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엘리베이터 타기의 어색함](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9.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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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타기의 어색함](윤경변호사)

<개인 영역의 파괴 장소 - 그 어색함을 깨는 묘책>

모든 동물은 자신의 신체를 중심으로 일정한 규모의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소변 등을 이용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모르는 사람의 경우 1.22m에서 3.6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연인이나 자녀의 경우에는 15cm에서 45cm 이하로 들어와도 편안하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낮선 사람들로 가득 찬 장소를 싫어한다.
연주회장이나 복잡한 버스 안에서도 뜻하지 않게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데, 가장 당혹스러운 곳이 실은 ‘엘리베이터’이다.

이미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은 작은 파티장을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 좁은 공간 안에 사람들은 이미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있다.
문이 열리면 그들은 모두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마치 “설마 여기로 들어 올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주눅들 내가 아니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 올라타면 그만이다.
이런 큰 호흡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만으로 가득 찬 경우이다.
이때는 ‘마음 속으로’ 이런 말을 상대방들에게 던지면서 올라탄다.
그러면 자기 암시가 되면서 긴장도 풀린다.
“내가 당신들 모두를 여기까지 불러서 세운 이유가 궁금하지?
타고 나서 말해줄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이 아무도 타지 않는 빈 엘리베이터를 선호하는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거실만한 엘리베이터에 조그만 체구의 여성이 한명만 있어도 사람들은 기꺼이 다음 번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안이 사람들로 붐빌 때 다른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것은 그다지 매너 있는 행동이 아니다.
펭귄(Penguin)이나 미어캣(Meerkat)처럼 같은 방향을 바라보거나 상대방의 뒷통수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래도 심심하면 계속해서 층수가 바뀌는 것만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감시카메라의 눈에는 당신이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상대방이 몇 층에서 내릴 것인지 알고 있어서 대화가 끝나는 시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대화는 삼가는 것이 좋다,
인사가 필요하다면, 항상 “좋은 아침이네요.”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광이 차단된 작은 공간에는 항상 조명이 밝게 켜져 있으므로, 밤이건 낮이건 상관 없이 이용가능한 인사말은 바로 “좋은 아침이네요.”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한 번 눈을 마주친 후에는 둘 중 어느 한 쪽이 내릴 때까지 시선을 외면하는 것이 좋다,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이 모두 내리고 혼자서 그 공간을 다 차지하게 되면 안도감을 느낀다.
거울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콧털을 뽑을 수도 있고, 거하게 가스를 방출시키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종종 이런 자유를 누리는 순간에 예의 그 조그만 여성이 아직도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이 여전히 두렵거나 어색하다면, 다음 말로 암시를 걸어라.
“여기 탄 사람들 모두가 내 애인이야. 애인이야. 애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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