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대리, 민법 제125조, 제126조, 제129의 표현대리, 일상가사대리권】《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 성립요건, 기본대리권, 권한을 넘은 대리행위, 정당한 이유, 상대방의 선의·무과실, 표현대리의 효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표현대리의 의의 및 주장책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35-248 참조]
가. 의의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일정한 경우에 거래상대방 보호와 거래안전 유지를 위하여 본래 무효인 무권대리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미치게 한 것을 말한다.
나. 주장책임
대리권에 기한 대리의 경우나 표현대리의 경우나 모두 제3자가 행한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유권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수여한 대리권의 효력에 의하여 위와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표현대리에 있어서는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특히 거래상대방 보호와 거래안전 유지를 위하여 본래 무효인 무권대리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미치게 한 것으로서 표현대리가 성립된다고 하여 무권대리의 성질이 유권대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므로, 양자의 구성요건 해당사실 즉 주요사실은 서로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권대리에 관한 주장 가운데 무권대리에 속하는 표현대리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따로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은 나아가 표현대리의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없다(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의 요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35-248 참조]
우리 민법은 표현대리에 관하여 일반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제125조, 제126조, 제129조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상대방 보호의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가. 대리권 수여의 표시
⑴ 제125조가 규정하는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는 본인과 대리행위를 한 자 사이의 기본적인 법률관계의 성질이나 그 효력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어떤 자가 본인을 대리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본인이 그 자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표시를 제3자에게 한 경우에 성립한다.
◎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3425 판결. 이 판결은 피고 회사에서 거래처 발굴을 담당하였을 뿐 계약체결에 관한 대리권이 없었던 ‘강남지사 영업과장’ A가 피고 회사를 대리하여 원고에게서 물품을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제125조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하고, 나아가 “상법 제14조 제1항은, 실제로는 지배인에 해당하지 않는 사용인이 지배인처럼 보이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에 그러한 사용인을 지배인으로 신뢰하여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본점 또는 지점의 영업주임 기타 유사한 명칭을 가진 사용인은 표현지배인으로서 재판상의 행위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본점 또는 지점의 지배인과 동일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의 경우에는 상법은 그러한 사용인으로 오인될 만한 유사한 명칭에 대한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취지의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는바, 그 대리권에 관하여 지배인과 같은 정도의 획일성, 정형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들에 대해서까지 그 표현적 명칭의 사용에 대한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오히려 영업주의 책임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 될 우려가 있으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 해당하지 않는 사용인이 그러한 사용인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 거래 상대방은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나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 등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의 경우에도 표현지배인에 관한 상법 제14조의 규정이 유추적용되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여 상법상의 표현사용인의 성립도 부정하였다.
⑵ 이때 서류를 교부하는 방법(예를 들어 본인의 무인이나 인영이 찍힌 매매계약서를 교부한 경우)으로 대리권 수여의 표시가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본인을 대리한다고 하는 자가 제출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서류의 내용과 그러한 서류가 작성되어 교부된 경위나 형태 및 대리행위라고 주장하는 행위의 종류와 성질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31264 판결).
대리권 수여의 표시는 특정한 제3자에게 하든지 신문광고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하든지 차이가 없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할 수도 있다. 몇 가지 문제되는 경우를 아래에서 살펴본다.
⑶ 명의대여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하여 법률행위 할 것을 허락한 경우에는 보통 대리권(엄밀히는 대행권)을 수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설령 본인의 의사가 대리권을 수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명의 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제125조에 정한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⑷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대리권 수여의 표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예컨대 허위의 혼인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부부로 기재된 경우 일상가사대리권에 관한 대리권 수여의 표시가 있다고 볼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종래의 통설은 제125조는 본인이 제3자에 대하여 자기의 의사로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을예정한 규정이라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였으나, 최근에는 이 경우에도 거래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이유로 이를 긍정하는 견해도 주장되고 있다.
⑸ 백지위임장의 교부와 대리권 수여의 표시
① 예컨대 갑이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할 것을 부탁하면서 ‘수임인’ 및 ‘위임사항’ 란이 백지로 된 위임장을 교부하였는데, 을은 임의로 다시 병에게 위 위임장을 교부하여 병이 갑을 대리하여 정으로부터 2억 원을 빌리고 그 담보로 정에게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 병은 갑을 대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갑이 을에게 수임인 및 위임사항이 백지인 위임장을 교부하였다고 하여 병에게 무제한의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위 대리행위는 무권대리행위가 되는데, 이에 대하여 제125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② 이는 곧 갑이 을에게 수임인 백지의 위임장을 교부한 것을 가지고 병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러한 경우 판례에 의하면 제126조의 표현대리 성립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을이 직접 권한초과행위를 한 경우와 병을 통하여 권한초과행위를 한 경우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이 병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갑에게 그 효과가 귀속한다.
나. 표시된 대리권의 범위에서의 대리행위
다. 표시의 통지를 받은 상대방과의 대리행위
라. 상대방의 선의·무과실
표현대리의 책임을 면하려는 ‘본인’이 상대방의 ‘악의 또는 유과실’에 대한 주장·증명
책임을 진다는 데에 학설이 일치되어 있다.
3.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요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35-248 참조]
가. 기본대리권의 존재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몇 가지 문제되는 경우를
살펴본다.
⑴ 사실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가령 공장의 현장감독, 증권회사의 투자 상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무권대리인에게 법률행위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있어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소외 강명복이 피고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고객의 유치, 투자상담 및 권유, 위탁매매약정실적의 제고 등의 업무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강명복에게 기본적 대리권이 없음을 이유로 권한초과의 표현대리성립을 부인하였음은 정당하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2190 판결).
⑵ 사자(使者)로서의 권한
사실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경우와 使者로서의 권한이 있는 경우를 함께 묶어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양자는 논의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취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자로서의 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사자인지 아니면 대리인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제126조의 표현대리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 이런 점에서 사실행위를 할 권한은 기본대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자로서의 권한은 기본대리권에 포함된다는 판례의 입장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당한 결론이다.
⑶ 제125조 또는 제129조의 표현대리권 (표현대리 규정의 중첩 적용 문제)
과거에 가졌던 대리권이 소멸되어 민법 제129조에 의하여 표현대리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표현대리의 권한을 넘는 대리행위가 있을 때에는 민법 제126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1979. 3. 27. 선고 79다234 판결).
⑷ 일상가사대리권 : 항을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나. 권한을 넘은 대리행위
⑴ 대리행위가 아니면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권리자 스스로 의무부담행위 및 처분행위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표현대리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⑵ 이른바 대행행위, 즉 대리인이 마치 본인인 것처럼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⑶ 기본대리권과 문제 된 대리행위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 정당한 이유
⑴ 의미 및 판단 시기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대리행위 당시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에 과실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일관하여 “표현대리에 있어서 표현대리인이 대리권을 갖고 있다고 믿는 데 상대방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계약 성립 당시의 제반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판단의 유형화를 하면 다음과 같다.
① 기본대리권과 대리행위의 유사 여부 : 異種일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
② 인감 등 소지 서류의 측면에서 본 검토 :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자가 본인의 인감증명서, 등기권리증, 인장 등 소유 부동산의 처분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구비하여 소지한 경우에는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던 이상 상대방이 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처분권한자 이외의 사람이 그러한 문서 일체를 소지한다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③ 신분관계에서 본 검토 : 부부 간 또는 가족 간의 경우에는 위의 일체의 서류를 소지하였다 하더라도 그런 서류들의 입수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그 밖의 다른 특별한 사정을 요구(예컨대 본인에게 확인 여부 등)하고 있는 판례가 많다.
④ 상대방의 내규 위반 또는 조사의 용이성: 이는 은행 등 대출업무를 취급하는 자가 상대방일 경우정당한 이유를 부정하는 논거로 사용된다
⑵ 주장·증명책임
표현대리는 선의의 상대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제126조의 조문구조상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증명책임을 부담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자기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판례도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8228 판결 : 소외인이 위 소외회사에 대한 대출관련업무를 취급하고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그에게 그와 같은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하여 원고의 표현대리주장을 배척하고 있는 바, … 거기에 또한 소론과 같은 표현대리와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라. 기본대리권으로서의 “일상가사대리권”
⑴ ‘일상가사’의 범위
① 판례에 의하면, 제832조에서 정한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는 부부 공동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법률행위를 의미하므로, 문제가 된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과 함께 법률행위를 한 사람의 의사와 목적, 부부의 현실적 생활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6877 판결 : 금전차용행위도 금액, 차용 목적, 실제의 지출용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것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아파트 구입비용 명목으로 차용한 경우 그와 같은 비용의 지출이 부부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의 가사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58139 판결 : 피고와 그 처 소외인이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임료 이외에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원고에게 소외인 소유의 이 사건 아파트를 임대한 점,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임대차계약체결과 임대차보증금 수령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임대차보증금을 피고 부부가 생활비 관리용으로 사용하던 피고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은 점, 피고 부부가 그 돈을 주로 생활비 등에 사용하였고 피고의 대출금 상환에도 일부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 부부의 공동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
② 당해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를 한 부부공동체의 내부 사정이나 그 행위의 개별적인 목적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8267 판결 : 처가 부담한 40,000,000원의 계금채무가 혼인공동체의 통상의 사무에 포함되는 일상의 가사로 인한 채무라기보다 처 자신의 사업상의 필요에 의한 채무라고 본 사례).
③ 한편,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7856 판결 :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보험회사)가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피고 김**에 대하여 치료비 지급보증을 하여 오다가 피고 김**를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 98가단46523호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치료비 지급보증을 중단하자, 피고 김**의 남편으로서 그 대리인인 소외 장**이 원고에게 우선 치료비 지급보증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원고와 피고 김**의 대리인인 장**은 1998. 4. 28. 원고가 피고 김**의 치료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는 대신 피고 김**는 원고가 피고 김**를 상대로 하여 제기한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원고가 이미 지급한 치료비 및 위 치료비 지급보증에 따라 발생하는 일체의 치료비 및 소외 보험회사에 지급한 치료비를 원고에게 지체 없이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1999. 4. 14.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원고가 피고 김**의 치료비로 지급한 금원 및 소외 보험회사에 지급한 치료비가 합계 금 71,799,070원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원고와 피고 김** 사이의 약정에 따른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하여 피고 김**는 위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금 71,799,07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대리가 적법하게 성립하기 위하여는 대리행위를 한 자, 즉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을 가지고 그 대리권의 범위에서 법률행위를 하였음을 요하며, 부부의 경우에도 일상의 가사가 아닌 법률행위를 배우자를 대리하여 행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가 필요한 것이지,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 김**의 남편인 장**이 피고 김**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사이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조건부 채무 부담행위를 하였음을 알 수 있을 뿐, 나아가 장**이 피고 김**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거나 달리 장**이 피고 김**의 대리권을 갖고 있다거나 또는 피고 김**가 나중에 장**의 대리행위를 추인함으로써 위 약정의 효과가 피고 김**에게 미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④ 일상가사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통상적으로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하는 것인데,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인 사정만으로 일상가사의 범위를 판단하게 되면 구체적 타당성을 잃게 될 수 있으므로, 가사처리자의 주관적 의사나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 직업, 재산, 수입능력 등 현실적인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⑵ 일상가사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하는 제126조의 표현대리
㈎ 학설
① 제1설: 일상가사대리권은 법정대리권으로서 제126조에 정한 기본대리권에 포함된다. 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 그 행위가 일상가사의 범위 내의 행위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한다.
② 제2설: 일상가사대리권은 법정대리권으로서 제126조에 정한 기본대리권에 포함된다. 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 그 행위(권한을 넘은 대리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한다.
③ 제3설: 일상가사대리권은 부부공동체에 관한 일종의 대표권으로서 제126조에 정한 기본대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 학설은 일상가사의 범위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 판단설을 전제로 하여, 개별적·구체적 일상가사의 범위가 일반적·추상적 일상가사의 범위보다 좁을 경우에는 표현대리의 취지를 유추적용하여 일반적·추상적 일상가사의 범위에서 대리행위의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 판례
① 민법 제827조에서 말하는 ‘일상의 가사’라 함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통상의 사무를 말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일상의 가사에 속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처가 특별한 수권 없이 남편을 대리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그것이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가 되려면 처에게 일상가사대리권이 있었다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처에게 남편이 그 행위에 관한 대리의 권한을 주었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5861 판결 등).
② 먼저 일상가사대리권이 법정대리권인지 아니면 부부공동체에 관한 일종의 대표권인지 살펴보면,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점(제832조 본문)에 비추어 볼 때 일상가사대리권이 부부공동체에 관한 일종의 대표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제827조 제1항이 명확하게 ‘대리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상 법정대리권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일상가사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하는 제126조의 표현대리를 어떠한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를 넓게 인정할 경우 부부의 재산적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부부 사이에는 언제나 제126조의 기본대리권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제126조에 정한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인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므로, 결국 학설 중 제2설 및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 인정된 사례
◎ 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다609 판결: 원심은 피고의 처인 소외 이**이 소외 황**으로부터 판시 금원을 차용함에 있어 피고 몰래 피고의 인감과 인감증명서 등을 소지하고, 피고의 대리인인양 행세하여 위 차용금의 담보로 위 황** 앞으로 피고 소유였던 이 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으나, 위 이**의 가등기 경료행위는 피고의 승낙 없이 이루어진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이고, 그에 터 잡아 순차 이루어진 위 황** 및 원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위 이**의 행위가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먼저 위 이**은 일상가사에 관하여 남편인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나서, 그 거시의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위 황**으로서는 위 이**의 인척인 소외 유**으로부터 피고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을 뿐 아니라 완고하고 보수적인 가풍이며, 위 이** 역시 검소하고 알뜰하여 남편인 피고와의 사이도 원만하다는 소문이 나 있는데다가, 피고 집안에 일시적으로 돈 쓸 일이 생겨서 피고가 그 처를 통하여 돈을 빌리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있던 중, 위 이**이 피고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등을 가지고 와서 남편인 피고로부터 위 가등기 경료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 받았다고 말할 뿐 아니라, 그 인감증명서의 뒤쪽이 백지로 되어 있어 현행 인감증명 발급절차에 비추어 이를 피고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것이라고 믿은 사실을 인정하고, 위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황**으로서는 위 이**이 이 건 가등기 경료에 관하여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 부정된 사례
◎ 대법원 1997. 4. 8. 선고 96다54942 판결 : 원심은 그 들고 있는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안**이 소외 주식회사 상화(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하여 법인등기부상으로는 그 처인 피고 이**를 그 대표이사로 등재시키고 자신이 평소 모든 대외적인 거래를 전담하여 온 사실, 소외 회사는 형식상 주식회사로 설립되었으나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로서 피고 안**이 평소 소외 회사를 사실상 개인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피고들의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하여 온 사실, 원고가 피고 안**의 권유에 따라 금 103,100,000원을 소외 회사에 투자하였는데 그 후 소외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되고 원고가 위 투자금의 반환을 요구하자 피고 안**은 원고와의 사이에 금 2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면서 그와 같은 취지로 2장의 차용증(갑 제1호증의 1, 2)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그러자 원고는 위 투자금이 소외 회사에 대한 것인데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는 피고 이**이며, 평소 피고 안**이 소외 회사의 경영에 따른 대외적인 행위를 위 이** 명의로 하여 온 점을 감안하여 피고 이**도 같은 약정을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 안**이 피고 이**와의 약정을 위하여 원고를 그들의 집으로 오라고 한 사실, 그리하여 원고가 그 후 피고들의 집 부근으로 찾아가 피고들 집으로 전화를 하자 피고 안**은 집 앞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였고, 이에 원고가 위 약속장소로 가 피고들을 기다리고 있던 중 피고 안**이 혼자 나와 피고 이**는 외출하였다고 하면서 그로부터 위임을 받았으니 대신 약정을 하여 주겠다고 하여 원고가 종전에 피고 안** 명의로만 작성된 위 차용증을 내밀자 그에 피고 이**의 이름을 추가로 기재한 후 위 피고가 집에서 사용하는 도장을 날인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사실상 피고 안**이 개인기업처럼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위 투자금은 결국 위 피고에 대한 투자금과 마찬가지인 면도 있었으나 그렇더라도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는 엄연히 피고 이**였고, 피고 안**도 소외 회사의 대외적인 거래에 있어 오랫동안 피고 이** 명의를 사용하여 왔으며, 위 투자금도 일단 소외 회사에 지급된 점과 원고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피고 이** 명의로도 위 약정을 하고자 한 점 및 그 당시 피고 안**은 원고로 하여금 피고들 집 부근으로 오게 한 후 피고 이**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하면서 집에서 가지고 온 위 피고 도장으로 위 차용증 중 피고 이** 명의 부분을 작성하여 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안**이 피고 이**의 남편으로서의 일상가사대리권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외에 위 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피고 이**로부터 수여받은 바 없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안**에게 그러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위 약정의 효력은 피고 이**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 안**이 피고 이**의 남편으로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고, 원고가 피고 안**에게 피고 이**를 대리하여 위 금 2억 원의 지급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안**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던 이상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 안**에게 그 행위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부간에 서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처가 남편이 부담하는 사업상의 거액(2억 원)의 채무를 남편과 연대하여 부담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채권자와의 채무부담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고, 피고 안**이 피고 이**의 남편으로서 그 처의 도장을 쉽사리 입수할 수 있었으며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안**에게 피고 이**를 대리하여 채무부담약정을 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8988 판결 :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제1심 공동피고 최**는 1993. 3. 17.경 소외 현대자동차써비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로부터 자동차 1대를 할부로 구입하기 위하여 그 할부금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원고와 사이에 보험가입금액을 금 13,970,000원으로 한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당시 피고의 처이던 소외인이 피고의 '보증보험연대보증용'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소지한 채 출석하여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위 보험계약상의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 위 소외인은 친정 오빠인 위 제1심 공동피고로부터 연대보증을 서달라는 부탁을 받고, 남편인 피고 몰래 집 책상 서랍에 보관되어 있던 피고의 인감도장을 임의로 꺼내어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발급용 위임장을 위조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고의 보증보험연대보증용 인감증명서를 대리방식으로 발급받아 위와 같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하였고, 이로 인하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로 형사처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와 재판상이혼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위 소외인이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있었던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그 처인 위 소외인에게 위 보증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하였으리라고 원고가 믿음에 정당한 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소외인은 피고의 처로서 남편인 피고의 인장을 비교적 용이하게 입수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이를 남용할 위험이 많은 점, 위 소외인이 위 보증계약을 체결 당시 제출한 피고의 인감증명서는 그 용도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고 대리방식으로 발급받은 것에 불과하여 그로써 보증의사나 대리권의 존재에 관한 일반적인 신뢰성을 추인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이와 같은 조치는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5861 판결 : 원심은 소외 1이 이 사건 각 토지를 권원 없이 소외 2에게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1에게는 가사대리권이 있고, 소외 1이 원고의 피랍으로 연락이 두절되어 15년여 동안 두 딸을 부양하며 어렵게 생활하다가 인천으로 이주하면서 거주지 및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소외 2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실제로 그 매도대금으로 인천에 거주할 집을 마련한 이상, 객관적으로 보아 소외 2로서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정당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유효하고, 따라서 이를 원인으로 한 소외 2의 등기 및 그에 터 잡은 피고들의 등기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의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1951. 2.경 북한으로 피랍된 이후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까지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연락이 두절되었고, 소외 1이 별다른 직업 없이 두 딸을 부양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원고의 친척이자 원고 소속 종중의 회장까지 역임하였던 소외 2 또한 원고의 그러한 가족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1951. 2.경 납북되어 약 17년간 연락도 두절되어 있던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러한 원고 가족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소외 2에게, 당시 원고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주었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소외 2로서는 소외 1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있어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민법 제129조의 표현대리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35-248 참조]
가. 존재하였던 대리권의 소멸
회사 대표이사가 퇴임하고 그 사실이 등기가 된 경우에는 제129조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않는다. 상법에 의하여 등기할 사항은 이를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나, 이를 등기한 경우에는 제3자가 등기된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선의의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점(상법 제37조) 등에 비추어, 대표이사의 퇴임등기가 된 경우에 대하여 민법 제129조의 적용 내지 유추적용이 있다고 한다면 상업등기에 공시력을 인정한 의의가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0244 판결 참조).
나. 대리인이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할 것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직접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대리
인이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복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복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과실이 없다면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
다. 상대방의 선의·무과실
상대방의 선의 여부, 과실 유무의 주장·증명책임에 관하여 견해가 나누어져 있으나, 세 가지 표현대리 사이에는 각각의 외관에 대하여 상대방이 갖는 신뢰가치에 차등이
있고, 그에 따라 입법자가 앞서의 두 가지 표현대리와는 의도적으로 구별하여 중간적 입장에서 본조의 규정 형식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상대방의 외관에 대한 신뢰 정도는 민법 제125조 〉 민법 제129조 〉 민법 제126조의 순이고, 그 순서에 따라 상대방 보호에 차등을 두어 선의, 무과실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민법 제125조는 본인에게, 민법 제129조는 양자에게, 민법 제126조는 상대방에게 각각 분배하여 의도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대방’은 자신의 ‘선의’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을 지고 ‘본인’은 상대방의 ‘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에 부합한다.
5. 표현대리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35-248 참조]
가.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
나. 과실상계의 법리 : 적용 안됨
표현대리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 본인은 표현대리행위에 기초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 하여 본인의 책임을 감경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94다24985 판결).
다. 상대방의 철회권 / 본인의 추인권
논란이 있으나 긍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현대리도 그 본질은 무권대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철회권을 행사할 때 본인은 표현대리를 이유로 이를 막을 수 없다. 본인이 상대방의 철회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상대방에게 추인을 하면 된다(제134조, 제132조).
라. 제135조 적용 여부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이를 인정하게 되면, 상대방은 본인에게는 표현대리를 이유로 무권대리인에게는 제135조를 근거로 각 법률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상대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은 본인에게 표현대리를 이유로 법률행위책임을 물음으로써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무권대리인에게도 법률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라.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
제한능력자르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⑴ 제125조의 표현대리의 경우
① 예를 들어 가족관계등록부에 갑이 을의 父로 등재되어 있는데 사실은 갑과 을 사이에 부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 갑이 을을 대리하여 한 법률행위에 제125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데, 대법원 1955. 5. 12. 선고 4287민상208 판결은 “미성년자가 호적상 망 갑의 장남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망 갑과의 사이에 실체상 전연 혈족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망 갑의 처인 을은 미성년자에 대한 친권자가 아니므로 을이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고 그 위임에 기초하여 미성년자의 소송대리를 한 경우에는 법정대리권 및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는바, 이 판결을 두고 판례의 입장이 부정설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위 판결은 소송행위에 관한 것이고 소송행위에 대해서는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기 때문에 위 판결을 가지고 판례의 입장이 부정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법정대리 일반에 제125조의 표현대리가 적용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는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⑵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경우
① 민법 제126조 소정의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 규정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여 거래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법정대리라고 하여 임의대리와는 달리 그 적용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한정치산자의 후견인이 친족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피후견인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친족회의 동의가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인 한정치산자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3828 판결).
② 이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보다는 제한능력자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이 민법의 기본적인 가치평가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우리 민법상으로는 제한능력자와 거래한 상대방이 제한능력자가 능력자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보호를 받지 못하고, 또 행위능력의 제한을 이유로 하는 법률행위의 취소는 착오·사기·강박 등을 이유로 하는 취소와는 달리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제한능력자의 보호가 거래의 안전에 우선한다는 것은 표현대리의 성립 여부에 있어서도 다를 바가 없다. 위 판례 사안의 경우 후견인과 거래한 상대방은, 후견인의 대리행위에 친족회의 동의가 있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한능력자 자신과 직접 거래한 상대방은 제한능력자에게 행위능력이 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보호받지 못하는데, 제한능력자의 후견인과 거래한 상대방은 후견인에게 그러한 대리권 내지 그러한 대리행위에 필요한 친족회의 동의가 있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③ 민법은 제한능력자 보호와 거래안전이 충돌하는 경우에 제한능력자 보호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거래안전을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민법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 표현대리를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만 기본대리권에서 제외).
⑶ 제129조의 표현대리의 경우
이 경우에도 제한능력자 보호를 위하여 거래 안전을 위한 표현대리 제도는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1975. 1. 28. 선고 74다1199 판결은 친권자인 母가 子가 성년에 달할 때까지 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子의 상속재산을 처리하여 왔고, 子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子는 객지에서 학업에 전념하고 있었던 관계로 위 母가 子를 대리하여 子 토지의 여러 필지를 처분하여 학비 조달 또는 채무정리 등을 하여 오다가, 子 소유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한 사안에서, “대리권소멸 후의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9조는 이 사건과 같은 법정대리인의 대리권 소멸에 관하여서도 그 적용이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母가 子를 대리하여 제3자와 한 매매계약 및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고 하였다.
마. 공법행위, 소송행위:적용 안됨
공정증서가 집행권원으로서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집행인낙 표시는 공증인에 대한 소송행위로서 이러한 소송행위에는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이 적용 또는 준용될 수 없으므로,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하여 작성된 공정증서는 채권자는 물론 공증인 등이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는지 여부 등에 관계없이 집행권원으로서 효력이 부정된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2다카1758 판결,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42047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