정변경에 대해서 귀책사유가 없을 것

 

 계약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길 것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 사정변경의 원칙의 효과

 

 계약의 수정권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권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의 의무 중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경우 상대방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향하여 발생시키는 제550조의 해지만 가능할 뿐 제548조에서 정한 해제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20297430 판결 :  등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한 사안).

 

. ‘재교섭조항이 있는 경우

 

 재교섭조항의 의의

 

계약체결 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쌍방이 재교섭을 거쳐 계약의 존속 여부 및 내용을 정하도록 하는 조항을 말한다.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자주 활용된다. 계속적 계약에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미처 계약에 반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교섭사유

 

재교섭사유는 개별 계약에서 당사자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므로 사안별로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

 

 재교섭의무

 

재교섭사유가 발생하였다면 당사자에게는 신의성실에 따른 재교섭의무가 발생한다.

신의성실에 따른 재교섭의무는  스스로 재교섭을 시도하거나 상대방의 재교섭 시도에 응할 것,  재교섭 과정에서 부당하게 재교섭을 파기하지 않을 것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물론 재교섭의무가 새로운 합의를 할 의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교섭의무 위반이 있으면 손해배상, 계약해제 또는 해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강제이행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적어도 교섭 그 자체를 강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재교섭이 결렬된 경우

 

 원칙

 

재교섭이 결렬되면 본래 계약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법원은 이를 정당화하는 법조항이나 계약조항이 없는 이상 본래 계약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만약 재교섭 결렬 시 제3자에게 계약내용을 결정하게 하고 싶다면 그에 관한 조항을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외

 

계약에 명문의 조항이 없다고 하여 법원의 관여가 일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묵시적으로 이러한 여지를 남겨 놓을 수도 있고, 신의칙상 법원의 계약형성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온라인연합복권 운영기관인  은행과,  회사가 온라인연합복권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용역을 제공하는 대가로  은행이 온라인연합복권 매회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조항에서 관계 법령에 의한 통제가격, 정부 등의 규제가격, 인허가 또는 고시가격, 세법 등이 변동된 경우 상호협의하여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고, 변경된 수수료의 적용시기는 협의하여 정한다.’고 규정한 사안에서, “이 사건 계약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 따른 수수료율 조정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협의 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범위에서 위 계약조항에 따라 변경·적용할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44368 판결).

 

대법원은 이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하여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은데, 위 계약이 정부의 강한 규제의 대상이 되는 복권업에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위 계약조항에는 재교섭 결렬 시 법원이 정하는 바에 따르기로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39334, 39341(병합) 판결은, ‘대부기간은 1985. 5. 17.부터 1995. 5. 16.까지 10년간으로 하되 대부기간 완료 후에도 피고가 대부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때는 원고는 이의 없이 대부기간을 연장한다(2). 임대료는 연 3,500,000원으로 하되(3조 제1) 3년간을 기준으로 3년이 경과한 후 물가상승요인 및 공공기관의 공인인상요금의 비율에 의거 원고와 피고의 합의에 의하여 인상지급한다(3조 제3).’고 약정한 사안에서, “위 임료증액에 관한 약정은 임대차기간이 10년으로 장기간이어서 그 기간 중에 물가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약정한 임료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대비하여 민법 제628조와 같은 취지에서 임대인인 원고에게 위 10년의 임대차기간 중 3년이 지났을 때마다 그 다음 3년간의 임료를 상호 합의에 의하여 증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임차인인 피고에 있어서는 3년간의 기간 중에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약정된 임료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도 임료인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그 3년의 고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원고의 일방적인 임료인상요구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상당한 액수로 곧바로 임료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고 원고와 피고에게 적정한 임료액의 합의를 위하여 신의에 따라 성실히 노력하도록 하여 그 인상금액에 관하여 합의가 성립되면 그것이 상당한 금액인 여부에 관계없이 이에 의하는 것이고, 한편 임료의 인상요인이 생겼는데도 임차인이 인상을 전혀 거부하여 합의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인상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 하여 종전의 임료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형평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인상액에 관한 협의가 있었으나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료의 증액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물가상승요인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인정하는 상당한 액수의 임료에 의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볼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재교섭 결렬 시 법원의 개입 근거를 당사자의 묵시적인 의사에서 찾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임대인이 제628조에 따라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형성권) 객관적으로 상당한 차임액이 얼마인지는 결국 법원이 이를 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점도 위 사안에서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계속적 계약의 해지 (= 계약위반과 사정변경 및 합의해지 [이하 사법 56호 장보은 P.331-367 참조]

 

. 계속적 계약의 종료 사유

 

우선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발생하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상대방은 일정한 요건하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17826 판결, 대법원 2000. 6. 9. 선고 9845553, 45560, 45577 판결 등).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에서는 그 특수성에 기인한 해지권이 인정된다. 신뢰관계가 파괴되는 등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거나 계속적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하에 계약 해지를 인정한다(사정변경의 원칙).

실익이 크다.

 

. 계속적 계약과 사정변경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이란 계약의 성립 당시에 있었던 환경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기초가 되는 사정이 그 후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 정해진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강제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신의, 공평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는 원칙이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44368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8588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5578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12175 판결 등. 다만 이들 판결에서는 결론적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하는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계속적 채권관계에서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이른바 KIKO 계약에 관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휘트니스 클럽의 운영 중단에 관한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등).

 

다만 법원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엄격한 기준으로 그 요건을 충족하였는지를 검토하였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를 이유로 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인정한 예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254846 판결에서 견본주택 건축을 목적으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에서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게 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여 대법원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실천적인 법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의 해지 사유로서의 사정변경의 원칙

 

계속적 채권관계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서 지속된다면, 계약기간 중에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참조). 따라서 사정변경의 원칙은 일시적, 일회적 계약보다는 계속적 계약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는 대상판결에서 원고가 주장한 여러 해지 사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정변경의 요건으로는 계약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254846 판결 등). 각각의 요건은 독립적이기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

 

우선 변경된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 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에서도 환율의 변동가능성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이미 전제된 내용이거나 그 자체이고, 원고와 피고는 환율이 각자의 예상과 다른 방향과 폭으로 변동할 경우의 위험을 각자 인수한 것이지,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됨을 계약의 기초로 삼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여 당사자가 위험을 인수한 경우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사정변경에서의 예견가능성은 당사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이 발생하였는지보다는 가정적인 원인과 결과를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것을 예견하였다면 계약을 그대로 체결하였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장기간 계약을 예정하는 계속적 계약의 당사자들은 어느 정도 사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그 위험을 인수하므로, 경미한 불균형이 발생한 정도로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 계속적 계약의 합의해지요건

 

계속적 계약의 합의해지

 

계속적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것을 합의할 수 있다. 합의해지는 이미 체결한 계약을 종료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 그 사유는 제한이 없다.35)

특별한 사유가 없이 당사자들이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는 물론, 채무불이행이나 사정변경 또는 신뢰관계 파괴와 같이 해지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기존 계약에 정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합의로써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판례는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합의해지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고 하여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살핀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17093 판결,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17602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70884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5336, 5343 판결 등). 더 나아가 계속적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는 때에는 계속적 계약의 종료에 따른 법률효과를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관계의 청산과 합의해지의 요건

 

계속적 계약이 종료되면 계약은 장래를 향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이미 이행한 계약의 원상회복이 아니라, 그동안 계약으로 형성된 당사자들의 관계를 청산하여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사전 또는 사후 약정이나 개별 법령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0조 제1항 제4, 대규모유통업에서의거래 공정화에관한 법률 제16조 제1호 등 참조)에 따라 청산의무가 발생한다.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라는 것은 단순히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 즉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보다 계약으로 형성된 이해관계들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묵시적 해지합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라고 하면서 합의해지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274270, 274287 판결).

 

5.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ㆍ해지의 요건   [이하 사법 56호 장보은 P.331-367 참조]

 

.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ㆍ해지의 요건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제는,  계약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라 함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으로서, 일방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을 포함되지 않는다.

 

 판례의 태도

 

위 판례들이 서로 다른 요건을 설시한 것은 아니다.

위 요건 , 는 실질적으로 요건 을 판단하는 하나의 사정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사정변경 해제ㆍ해지의 인정 여부는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 계속적 계약의 종료 사유

 

 우선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발생하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상대방은 일정한 요건하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17826 판결, 대법원 2000. 6. 9. 선고 9845553, 45560, 45577 판결 등).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에서는 그 특수성에 기인한 해지권이 인정된다. 신뢰관계가 파괴되는 등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거나 계속적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하에 계약 해지를 인정한다(사정변경의 원칙).

실익이 크다.

 

. 계속적 계약과 사정변경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이란 계약의 성립 당시에 있었던 환경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기초가 되는 사정이 그 후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 정해진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강제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신의, 공평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는 원칙이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31302 판결,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44368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8588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5578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12175 판결 등. 다만 이들 판결에서는 결론적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하는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계속적 채권관계에서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이른바 KIKO 계약에 관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휘트니스 클럽의 운영 중단에 관한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등).

 

 다만 법원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엄격한 기준으로 그 요건을 충족하였는지를 검토하였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를 이유로 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인정한 예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254846 판결에서 견본주택 건축을 목적으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에서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게 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여 대법원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실천적인 법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의 해지 사유로서의 사정변경의 원칙

 

계속적 채권관계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서 지속된다면, 계약기간 중에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참조). 따라서 사정변경의 원칙은 일시적, 일회적 계약보다는 계속적 계약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는 대상판결에서 원고가 주장한 여러 해지 사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정변경의 요건으로는  계약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254846 판결 등). 각각의 요건은 독립적이기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

 

우선 변경된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 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249557 판결에서도 환율의 변동가능성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이미 전제된 내용이거나 그 자체이고, 원고와 피고는 환율이 각자의 예상과 다른 방향과 폭으로 변동할 경우의 위험을 각자 인수한 것이지,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됨을 계약의 기초로 삼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여 당사자가 위험을 인수한 경우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사정변경에서의 예견가능성은 당사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이 발생하였는지보다는 가정적인 원인과 결과를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것을 예견하였다면 계약을 그대로 체결하였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장기간 계약을 예정하는 계속적 계약의 당사자들은 어느 정도 사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그 위험을 인수하므로, 경미한 불균형이 발생한 정도로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 계속적 계약의 합의해지요건

 

 계속적 계약의 합의해지

 

계속적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것을 합의할 수 있다. 합의해지는 이미 체결한 계약을 종료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 그 사유는 제한이 없다.35)

특별한 사유가 없이 당사자들이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는 물론, 채무불이행이나 사정변경 또는 신뢰관계 파괴와 같이 해지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기존 계약에 정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합의로써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판례는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합의해지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고 하여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살핀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17093 판결,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17602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70884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5336, 5343 판결 등). 더 나아가 계속적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는 때에는 계속적 계약의 종료에 따른 법률효과를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관계의 청산과 합의해지의 요건

 

계속적 계약이 종료되면 계약은 장래를 향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이미 이행한 계약의 원상회복이 아니라, 그동안 계약으로 형성된 당사자들의 관계를 청산하여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사전 또는 사후 약정이나 개별 법령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0조 제1항 제4, 대규모유통업에서의거래 공정화에관한 법률 제16조 제1호 등 참조)에 따라 청산의무가 발생한다.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라는 것은 단순히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 즉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보다 계약으로 형성된 이해관계들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묵시적 해지합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라고 하면서 합의해지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274270, 274287 판결).

 

. 계속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의 기초가 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사유에 의한 해지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판례의 태도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계속적 계약에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사유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였고, 그 근거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기도 하였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17826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106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59629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258237 판결 등).

 

 계속적 계약인 보험계약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해지를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보험계약에 관하여 직접적인 설시를 한 대법원 판례는 없으나, 보험계약에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사유에 의한 해지 법리가 적용된다는 긍정설의 입장에서 심리불속행 기각한 대법원판결이 다수 있다(대법원 2015. 12. 24. 201552541 판결, 대법원 2016. 3. 24. 201575124, 75131 판결, 대법원 2017. 5. 12. 2017209303 판결, 대법원 2018. 2. 28. 2017283905 판결, 대법원 2019. 3. 14. 2018292500 판결, 대법원 2019. 5. 30. 2019212358 판결, 대법원 2019. 7. 24. 2019227947 판결, 대법원 2019. 7. 25. 2019232185 판결, 대법원 2019. 8. 29. 2019228551 판결, 대법원 2019. 11. 28. 2019260371 판결, 대법원 2020. 2. 6. 2019279801 판결, 대법원 2020. 2. 13. 2019292408 판결, 대법원 2020. 3. 27. 2019297786, 297793 판결 등).

 

 한편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신뢰가 깨졌는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보험자는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101520 판결).

 

 검토

 

 보험계약은 그 법적 성질이, 부당한 이득을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사행계약(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101520 판결)이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위험의 우려 등의 특성으로 인해 선의계약성이 인정되며(대법원 2000. 2. 11. 선고 9949064 판결), 당사자 간의 신뢰가 중요한 계속적 계약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에 근거하여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사유에 의한 해지를 인정할 수 있다.

 

 이미 신뢰관계가 파괴된 당사자 간에 지속적으로 배신행위의 우려 등을 가진 채 계속적 계약인 보험계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해지를 인정하되 그 발생 요건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남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것이 가능하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267020 판결은 보험계약에도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중대사유에 의한 해지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과다입원을 이유로 한 보험금 청구의 경우 해지를 인정할 수 있는 요건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

 

또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보험계약 전체가 영향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원칙적으로 해지의 효력이 보험계약 전부에 미친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 2019267020 판결은 신뢰관계의 파괴를 이유로 보험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사례이다.

 

 기존에도 계속적 계약과 관련하여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사례들로는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17826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48165 판결 등이 있다.

보험계약의 해지는 장래효만 인정된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해지가 인정되어야 함

 

 문제의 소재

 

계속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사이에 소송이 다수 진행되는 등 분쟁이 발생한 상황인데도 계약의 이행을 강제시키는 하급심 판결들이 다수 존재한다.

 

공기업이 입찰을 진행하여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B업체가 A업체 제출 서류의 하자를 문제 삼으며 계약무효확인, 낙찰지위확인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 상대방과 계약 체결하기 싫다는 의사가 분명한데 분쟁의 상대방에게 공사를 맡기도록 강요하는 것이 타당한가, 근대 민법의 원칙 중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258237 판결의 판시

 

연예인전속계약 성질상 계약 목적 달성 위해 고도의 신뢰관계 유지가 필수이다.

신뢰관계가 깨어졌는데도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이다.

계약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지면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258237 판결의 이러한 법리는 전속계약 이외에도 계속적 계약관계에 있어서의 계약 체결 및 해지에 관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장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 계속적 계약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알선계약에 대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 가부(대법원 2022. 3. 11. 선고 2020다297430 판결)

 

 임대차계약, 고용계약, 위임계약 등에서와 같이 계약으로부터 생기는 채권·채무의 내용을 이루는 급부가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여지게 되는 경우 이는 이른바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 개별 사안에서 계약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계속적 계약인지 여부는 계약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사정, 당사자의 의사, 계약의 목적과 내용, 급부의 성질, 이행의 형태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갑 등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을 주식회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을 회사의 업무 수행에 따라 갑 등이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 이민국의 이민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추가 행정검토 결정 등이 내려지면서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가 진척되지 않았고, 이에 갑 등이 을 회사를 상대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 등을 주장하며 국외알선 수수료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는 상당히 장기간 동안 지속되는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가 단계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어 갑 등이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고 성공적으로 미국에 취업이민할 수 있도록 계약에서 정한 여러 업무를 계속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이러한 의무를 정한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들의 의사, 계약의 목적과 내용, 급부의 성질, 이행의 형태와 방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계약은 계속적 계약에 해당하므로, 위 계약에서 정한 을 회사의 업무 중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경우 갑 등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향하여 발생시키는 민법 제550조의 해지만 가능할 뿐 민법 제548조에서 정한 해제를 할 수는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사. 임대차계약에서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의 요건(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사정변경을 원인으로 한 계약해지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⑶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견본주택을 건축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하면서 임대차보증금과 이미 지급한 차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안이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035-1037 참조]

 

.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기존 판례

 

대상판결 사안과 동일한 내용의 미간행 판결이 이미 있었다[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8208406 판결 : 원심은, 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한 미국대사관의 영사에 의해 이루어진 원고에 대한 추가 행정검토(Administrative Processing), 이민국 이송(Transfer in Progress) 결정이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쌍방이 예견하지 못한 사정변경에 해당하고,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까지 원고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그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인 데다가 이를 기다린다고 하여도 원고에게 긍정적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최종적인 결정을 기다려서만 이 사건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는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정변경이나 신의칙에 의한 계약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과 피고 모두 종전의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늦어도 2년 내에는 비자가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2016년경 주한 미국대사관이 AP, TP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이후 국내에서 비숙련 취업이민 비자를 받은 사례가 없거나 극히 드문 상황이며, 비자발급 절차가 개시될지 여부 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당사자들이 이러한 사정변경을 예견했다거나 그 위험을 원고들이 부담하기로 했다고 볼 수 없는바,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다.

비록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원고들이 이민허가까지는 받았고, 이미 수수료도 모두 지급하였기는 하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근본적인 목적이 최종적인 비자 발급을 통해 미국에 취업이민을 가는 것이었음을 고려하면,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수수료

 

이 사건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가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수수료의 액수가 문제된다.

해지는 장래를 향하여 효력이 있는데, 원고들은 이미 계약서에 정한 바와 같이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 단계를 마침에 따라 수수료 3만 달러를 모두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4호는 이민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이미 납입한 국외알선 수수료의 80%를 환불한다.”고 정하고 있었고, 5조 제6호는 미국의 이민정책 변경으로 원고들의 이민 절차가 불가능해진 경우 해외알선 수수료에서 실비를 공제한 후 50%를 환불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심은 원고들이 처한 상황이 이민허가가 나지 않은 것에 준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4호 규정에 준하여 지급받은 수수료의 80%를 환불하라는 취지로 판결하였고, 대법원은 수수료 액수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상고를 기각하였다.

미국대사관의 ‘TP 결정이 이민허가를 담당하는 이민국에 재심사를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임을 고려하면, 이민허가가 나지 않은 것에 준한다는 원심판결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5조 제6호가 정한 바와 같이 미국의 이민정책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